초대석-강무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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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강무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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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5.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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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초대석


학력 파괴, 능력 중시 유도



강무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학력이 아니라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학력중시 풍토는 갖가지 사회 병폐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로자 기업 정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인적자원개발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유일한 대안이다. 30년 가까이 교육 연구개발 분야에서 근무해온 강무섭 직능원 원장은 학력·학벌에 의한 차별 문제가 극심하다고 평가하고 능력중시사회 구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장은 학력중시사회가 형성된 배경에 대해 문화적 요인과 사회구조적 요인, 교육정책적 요인, 노동시장적 요인을 들었다. 문화적 요인으로는 인문 숭상적인 유교적 가치관과 입신양명을 지향하는 도구적 교육관, 사농공상의 직업관과 과거제도 등이다.

이와함께 사회이동과정에서 상류층으로 이동하는데 있어 학력이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학력 중심의 인맥과 사회관계 형성(학벌주의)이 심화되고 있으며 능력 확인을 위한 지표로 학력을 이용하는 것 등은 사회구조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임금격차는 학력 중시의 표본
교육정책적으로는 고학력을 부추긴 대학정원 정책과 대학교육 기회 확대, 학력 중심의 학생선발제도, 직업능력을 길러주지 못한 직업교육, 학교에서의 학생 진로지도 소홀과 왜곡된 진학지도에서 기인했다. 그리고 학력간 임금 격차, 고용시 학력차별과 그에 따른 하향취업현상, 인사관행에서의 학력중시와 차별화 등은 노동시장적 요인으로 이 때문에 학력을 중시하는 풍토가 생겨났다고 강원장은 설명했다.

“학력이란 학교 교육에 참여한 경험을 의미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학력을 인간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활용하는 분위기가 높습니다. 때문에 학력 획득을 위한 가짜 학위 취득, 학력 부풀리기, 학력 조작 등의 수단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학벌이 있는 사람들은 기득권을 형성하고 사회적 이익을 독점하며 반대로 학벌이 없는 사람은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학력중시사회로 인한 교육적 폐해와 사회적 문제에 대해 3가지 예를 들었다. 첫째는 과외 열풍과 고액과외 현상이다. 대학입학 정원대비 고졸자가 거의 1대 1인 상황에서도 일류대학, 수도권소재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 초등단계서부터 대학진학을 위한 과외가 시작된다.

두 번째는 교육엑서더스 현상이다. 해외이민 박람회 행사에 5만명 이상의 인파가 군집하기도 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자녀 교육 때문에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 해외유학 박람회에서도 사교육비 부담과 입시스트레스에서 해방되기 위한 조기유학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런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으로 엄청난 외화 유출이 발생하고 가족붕괴와 기러기 아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 번째는 지역교육의 황폐화와 인재 공동화다. 지역 우수학생이 수도권대학에 집중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 지역고등학교 수능 성적의 상위 5% 이내 학생의 62.5%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이는 지방대학의 학생 자원 부족과 재정적인 압박을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 또 지역 우수 인재 유출로 인한 지방 소재대학의 인재확보를 곤란하게 만들고 지역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준다.

노동시장에서 학력을 중시하는 풍토는 임금격차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학력간 임금격차는 90년대 중반 최소화됐다가 IMF이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80년에는 고졸자 임금을 100으로 가정할 때 전문대졸업자 146, 대졸자는 229이었다. 90년에는 중졸자가 84, 고졸자 100, 전문대졸업자 117, 대졸자 186이며 95년에는 중졸자 87, 고졸자 100, 전문대졸업자 108, 대졸자 159f6으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200년에는 중졸자 83, 고졸자 100, 전문대졸업자 106, 대졸자 159로 다시금 늘어났다.

강원장은 대졸자의 임금수준이 교육연한의 차이보다 지나치게 높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고졸자나 전문대졸업자들의 노동시장 이탈현상을 야기시켜 대학진학과 편입학을 준비하는데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능력보다는 학력을 중심으로 사람을 채용하는 기업의 인사문화도 문제다. 직무와 관계없이 고학력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 고졸자 및 전문대졸업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데 한계가 있다. 고졸자 일자리에 전문대졸업자, 전문대졸업자 일자리를 대졸자가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인적자원개발 투자 측면에서 과잉학력으로 인한 사회적 낭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불어 동일학력에서도 차별이 만연한데 소위 일류대학 중심의 인력 채용에 따라 지방대 졸업생에 대한 취업 기회가 원천적으로 제한되고 있으며 취업후 인사관행에서도 승진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의 의식과 사고가 그리고 기업의 인사관행이 점차 변화하는 등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책적인 노력이 뒷받침되면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학력에서 능력중시사회로의 변화는 다음에서 엿볼 수 있다. 첫째는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변화다. 산업사회에서는 학력을 중시하는 풍토가 만연했지만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라 학력구조도 고도화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학력이 아닌 지식과 정보 창출·획득·활용능력이 중시되면서 자연히 학력파괴로 이어졌다.

두 번째는 골드칼라 시대가 도래한다는 점이다. 골드칼라는 두뇌와 정보를 갖춘 창의적인 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차별화된 역량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조적 사고로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회사가 아닌 자기 프로그램대로 살아가며 자리가 만든 것이 아닌 실력으로 그 자리에 오른 인재들이다. 이와 함께 골드칼라는 조직에 철저히 동화돼 있지만 독립적인 행동반경을 보장받는 사람이며 기업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중심에 있는 사람이다.

강원장은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는 학력으로 구분되나 골드칼라는 학력이 아닌 능력으로 분류되는 집단으로 능력중시사회로의 변화를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골드칼라시대의 도래
세 번째는 청소년들의 의식과 사고의 변화다. 학력·학벌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이 사회문제로 인식되는 등 실력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확대되고 있다. 실례로 대졸자중 1년에 약 3,000명 정도가 전문대학이나 기능대학, 직업전문학교 등에 재입학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넷째는 기업의 고용·인사관행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최근 고학력자가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겸비한 우수 인적자원 확보를 경쟁력으로 인식해 밖으로 표출되는 학력·학벌보다는 미래 발전가능성과 잠재능력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학교교육 이후의 노력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가 학력중시사회의 표본입니다. 현재의 변화를 그대로 두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에 변화를 만들어가는 노력과 정책적인 뒷받침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원장은 이를 위해 ▲국민의식을 개혁하고 사고의 틀을 깨는 작업 ▲기업의 고용·인사관행 시정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등 세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자격과 학력 등 가치하는 체제 도입
의식개혁과 사고의 틀을 깨는 작업은 학생 학부모의 무조건적인 대학진학과 같은 진로관이 변화돼야 하며 직업의식을 올바로 잡는 일, 출세주의, 도구주의적 교육관을 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는 개인 및 집단의 교육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기업들은 학력·학벌중시의 채용관행을 바꿔 경쟁의 핵심은 능력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한 고용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강원장은 특히 지방대학 졸업생에 대한 진입장벽을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학력간 임금격차의 합리적 조정을 통해 학력보다 노동생산성 즉 능력중심의 임금체계를 확립하는 등 지나친 임금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는 이와함께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위해 대학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입시제도를 변화시키고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격차를 해소하며 자격과 학력을 등가치하는 능력인정 체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모든 직업에서 요구되는 능력의 표준인 ‘국가직무능력 표준’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교육과정, 훈련과정과 자격기능에 적용시켜야 한다. 또 학습 및 직업경험 등을 평가, 인정해 학력 및 자격으로 환원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학력·학벌에 의한 차별금지법안을 제정하는 등 법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원장은 지적했다.

“인문위주,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이상이 되면 직업에 대한 기초지식과 능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어느 분야로 나갈지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표준을 정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는 영국의 경우 산업별 통합체를 만들어 학교와 연계해 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산업별 협의체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직업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업 표준을 제시함으로써 학교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키워낼 수 있도록 교육적인 지원을 해야 한하며 그래야 인력수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개원 5주년을 맞이한 직업능력개발원은 짧은 역사이지만 유네스코로부터 직업교육훈련 우수센터로 지정되는 등 정책연구사업과 민간자격 국가공인 지원, 진로정보센터 운영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강원장은 “직능원의 역할이 바로 교육시장과 노동시장의 연계, 교육과 노동훈련과의 연계를 위한 국가정책 지원업무”라며 “정책지원은 물론 관련제도의 공신력 제고를 위한 평가, 인정사업, 정보제공, 후발국가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국제협력사업 등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경리크루트 2003-04] 김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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