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가 대세이고 대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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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가 대세이고 대안인가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5.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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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II : 흔들리는 30대의 선택 ‘고 시’


고시가 대세이고 대안인가



실업자 수가 큰 폭으로 상승, 80만에 육박하고 있다. 실업률 3.5% 방어율(?) 속에 살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현대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만한 수치.
특히 지난달 통계청이 밝힌 통계에서 전월대비 20대에서만 6만 6,000여 명, 30대 실업자도 3,000여 명이 증가하는 등 사회에서 한창 일할 사회구성원들이 취업 관문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아직도 기업들이 인재 채용 시 ‘학벌’을 가장 비중 있게 본다는 보도는 더욱 구직자들의 한숨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는 곧 불안한 취업시장 속에서 30대들에게 선택의 폭을 좁히고 고시를 택하도록 부채질하는 겪이다.

덕분에 경제활동참가율은 60.1%로 전월대비 1.2%p 하락,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2%p 낮아졌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비경제활동인구 1,480만9,000명으로 전월대비 43만9,000명이 증가됐다는 얘기. 심지어 구직단념자 수도 6만8천명으로 74.4%나 증가했다.


사회/현실 이율배반적
C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나온 황모씨는 “과거에는 명문대 간판으로 언제든 취직이 가능했으나 요즘은 기업 인사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많은 사람들이 고시에 매달리는 현실은 현 취업시장을 반영한 대세이자 대안”이라고 밝혔다. 결국 취업대열에서 영영 낙오되지 않기 위해 고시를 택했다는 얘기.

하지만 고시생들의 한결같은 주장과 달리 발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사회는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인상이다. 그만큼 고시생의 생각과 사회의 속도가 ‘시간차’를 보이며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외무고시를 준비 중인 이모씨는 ‘회사가 취직할 때 학벌을 가장 많이 본다고는 하지만 일단 취직하면 학벌의 중요성이 크게 감소한다’는 질문에 “물론 그럴지 모르지만 일단 취업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그런 위안조의 말은 우리에겐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며 “이는 한 우물을 파는 고시생들의 마음만 더 혼란스럽게 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2월 한국교육개발원이 100개 주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이들 기업 종사자 5백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질문한 것이지만 고시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공허한 메아리에 불구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 조사 기업 가운데 31%가 ‘신입사원 채용시 1차 서류전형 기준에 학력을 포함시켜 출신대학에 따라 가중치를 주는 방법으로 명문대를 우대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는 증거.
하지만 조사에 응답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학력이나 학벌을 인사평가 기준으로 사용하진 않는다’는 이율배반적인 답변을 늘어놓았다.

고시생들의 입장에선 ‘아’ 다르고 ‘어’ 다른 일관성 없는 기업들의 답변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지만 이것이 사회 현실이라면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취업 준비생들은 어느 정도 이 기준에 맞춰 준비해야만 한다. 자신의 입맛에 안 맞는다고 편식을 하다간 영양실조에 걸리듯 때론 설익은 밥도, 탄 밥도 먹어야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기 때문이다.


차이는 인정, 차별엔 도전
고시를 준비 중인 여성도 취업난에선 결코 예외일 수 없다. 물론 작년에 치러진 고시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사법고시 23.9%, 행정고시 28.4%, 외무고시 45.7%를 차지해 사상 최고의 합격률을 기록했지만 아직까지 여성이 사회에서 느끼는 차별은 여전하다.

‘차이는 인정한다. 그러나 차별엔 도전한다’는 모 광고 CF 카피라이트가 새삼 부끄럽게 고개를 들고 있을 뿐이다.
특히 정부차원에서 남녀 어느 성이 7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도입, 법조계 여성 파워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여성이 승진, 보직상 불이익을 받고 있는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신림9동 녹두거리를 걷고 있던 고시준비생 차모씨 는 “사회에서 아무리 여성에게 남성과 똑같은 대우를 해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라며 “오랜 고심 끝에 나이가 들어서도 전문성과 그에 따른 대가가 확실한 고시를 택하게 됐다”고 속마음을 토해냈다.

고시 컨설턴트 전문가는 여성이 법조계에 몰리고 있는 현상을 “외환위기 후 본격화된 취업한파로 인해 공직 선호도가 높아진 데다 여성 우대정책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여성부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서에서 ‘우먼파워’를 위해 일련의 정책을 발표한 것에 여심(女心)이 고시 쪽으로 모이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취업이 어려우니, 채용 연령 턱거리에 걸리니, 우대정책이 좋으니 등의 이유로 고시를 준비해야 겠다’는 안이한 생각은 분명 제고돼야 한다. 적어도 국민들로부터 사회 지식층으로서 존경과 명예를 받기 위해선 보다 합당한 명분과 명백한 목적을 갖고 접근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법의 잣대로 국민들의 재산과 생명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한경리크루트 2003-04]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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