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귀천은 없는대신 우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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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귀천은 없는대신 우열은 있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6.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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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IAL REPORT : 전문가 기고


‘귀천’은 없는 대신 ‘우열’은 있다


‘직업은 사회의 거울’
직업은 한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화하는 직업의 흐름을 보노라면 그 사회를 이끄는 산업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은 무엇인지, 또 앞으로의 사회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도 엿볼 수 있다.

한때는 각광받던 직업이 세태의 변화와 더불어 사라지기도 하고 예상 밖의 직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직업의 변천사는 어떤 모습으로 흘러왔을까.

해방전후 우리나라 국민의 약 80~90%는 농민으로 교사, 공무원 등의 전통적인 직업을 제외하고는 직업에 특이점을 찾기 힘들다. 또한 당시 여성들이 직업을 갖는다는 것도 매우 생경한 일이었으므로 대부분 가사에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1960년대는 경제개발5개년 계획이 시작되면서 경제는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본격적인 고용이 확대됐다.
특히 가발, 섬유공장 등 제조업이 국가경제의 큰 원동력으로 작용함에 따라 이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여성들도 수출한국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물론 이런 산업화의 영향은 농촌의 젊은이들을 화려한 도시로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 역사상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던 70년대는 고도 경제성장이라는 빛과 함께 근대화, 산업화가 낳은 병폐들이 공존했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중동 붐이 일면서 건설 분야에 취업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당시 남성의 인기직업으로는 엔지니어, 은행원, 대기업사원 등이 주를 차지했다.

특히 70년대는 사무직 종사자가 어느 때보다 많이 늘어난 시기여서 타자원, 속기사로 일하는 여성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타자기는 컴퓨터에게 그 자리를 내어줌으로써 타자원 역시 ‘한국직업사전’에서도 사라진 역사속의 직업이 돼버렸다.


‘전문리크루터’ 새로운 직업 봇물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시작된 80년대는 노동집약적 직업에서 지식 집약적 직업으로 이행되면서 공장들이 하나 둘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다른 분야에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공단 근로자들은 고임금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시내버스 안내원은 이제 젊은층에게 생소한 직업이 된지 오래고 최고의 직업인으로 대우받던 증권사직원, 은행원도 변화한 산업 환경에 따라 그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90년대는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소비계층이 확대됐고 종래의 고급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문화생산 풍토가 자리 잡는 시기였다. 생활의 여유로움은 여가활동, 레저 등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문화산업의 발전을 증폭시킨 계기가 됐다.
또한 컴퓨터의 보급이 본격적으로 증가되면서 컴퓨터프로그래머를 비롯해 컴퓨터관련 직업, 인터넷관련 직업, 게임관련 직업, 전문리크루터 등 새로운 직업들의 봇물이 터졌다.

한편 문화산업이 고부가가치를 낳는 21세기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이들 분야에 종사하는 직업에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청소년이 선호하는 직업에서도 영화감독, 영화기획가, 방송작가, 가수 등 문화산업의 직업들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컴퓨터의 급속한 보급, 인터넷 이용자의 증가는 비단 우리의 일상생활만을 변화시킨 것은 아니다. 사회 환경과 산업의 변화가 서로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점을 본다면 ‘직업’ 혹은 ‘일’에서도 변화가 수반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정보화 사회의 도래는 새로운 직업을 생성하기도,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는 직업은 도태시키기도 한다.


직업의 탄생과 소멸
컴퓨터 보급이 확대되면서 수작업에 의존하던 직업들은 자연 퇴화될 수밖에 없고 여러 명이 나눠 하던 작업이 한 사람의 작업으로 단순화됐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작업자들이 서서 조립하던 시대에서 계량화된 수치가 입력된 자동화 기계에 의해 보다 빠른 시간 내에 효율적인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발간된 ‘한국직업사전’(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 2003년 2월)에서도 ‘전문가(Professional)’에 포함된 직업은 점차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다. 반면 기계 및 장비를 조작하고 부분품으로 제품을 조립하는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Plant, Machine Operators and Assemblers)’는 그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우리사회도 ‘육체활동’보다는 ‘지식’에 기반을 두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995년 이전과 비교해 볼 때 ‘한국직업사전’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직업들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자상거래, 온라인게임, 웹방송, 정보보호, 지리정보시스템 등의 직업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형태로 이미 정착한 전자상거래에서 전자상거래컨설턴트, 웹머천다이저, 웹마케터 등의 직업이 부상했다. 흔히 쇼핑몰이 전자상거래의 전부인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광의의 전자상거래는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거래와 관련된 공급자, 금융기관, 정부기관, 운송기관 등 거래에 관련된 모든 주체간의 상거래를 포함한다.

하나의 거대한 문화산업으로 자리 잡은 컴퓨터 게임분야에서도 게임기획자,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음악가, 게임시나리오작가 등 신생직업이 등장함과 동시에 그 활동영역도 세분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정부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이 승진과 명예가 보장된 자리를 뒤로하고 가업을 잇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어찌 보면 이것이 시대적 흐름을 먼저 읽고, 발 빠르게 자신의 미래를 슬기롭게 준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별히 명예스럽지 않더라도, 또 돈을 많이 벌지 않더라도 자기 나름대로의 기쁨과 보람을 가지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 바로 그것이 천직이고 유망직업인 것이다.

[한경리크루트 2003-05] 최영순/중앙고용정보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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