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별 면접보기-공격적으로 나를 팔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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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면접보기-공격적으로 나를 팔기까지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6.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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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IAL REPORT : 시대별 면접보기


공격적으로 ‘나’를 팔기까지


과거 면접은 입사가 다 결정된 후 통과의례로 인사나 나누는 자리에 불과했다. 이미 서류심사와 입사시험으로 대충 윤곽을 잡아둔 상태에서 면접이라는 전형 절차는 형식적인 자리의 성격이 강했던 것.
이러한 면접은 70년대 이후 채용절차가 체계화 되면서 실시됐다.

먼저 근대적 산업화가 시작된 60년대를 보면 기업들이 비로소 사원채용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직업은 은행원으로 여성들이 은행 대리와 결혼하게 되는 것을 최고의 꿈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고학력자가 변변히 취업해서 매달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법학과나 상과대학의 인기가 높았다. 의무교육의 시행으로 많은 수의 교사가 필요해짐에 따라 교사도 유망한 직업이 됐다.
따라서 60년대의 인재상은 절대적으로 고등교육을 마친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산업인구의 60% 정도가 농림수산업에 종사하던 시절이었다.

70년대는 2차 경제개발이 시작되면서 기술자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공과대학의 선호도도 높아졌다. 한편 5·16 군사 쿠데타의 주인공들이 국가의 주요 요직을 차지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결국 장교 출신의 군인이 유망한 직업이 되어 사관학교 진학이 새로운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기업에서도 필요한 인력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사업장 내 직업훈련을 실시했으며 이는 전체 기능 인력의 70%에 달했다.

71년 고려대에 입학했던 이석주씨는 “졸업과 동시에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당시 입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학벌이었다. 그리고 입사한 이후에는 조직에 대한 충성도 외 위계질서 유지가 중요한 기업문화였다”며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면접에서는 가정환경을 많이 물어봤다. 그러나 이미 서류심사와 필기시험을 통과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다지 큰 의미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형식의 심층면접 강세
80~90년대 초반 일반적인 채용에서는 대부분 그룹공채로 사원모집을 했다. 회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서류전형을 거쳐 영어, 전공 등의 필기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는 절차였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날 여러 개의 기업 채용시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일상화된 수시채용이 없었던 시절, ‘한번 떨어지면 끝장’인 상황이었다.

85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김상수씨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면 친구들한테 ‘소심한 녀석’이라는 핀잔을 들었던 시절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취업의 스트레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 말해도 당당할 수 있는 곳에 입사하기 위해 나름대로 치열하게 노력했다.
면접은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가족관계를 묻고, 이 회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정도였다. 관건은 자신감과 패기를 보여주는 것 이었다”라도 당시를 회상했다.

씁쓸한 일이지만 분명 채용에 ‘백 그라운드’가 중요했던 시대이기도 했다. 84년 10월에 발행된 본지의 기사 한 타이틀이 “빽이 없이도 취직할 수 있다. 오직 실력만이 떳떳한 길!”이라는 것은 이러한 현실을 잘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취업의 문은 훨씬 좁았던 것이 사실. 84년 처음으로 현대그룹과 효성그룹이 신입사원 모집에서 전직종에 걸쳐 성별을 구분하지 않겠다는고 발표해 사회가 떠들썩하기도 했다.

당시 기사에서 덕성여대 재학생 김인숙씨는 “내가 입사할 확률은 아주 불확실하다. 그러나 여대생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라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급변하는 기업문화, 이색면접이 뜬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채용절차에서 일대 혁신이 일어난 시기다. 이른바 체계화되고 과학적인 채용이 본격화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결정적인 역할은 한 것은 IMF 외환위기이다. 이후 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채용시장도 큰 변화를 맞았다.

기업들은 대규모 그룹채용을 대폭 축소하고 수시모집이나 기업별 개별공채가 보편화됐다.

신입사원 모집을 줄이고 경력직 채용을 늘린 것도 큰 변화이다. 업무에 바로 투입이 가능하고 위기대처능력이 빠른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이다.
최근 기업의 80% 이상은 채용시 가장 중요한 선발도구로 면접을 채택하고 있다.

기존 채용 기준이 지식과 스킬이었다면 지금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동기와 특질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식과 스킬은 어느 정도 훈련으로 습득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잠재된 역량은 쉽게 바뀌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학의 취업 프로그램도 면접을 대비하기 위한 실전 모의면접을 강화하고,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학생들의 적응력을 키우고 있다. 또 고시나 언론사 입사 준비생 등에 국한됐던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모의면접 훈련을 하는 등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

이에 따라 응시자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면접방법이 선보이고 있다. 성적만으로 신입사원의 자질을 판단해서는 인재들의 창의성이나 열정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색면접 도입의 배경이다.

기업의 특성에 맞게 요리를 만들거나 축구시합을 하면서 면접을 본다. 면접자들끼리 서로를 평가하기도 하며, 롤 플레잉 게임을 하기도 한다.
대한항공은 롤 플레잉 면접법을 도입했다. 업무 특성상 고객과 상대할 일이 많은 승무원을 뽑기 위해 고참 승무원이 까다로운 승객 역할을 맞는다. 음료수를 쏟는다던지,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의 다양한 상황을 만든다. 이때 응시자가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체크 포인트이다. 응시자가 얼마나 당황하지 않고 순발력 있게 상황을 해결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요리, 축구같이 해보면 사람이 보여요”
샘표식품은 3년째 4명이 한 조가 돼 한 시간 동안 쇠고기, 닭고기, 야채 등 주어진 재료로 요리를 만든 뒤 면접관들에게 작품의 주제와 특징 등을 설명하는 ‘요리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요리를 알아야 주 고객인 주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때 똑같은 재료로 누가 창의적인 요리를 만드는지, 누가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설명해 내는지, 협동심과 지도력은 누가 발휘했는지가 주요 평가대상이다.

하나은행은 ‘고객만족면접’이란 이름으로 지난해 100여명의 텔러(창구직원)를 뽑으면서 1차 면접을 고객 중 다른 기업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했던 고객들을 뽑아 면접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면접의 기본적인 기준만 제시하고 면접진행과 채점은 고객에게 일임했다. 얼마나 고객의 요구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가에 대해 고객의 직접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밖에도 신생 투자자문회사인 KSW는 애인이나 친구, 은사나 가족 등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함께 면접장으로 오도록 하는 “동반면접”을 실시했다. 주변의 동반자를 통해서 지원자의 됨됨이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구직자들 사이에 한국얀센은 ‘압박 심층면접’으로 악명이 높다. 한국얀센은 정신과 전문의까지 면접관으로 참여시킨다. “방금 한 말 책임질 수 있느냐” 등 지원자가 앞뒤 안맞는 논리나 어설픈 주장을 펴면 어김없이 날카로운 ‘압박’질문이 가해진다. 면접관의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느냐가 관건이다.

그밖에도 술을 마시며 응시자의 예절과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는 호프면접, 기존 사원이 응시자를 추천해 함께 면접을 보는 도우미 면접, 지원자의 창의력과 자기표현력을 알아보기 위한 그림면접, 피서를 함께 가서 하는 피서면접 등 이색 면접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대 직업학과 김병숙 교수는 “기존의 시험점수를 수치화한 평가시스템은 더 이상 시대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기업들은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적절하게 대등할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형식의 심층면접을 통해 인재를 뽑으려는 성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도화 사회로 나아갈 수록 면접의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기업이 인재를 뽑는 시대가 아니라 개인이 기업에게 자신을 파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그는 앞으로의 면접 방식에 대해 “이미 외국에서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자기표현 방식으로 면접을 치르고 있다”며 “최근 우리나라에도 도입되고 있는 프리젠테이션 면접은 회사와 나를 철저히 알지 못하면 통과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지원자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자신을 팔아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리크루트 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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