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별 채용변화-학점이 곧 성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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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채용변화-학점이 곧 성실성?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6.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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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IAL REPORT : 시대별 채용변화


학점이 곧 성실성?


우리나라는 9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채용시장에 대대적인 변화를 맞았다. ‘한번 들어가면 끝까지 충성하던 기업’ 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한 시점과 때를 같이한다.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맞는 인재를 뽑기 위해 전혀 새로운 방식들이 도입되었다. 95년 시작된 직무능력시험이 필기시험을 대체하고, 입사지원서와 이력서뿐만 아니라 자기소개서의 비중이 높아졌다. 기존의 통과의례쯤으로 인식되던 면접시험은 가장 중요한 채용 절차가 됐다.

산업화 초기 60년대부터 80년대 후반까지 우리나라 기업문화는 조직에 충성하고, 성실한 사람을 선호했다. 본지 84년 10월호에 게재된 당시 채용절차는 서류-필기시험-면접 이 큰 틀을 이루고 있다. 서류전형은 각 기업체의 입사지원서와 성적증명서가 기본. 문제는 학점이다.

지금처럼 토익점수나 자격증 등의 첨부사항이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인 학점이 중요했던 것. 인사담당자들이 원하는 점수는 4년간 평균평점이 3.0 이상. 이 정도면 성실성과 근면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면접은 조직생활에 필요한 사회성과 관련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묻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건방져 보이면 무척 힘들 것이라는 것이 당시 선배들의 충고이다.

필기시험은 영어와 전공시험. 모든 직종에 공통이었던 영어는 토플식으로 60개 정도의 객관식 시험과 독해, 영작 문제가 출제됐다. 많은 대학생들이 두꺼운 ‘종합영어’ 책으로 암기식 영어공부에 집중하던 시절이었다.
상식 과목이 추가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시중에서 팔고 있는 책으로 암기하면 거의 풀 수 있는 문제였다. 결국 공부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 여러모로 입시에 유리했던 채용절차라고 볼 수 있다.

기업별 채용문화의 특징을 보면 현대그룹의 경우 영어시험에 비중을 뒀다. 특별히 필기시험 합격자에 한해 영어듣기시험을 실시했다. 기아는 전통적으로 학점을 중시하는 편. 당시 인사부 이용대 과장은 “학점이 우수한 사람들이 일에서도 최선을 다하며 맡은 일을 완수해낸다”고 말한 것과 같이 학점이 곧 성실성으로 대변됐다.

교직의 경우 ‘순위고사’를 합격해야만 선생님이 될 수 있었다. 현재의 임용고시와 흡사한 순위고사 준비를 위해 각 대학은 방학마다 ‘특강’을 준비하고 학생들은 매일 5시간 이상씩 수업을 들으며 강행군을 했다. 안정적인 직업의 1순위인 교직은 당시에도 상당히 인기 높은 직업이었다.


정답 없는 직무능력시험에 당황
95년은 처음으로 필기시험 대신 직무능력시험이 실시됐다. 대기업들이 채용파괴를 내세우며 처음 실시한 입사시험에서 대부분의 응시생들은 생소하고 황당한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기존의 필기시험은 일정한 문제유형과 또 해설서가 있었다면 직무능력시험은 따로 준비할 참고서가 따로 없다는 것이 응시자에게는 가장 난감했던 부분. 이와 함께 상시채용도 크게 확산됐다. 95년 당시 본지 기획정보실 서춘현 팀장은 “95년 하반기 인력채용에 있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지식·학력 위주의 채용관행에서 벗어나 인성·창의성을 중시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기업별 특성에 맞추어 응시자들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채용제도를 새롭게 도입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채용제도’ 는 이후 인력채용의 풍속도를 상당부분 바꿔 놓았다.

95년 하반기 채용부터 현대 삼성 등 4대 그룹의 공채시험일에 대부분 필기시험을 보지 않기 때문에 면접이나 인성 적성검사로 대체되고, 현대 대우 선경 동부 해태 거평 등이 부분적으로 상시채용을 시작했다.

선경그룹은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로 입사원서를 접수하는 전면적인 상시채 용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취업전문기업인 인턴의 정정대 국장은 “필기시험을 없애고 처음 실시된 올해 대기업 신입사원 시험은 개선할 문제점들이 많이 발견됐다”며 “특히 직무능력시험을 문제은행식으로 만들어 응시생들의 혼란을 막아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혀 처음 도입한 직무능력시험에 많은 혼란이 있었음을 보여줬다.


기업에게 나를 보낸다
IMF이후 채용시장은 종종 ‘전쟁’이라는 표현을 쓴다. 절대적인 기업들의 채용감축과 경력자 중심 채용으로 신입들은 갈 곳을 잃고 있다. ‘졸업 하면 어디든 취직 되겠지’ 하던 생각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현실.
지금의 채용시장 양상은 ‘꼭 필요한 사람만 소수로 뽑는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우수인력을 자유롭게 채용,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선호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조직에 잘 적응하는 젊은이’가 70년대의 인재상이라면 요즘은 ‘개성 넘치는 전문가’를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기업들이 찾는 인재상은 한마디로 자신감 넘치는 ‘자타긍정형(WIN―WIN TYPE) 인간관계의 소유자’ 라는 것이 취업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
기업 인사담당자는 “앞으로 기업의 인력관리는 소수정예를 기초로 외부인력을 활용하는 아웃소싱 전략으로 운영될 전망”이라며 “요즘 기업이 선호하는 1순위는 매니아다”라고 전한다. 세계경제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도록 컴퓨터 영화 음악 레저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준 전문가 수준의 식견과 통찰력을 갖고 자신감 있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환영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맞춰 이제 취업준비생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팔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 이젠 대학 1학년부터 취업준비에 돌입하기도 한다.
기업체의 입사필기시험이 거의 사라진 요즘 면접은 자기소개서 작성과 함께 취업의 양대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서류전형은 부적합한 인물을 떨어뜨리는 과정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경쟁은 면접에서 시작하는 만큼 철저한 면접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면접에 가기 전 내가 지원한 분야의 일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일하는 선배들을 만나 그 일이 어떤 일인지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심리분석, 적성검사를 활용해 그 업무가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측정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논리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면접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자신 성격의 장단점을 무조건 회사에서 원하는 스타일에 맞추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 최근의 풍토다. 과거 기업들은 조직과 융화를 이루는 성실한 인재를 원했지만 요즘은 자신감 있고 적극적이며 개성을 가진 인재를 원한다.
따라서 자신의 홍보 포인트는 나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후 경험과 자신의 성격을 얼마나 알기 쉽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해당회사와 지원분야에 대한 정보수집이 철저해야 한다.

취업한파가 거세짐에 따라 업종별로 면접 패션과 스타일을 코디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취업을 위해 피부미용과 다이어트, 성형수술까지 강행하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기업 인사담당자의 80% 이상이 지원자의 외모를 본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여기서 외모는 잘남과 못남을 따지는 것은 아니다. 한 기업체 인사담당자는 “비슷한 점수일 경우 면접관들이 깔끔한 옷차림과 외형을 한 지원자에게 호감과 신뢰도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대 직업학과 김병숙 교수는 향후 채용패턴에 대해 “미래사회를 읽는 것이 능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능력 즉 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인재만이 살아남을 것” 이라며 “기업이 나를 뽑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게 나를 파는 시대가 올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리크루트 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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