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CEO, 뉴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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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CEO, 뉴 CEO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6.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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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IAL REPORT : 올드 CEO, 뉴 CEO


사명감으로 텃밭 메고…
튀는 감성으로 열매 맺고


우리나라 재벌들은 폐허의 불모지에서 맨손으로 부(富)를 이룬 창업 1세대들이다. 더러는 무리한 기업 확장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개발독재 시절의 정경유착이나 그로 인한 부도덕한 사건은 우리 현대사만큼이나 굴곡이 많아서 그들의 과오로만 볼 수는 없다.

지금 한국 기업의 초석인 주요 그룹의 창업 1세대는 거의 타계했다. 이병철 삼성회장과 최종현 SK회장, 그리고 2001년에 세상을 떠난 정주영 현대회장에 이어 지난해 11월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이 타계함으로 써 재벌 1세대 기업가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는 재벌체제를 벗어나 전문 경영체제로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세계 경제가 정보통신 분야를 주축으로 재편되면서 ‘젊은피’들이 전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40대 젊은 경영인이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창업 1세대 기업인들의 창업과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대개 어려운 여건에 서 출발해 자수성가한 경우가 많다.


경제성장 일군 성실한 코리언
절대적으로 가난했던 시대 성장기를 보냈던 그들이었기에 전반적으로 교육수준도 높지 못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성실.
“남이 자는 때 같이 자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던 고 정주영 회장이 그 본보기다. 때로는 천부적인 장사수완을 발휘하기도 하고, 모든 산업이 처음 시작될 무렵인 만큼 시대를 앞선 생각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럭키금성의 국내 최초 플라스틱 제품과 화장품, 국내최초 화학조미료를 생산한 미원그룹 등이 그 예다.

창업 1세대 기업인들은 모든 사항을 직접 챙기고 확인해야 마음을 놓는 경우가 많았다.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정보책임자(CIO) 등 세분화된 기업경영의 전문가 개념이 없었던 시절이다. 오너 스스로가 자금과 영업 관리, 심지어 기술개발 까지 관여하며 관료적 기업문화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이에 비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기술과 정보를 쥐고 있는 최근의 CEO의 모습은 확연히 구분된다. 디지털시대의 차세대 핵심주자들은 단연 IT 업계의 최고경영자(CEO)들이다.

2000년에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시대 새로운 CEO의 조건’ 에서는 인터넷 정보기술 분야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한·미·일 3국의 최고경영자 20인을 선정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새 CEO로 8명을 포함시켰다.

당시 문헌조사와 연구원 설문을 통해 선정된 8인의 신세대 CEO는 안철수(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조현정(비트컴퓨터), 이민화(메디슨), 안영경(핸디소프트), 정문술(미래산업), 김형순(로커스), 이재웅(다음커뮤니케이션), 오상수(새롬기술)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들 CEO의 전문성이 기술에 있는가, 경영에 있는가에 따라 4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신기술 창업자형 CEO로는 다이얼패드 무료 인터넷 전화서비스를 개발한 오상수 사장과 최대 회원을 확보한 다음의 이재웅 사장이 기술개발능력과 사업창출능력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됐다.


신세대 CEO 필수덕목은 벤처정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분야에 독보적인 안철수 사장, 1983년 국내 대학생 벤처창업 1호로 출발한 조현정 사장, 초음파진단기에서 생명공학부문에 걸쳐 메디슨 신화를 일군 이민화 회장,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안영경 사장 등은 ‘기술 개발형 CEO다. 이들은 기술자에서 전문 경영인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는 그룹이다.

기술 개발보다는 활용에 강점을 보이며 사업운영 능력도 뛰어난 ‘유능한 리더형’에는 반도체 장비업체와 인터넷 포털 라이코스를 운영하는 정문술 회장과 통신장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형순 사장이 선정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과 감각이 잘 다듬어져 있다는 것이다. 젊은 경제계 리더들은 우선 벤처정신이 돋보인다. 기존의 대기업에 들어가 안주하려는 생각을 일찌감치 버리고 첨단기술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창업을 감행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젊은 40대 경영자들의 등장은 산업의 무게중심이 제조업에서 정보기술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경영인의 덕목이 조직 장악력과 대외 정치력에서 창의력과 유연한 사고 쪽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곳은 컴퓨터 인터넷 금융 광고 미디어 등 젊은 세대의 참신한 사고력과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그리고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맞아 특별한 경력 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도 젊은 경영인들이 주무대다.

이 신세대 CEO들은 일하는 문화부터 ‘튀는’면이 많다.
“남들이 잘 때 같이 자면 성공할 수 없다”는 고 정주영 회장의 말이 무색하게 “잘 놀아야 잘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 인터넷 포털서비스 업체인 네띠앙의 홍윤선 사장은 주말이면 연락이 두절되는 것으로 유명했다. 토요일 오후가 시작되면 휴대폰 등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평일에도 오후 7시면 어김없이 퇴근하는 홍사장의 주말 소일거리는 교회봉사와 독서, 아이들과 게임을 즐기는 것이었다.

신세대 CEO들의 벤처업종 진출이 증가하면서 바쁜 업무 속에서도 퇴근 후와 주말시간은 철저히 가족과 자신만을 위한 일에 할애하는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 이는 주말이나 퇴근시간도 없이 일에 몰두하며 가정과 사생활을 희생하는 대기업 CEO들의 생활패턴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일은 일이고, 사생활은 사생활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기업의 발전이 곧 국가발전이라는 사명감을 가졌던 초창기 CEO, 창의적인 사고와 벤처정신으로 새로운 한국을 꿈꾸는 신세대 CEO. 이들의 간극은 넓지만 분명한 것은 처음 밭을 갈고 씨를 뿌린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경리크루트 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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