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우먼-황윤정 외환은행 외환딜러
상태바
파워우먼-황윤정 외환은행 외환딜러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6.10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EOPLE : 파워우먼-황윤정 외환은행 외환딜러


‘짜릿함으로 승부한다’



황윤정

외환은행 외환딜러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환딜러는 모두 합해 봐야 200명 정도. 그중에서도 여성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차장은 이 분야에서 ‘기네스북’을 갖고 있다.


“꼼꼼한 관심 없으면 외환딜러 못하죠. 제 적성에 딱이에요”
새벽 6시. 아침 기상과 함께 PC를 켜고 전날 밤 미국과 런던 외환시장이 어떻게 마감됐는지 체크한다. 그리고 세계시장의 주요한 정치촵경제적 이슈 체크를 위해 CNN 등 해외 뉴스까지 한 번 훑고 나면 아침 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8시 30분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국내 주요 통신업체들을 스크린하고, 그래프를 체크하면서 30분간 일일 시장 예측 리포트를 작성하면 이제야 한숨 돌리고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한순간의 판단으로 몇십억 달러를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는 직업이 바로 외환딜러. 외환은행의 황윤정 차장은 15년 전 외환은행에 첫 입사한 이후 ‘첫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수도 없이 달았다.

그는 외환은행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처음 발령받았던 법규실 금녀의 벽을 깬 당사자였으며, 외환수출입 규정을 담당했다. 그리고 지금의 외환딜러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인다면 매년 1~2명의 직원을 선발하는 6개월 해외 어학연수 프로그램도 지난 96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동안 이런 흔치 않은(?) 이력으로 사보에도 어지간히 오르내린 그녀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열심히 성실하게 한 만큼 얻어진 결과라는 것. 외환딜러 역시 자신이 원했다기보다는 외환딜러 파트에서 러브콜을 받고 택하게 된 경우다.


‘적성, 성실성’이 가장 중요
그가 외환딜러로의 본격적인 변신을 시작한 건 국내 IMF 금융위기때인 98년 2월. 당시에는 여의도지점에서 증권과 투신 분야를 맡고 있었는데 부서이동 중에 외환딜러 파트에 발탁됐다.

사실 그때까지도 그는 외환딜러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다. 관련된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외환 수출입 규정을 담당했다는 것 정도. 법규실을 거쳐 외환 수출입 규정을 맡았던 건 황차장의 전공이 법학이었기 때문이다.

전공도 아닌 데다 더욱이 여성인 그에게 책임자급 외환딜러를 해보겠느냐는 제안은 당시로서는 거의 파격적인 것이었다. 지금도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환딜러는 모두 합해 봐야 200명 정도인 데다 그중에서도 여성은 10%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외환딜러 파트로 옮겼을 때는 새벽부터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업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지금도 황차장은 새벽같이 일어나 해외 뉴스와 외환 시장을 체크하고, 오전에 외환시장이 개장하면 점심시간까지 쉴 새 없이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또 4시 30분 오후 장이 마감되면 5시 30분부터는 내부 회의, 때로는 일주일에 1~2회 고객 기업과의 저녁 식사까지. 하지만 귀가 후에도 10시 30분이면 개장하는 런던, 미국 시장을 체크하기 위해 모니터 앞에 다시 앉는다. 늘 관심과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인지라 힘에 부칠 만도 한데 그는 아직 그런 것에 피곤해하지는 않는다.

“처음엔 사실 잘 모르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보면 잘 선택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적성에 가장 잘 맞고, 지금은 연차가 지나다보니 생각만큼 그렇게 일이 빡빡한 건 아니에요. 그리고 순간순간 짧지만 느낄 수 있는 보람이 많은 일이고 무엇보다 내가 한 판단과 코멘트가 정확히 맞아떨어졌을 때 가장 행복감을 느껴요.”

그래서일까. 황차장이 꼽는 외환딜러의 자질 중 1순위는 적성이다. 외환딜러의 가장 중요한 자질에 어떤 것을 우선순위를 둬야 할지 약간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적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외환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시장이에요. 계속 거래돼야 하고, 지속적으로 변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변화에 민감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건 필수예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어렵지요. 그리고 두 번째라면 성실성을 꼽을 수 있어요. 사실 성실성이란 어디에서나 필요한 덕목이긴 하겠지만 약간은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성실성만 있다면 이를 만회하는 건 시간문제예요.”


0.1초의 승부사
외환딜러는 전문직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국제적인 자격증이나 정식 교육 코스를 인정해 주는 분야는 아니다. 이때문에 여성 인력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행정고시나 사법고시 같이 공개 시험을 통해 채용하는 경우는 계속 여성 비중이 늘고 있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시험 결과로 공개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기업체에서 중역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인력이 많지 않은 건 이런 객관적인 평가 문화가 일반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역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남성과 견주어 불리한 점을 아직까지는 찾지 못했다. 현재 기업 세일즈 파트에서 60여개의 기업을 관리하고 있지만 기업 고객은 오히려 여성이 담당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고객 기업의 담당자가 주로 남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 상대방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여성의 섬세함으로 꼼꼼히 짚어낼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강점이라는 것.

그동안 외환딜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그녀는 한참을 생각한 끝에 6개월 만에 12억원의 수익을 안겨준 사례를 들려줬다. 주고객이던 기업에 대해 위험도가 높기는 하지만 컨설팅한 패턴에 따라 투자를 한다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들어 몇 가지 거래 상품을 제시했는데 고객 기업에서도 흔쾌히 제안에 따랐다는 것. 그러고 나서 6개월 뒤 이 회사는 1,000만달러, 1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거래가 성사된 후 특별 성과급이라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성과급을 받기는 했지만 사기진작 차원이지 수익대비 성과급은 아니다”며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이렇듯 고객과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순간만 있다면 좋으련만 주식시장에서 한편이 수익을 올리면 다른 한편이 손실을 보듯 외환시장도 동시에 희비가 엇갈린다. 특히나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면 하루에도 등락이 심해 고객기업들의 상황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전에 주로 고객 기업들과 전화로 오늘의 전망에 대해 코멘트와 컨설팅을 하게 되는데 등락이 심한 날은 어떤 고객과는 웃으면서 대화하고, 또 한편으로 어떤 고객과는 울상을 지어야 해요. 그럴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지요.”
그는 외환딜러 5년차이지만 아직도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 아직까지 경험을 쌓지 못한 해외 지점 근무다. 물론 IMF 경제위기 이후 해외 지점으로의 파견 인력이 상당히 줄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요청해본 적 없다.

“만약 내가 해외지점으로 발령을 받는다면 이 역시 또 하나의 ‘첫 여성 파견’이라는 타이틀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쓴웃음을 짓는 황윤정 딜러. 멀지 않은 장래에 이러한 타이틀이 그 누구에게도 붙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경리크루트 2003-05] 김지향 객원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