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업그레이드-고용의 안전지대 ‘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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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업그레이드-고용의 안전지대 ‘전문성’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6.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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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IOR : 경력 업그레이드-시장가치


고용의 안전지대 ‘전문성’



서경순

아너스커리어 사장


고용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1세기 고용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실업에 대한 불안인데 우리는 이미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런 실업의 공포를 체험했다.

고도 성장기를 달려온 한국인들로서는 실업이란 단어와 심각하게 대면해본 일은 없다. 그렇기에 더욱더 심각한 사회 문제 가운데 하나로 부각된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성장세가 둔화 또는 정체되면서 실업이 국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세계 인구 중 실업자나 잠재적 실업자가 8억명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우리나라 또한 앞으로 예전과 같은 완전고용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즉 당분간 4% 정도의 실업률은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생산자동화는 구직자들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다.

높은 생산성으로 신규 고용을 흡수시켜버림으로써 노동자와 비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질 전망이다. 전문직이라 불리는 소수 ‘선택 받은 직업’외에 파트타이머, 비정규직이 다수를 이룰 예측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노동비용을 절감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정규직 고용을 줄이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여성과 고령자의 취업 역시 비정규직 고용을 촉진하고 있다. 이는 출산과 육아, 가사를 고려해야 하는 여성과 신체적으로 풀타임 근무가 어려운 고령자들에게 파트타임 근무가 선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고용되고, 쉽게 해직되고, 쉽게 이직할 수 있다’는 노동유연성이 일반화되면서 취직 또는 이직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떠올랐다.
물론 저마다 전문성이 다르지만 지식 근로자가 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사는 필요충분조건이 된 것이다. 여기서 지식이란 바로 현장에서 활용되는 지식을 말한다.


지식근로자의 조건
IBM 컨설팅 그룹의 로렌스 프르삭은 이런 지식을 ‘쓸모 있는 지식(Working Knowledge)’이라고 말했고, 미국 컨설팅 업체인 엔터프라이스 디자인의 로버트 던햄 사장은 ‘행동하는 지식(Knowledge in Action)’이라고 불렀다.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일을 개선, 개발, 혁신해서 끊임없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행위’로 정의하기도 했다. 따라서 자신의 일을 혁신해 몸값을 높이는 사람이라면 청소부든, 자장면 배달원이나 구두닦이든 간에 누구나 지식인이고 지식근로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식근로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최고의 업무지식을 갖춰야 한다. 최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아직 자기분야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면 그 분야 최고권위자가 실행하는 최고의 기법(Best Practices)을 익혀 자기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

둘째, 컴퓨터에 익숙해야 한다. 컴퓨터는 자기 머리 속에 존재하는 지식을 살펴보고 저장하는 강력한 수단이며 새로운 지식습득에 용이한 필수적인 도구이기 때문이다. 자료정리와 정보가공을 통한 지식창출의 주요 수단인 컴퓨터에 대한 지식은 이제 근로자의 필수기능 가운데 하나가 됐다.

셋째, 영어는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기술을 습득하려면 선진지식과 노하우를 배우는 데 영어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넷째,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 ‘어떻게’해야 하는지뿐 아니라 ‘왜’하는지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다섯째, 강력한 대인관계 기술도 겸비해야 한다. 대인관계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지식을 전수하거나 정보를 획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또 모든 직업과 사회활동에서 조직은 팀제로 운영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팀 속에서 자기능력을 극대화하는 대인관계 기술은 그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가 정신을 들 수 있다. 지식근로자는 ‘사장도 아닌데 내가 왜’라는 변명 대신 ‘어떻게 하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를 스스로 반문해야 한다. 지식근로자는 노사관계 속에 국한된 근로자가 아니라 고객에 대응하는 기업의 대표요, 주인정신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봉사하는 리더십’이 지식근로자의 필수조건이다. 그래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개선, 개발, 혁신해낼 수 있고 그것이 바로 고객만족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명분시대에서 실리시대로
미 통계청은 해마다 9월 전국 3,400여 표본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임금구조 보고서를 발표한다. 국내에는 통계청 외에도 분야별 평균임금을 조사하는 기관이 여러 곳 있다.

19세기를 풍미한 영국수상 벤자민 디즈렐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세 가지 거짓말의 하나로 통계를 들 정도였다. 그러니 임금통계를 근거로 자신의 몸값을 추정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우리 중 절대 다수가 될, 대학교육 이상을 받은 사무 관리 연구 기술 직군을 대상으로 간단히 연봉을 계산해 보자. 아래 예시는 연봉제가 잘 자리잡은 외국인 회사의 경우다.

2002년 1월 현재 신입사원 연봉은 2,000만원 정도다. 계리사(計理士)나 웹 관련 기술 등 귀한 재능이나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300만~500만원까지 더 올려받을 수 있다. 어느 분야고 경력 3년차 정도 되면 스카우트 대상이 된다. 이때 실력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2,300만~2,700만원 정도면 무난하다.

회사가 아쉬운 입장이고 본인이 강력히 원한다면 3,000만원 가까이 받을 수도 있겠으나 굳이 그렇게 무리할 필요는 없다. 무리를 하면 늘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조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6~7년차 경력을 팀장으로 데려가고 싶은 회사는 3,500만~4,500만원 사이를 제시한다.
부서의 장이 되는 부장 또는 이사급이라면 6,000만~8,000만원, 지사장이 되면 미화 13만달러 정도에서 시작한다.

위의 경우는 영어에 전혀 불편함이 없고 자신의 분야가 잘 팔리는 정보통신이나 금융 등 잘나가는 회사를 예로 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보통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임원이라 해도 4,000만원대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영어가 부족하면 앞의 예에서 20% 정도는 낮춰잡아야 한다. 이러한 급여 삭감 요인 가운데는 적절치 못한 전직, 이력서상의 장기적인 공백, 부족한 업무지식 등이 포함된다.

개인의 편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산업 편차다. 예를 들어 영업본부장이라 해도 IT업체와 소비재업체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시대에 따라 잘 나가는 업종과 그렇지 않는 업종이 있기 마련이고 그 흐름을 따라 사람들이 몰려다닌다.

99년 9월 앤더슨 컨설팅사의 최고경영자였던 조지 샤인이 22년간 일한 직장을 떠나 신생 인터넷 업체인 웹벤(Webvan)의 사장으로 옮겼다. 인터넷 붐이 가져온 가공할 흡인력은 지난 시절에 가장 선호되던 컨설팅 업체의 회장마저 빨아들인 것이다. 그 당시 일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으나 실리콘밸리에 있던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면서 아무도 특별한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5조 이상의 대기업 회장으로 수년간 근무하던 B회장은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벤처회사에 대표이사로 재직하듯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많은 이동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즉 명분이 강조되던 시절은 지나가고 실리를 추구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앞으로 얼마나 갈지는 모르나 미국의 경우 현재까지는 스톡옵션을 포함할 경우 벤처기업의 급여가 가장 높다. 실리콘밸리의 벤처는 기본급이 매우 낮으나 우리나라 벤처 가운데는 기본급부터 대기업을 능가하는 곳도 상당수 있다.


인력부문 부침 심할 듯
이와 비슷한 수준의 그룹이 스톡옵션이 있는 외국인 회사이고 그 다음이 보통 외국인 회사, 대기업, 중소기업 순이다. 또 다른 방식으로 분류해 개인의 능력으로 급여를 올릴 수 있는 직군을 본다면 연구직과 영업직을 들 수 있다.

이들 경우에는 누구와 일하는가, 본인에게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가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반면 일반 관리 사무직은 전직을 해봐도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직을 위한 나 자신의 시장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들 중에는 ‘현재 그 회사의 직원들이 얼마나 받고 있나’ ‘현재 그 업계에 비슷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버나’ ‘내가 보유한 기술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끼치는 대외적인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등이 있다.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21세기에 우리가 겪게 될 인력부문의 변화는 매우 가혹할 것으로 보인다. 그 첫째로 근무 연령층의 하향화다. 둘째로 계약직이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직업 안정성의 저해다.
정보통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이 인력 과잉인 상태에서 고용의 유연성이란 곧 계약직의 불평등한 계약과 자의적인 계약 파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미 이러한 현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탈법적인 도급계약을 이용한 근로자 파견업체의 희생자들이 생기고 있다.

급격히 진행되는 사회구조의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능력개발은 여전히 각자의 몫으로 남는 세상이 될 것이며, 저마다의 재능보다는 여럿의 힘을 빌려 일을 하는 인맥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경리크루트 2003-05] 서경순 아너스커리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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