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실업문제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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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실업문제 심각하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8.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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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IAL REPORT : 저학력자 취업 실태와 문제점


고졸 실업문제 심각하다



그간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실업고 졸업자의 실업문제는 등한시 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 정책 뿐 아니라 사회적인 관심 밖으로 밀려난 고졸 실업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준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조사’에 따르면 15∼29세 중 고졸자들의 실업률은 5.7%, 졸업 후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채 구직활동도 안하고 있는 이들까지 포함한 실질적인 고졸 ‘백수’는 28.0%에 이른다.

한 소규모 공장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말 실직한 김진철(가명·서울)씨는 올 일년 내내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고졸 출신이라는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서울 모 상업고등학교 정보처리과를 나왔으나 전공을 살릴만한 직장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웬만한 직장은 적어도 전문대 졸업이상의 학력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눈씻고 찾아보아도 김씨 같은 고졸 출신을 반기는 곳은 생산 근로직 밖에 없었다. 김씨는 “전공을 살려보려 했지만 정보기술(IT)업계에서 고졸 출신을 받아주는 곳은 사실상 거의 없다”며 자포자기 하는 심정이다.

올해 상고를 졸업한 심영진(19·경기 부천시)씨 역시 마음이 천근처럼 무겁다.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채용전문 사이트 4군데에 이력서를 올려 놓은지 몇 달이 지났지만 면접통보를 한 군데서도 받지 못했다. 심씨는 “자격증을 5개나 따는 등 만반의 취업준비를 했는데 자칫 자격증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공고를 졸업하고 군복무까지 마친 이수근(24)씨도 일자리를 못 구해 암담하긴 마찬가지다. 몇 군데 자리를 알아봤지만 웬만한 회사는 최소 전문대학 이상의 졸업장을 요구하는 바람에 사실상 취업을 포기한 상태다.
일찍이 사회 진출을 결심한 고졸자들이 방황하고 있다. 고졸 구직자들은 첫 직장을 잡는데도 걸림돌이 많다.

대졸과 전문대졸은 각각 7.1개월, 7.5개월 만에 첫 직장을 구하는 반면, 고졸자들은 그 두 배인 13.7개월씩이나 걸리고 있다. 90% 이상의 취업률을 자랑하는 실업고 재학생조차도 은행 등 금융권과 대기업으로부터는 원서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80년대 초부터 불기 시 작한 학력 인플레이션 때문에 고졸자들이 설 땅을 잃고 있다.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직장 하향 지원 경향
전통적인 고졸자 일자리를 전문대 이상의 고학력자가 잠식해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상승하고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4년제 대학 출신은 석·박사, 경영학석사(MBA)를 비롯한 해외 유학파, 공인회계사(CPA) 등에 밀려 하향지원을 하고 있고 고졸자들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출신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결국 그들에게 남아있는 직종은 이른바 ‘3D 생산직’. 그러나 고졸 출신들도 생산 근로직 취업은 꺼리고 있다. 해외 산업 연수생 유입으로 임금이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근무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졸자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편한’ 서비스 업종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 더욱이 대학·전문대 졸업자들이 과거 실업계 고졸자들이 취업하던 생산·사무직뿐 아니라 공무원, 골프장 캐디 등의 직종에 몰려 자리를 빼앗고 있다. 이 바람에 60만명이 넘는 전체 실업자 중 고졸 실업자가 절반인 3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들어온 지 몇 달도 안돼 회사를 떠나버리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 정책에서도 고졸자들은 소외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고졸 실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력·학벌 위주의 우리사회가 낳은 구조적인 문제라는 데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현재 고졸 실업 문제는 고학력 실업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며 “실업계 고등학교 교육을 노동시장 현실에 맞게 정상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9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는 고졸자 취업률은 통계의 환상일 뿐”이라며 “고졸자들도 실업정책의 주요한 대상이지만 실태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실업위원장 하인호 교사는 “고졸자들을 대졸자들이 기피하는 3D업종의 저임금 단순노동력으로 내몰고 임금 차별 등 처우에서도 불공평한 대우가 계속되는 한 고졸자들의 실업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졸 실업자들이 취업 정보, 취업 교육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그럴듯 한 일자리’ 가뭄에 콩 나듯
전문대 졸업자들의 취업사정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뿌리 깊은 학력차별에 있어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학력에 따라 직업 세계의 진입 장벽을 두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체에서 사원모집할 때 일반 4년제 대학이 기준이 된다. 이 경우 고졸자나 전문대졸업자는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응시조차 할 수 없다. 이런 진입 장벽은 다소 높낮이가 있을 뿐 거의 모든 분야와 직종에서 볼 수 있다.

대졸자는 석사학위 소지자나 외국학위 소지자에게, 전문대졸자는 대졸자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보니 이전의 실업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맡았던 일을 할 수 밖에 없으니 만족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고용시장이 점차 고학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 전문대를 포함한 대졸자 수는 32만4,000명. 7년 후인 2002년에는 48만4,000명으로 16만명이나 늘었다.
반면 대졸자들이 주로 취업하기 원하는 △30대 대기업계열사 △금융기업 △공기업 등 이른바 ‘그럴듯한 일자리’는 최근 4년 동안 29만개나 줄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1990~2002년에 각급 학교를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새로 진출한 신규인력의 학력 구성을 조사한 결과 지난 90년 고졸·전문대졸·대졸 이상의 비율이 각각 64·12·24%였던 것이 올해는 25·37·38%로 고학력화 됐다고 밝혔다.
특히 신규인력 가운데 실업계 고교 졸업자의 비중은 지난 90년 52.5%에서 올해 22.5%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전문대졸업자는 11.8%에서 37.5%로, 대학 이상 졸업자는 23.9%에서 37.7%로 크게 늘었다.

이는 제조업 내 기능공과 조립공 직종의 일자리가 줄고 고급기술 직종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1993년과 2001년 사이 산업분야별 직종의 변화를 살펴보면, 기능원이나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종사자는 48만7,900명과 32만1,100명이 각각 줄었으나, 전문가와 기술공·준전문가는 56만6,300명과 52만8,000명이 각각 늘었다.

이와 관련해 학교 졸업 뒤 진학이나 취업을 하지 않고 입대·재수· 무직 상태인 ‘실업 및 비경제활동인구’의 규모는 지난 90년 40만 167명에서 20만4,196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들 청년층 ‘실업 및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대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90년 19%(7만7,627명)에서 올해 47%(9만5,447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교육부는 “청년층의 ‘실업 및 비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 것은 고교졸업생 감소와 함께 대학진학률이 90년 33.2%에서 올해 74.2%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실업계 고교 졸업생의 경우 지난 90년에는 취업자(76.6%)가 대학진학자(8.3%)보다 훨씬 많았으나, 올해는 진학자(49.8%)가 취업자(45.1%)보다 오히려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같은 대학이라고 해도 특별한 전문기술이 없는 전문대졸업자의 취업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경리크루트 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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