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관리 - 제너럴리스트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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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관리 - 제너럴리스트의 시대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8.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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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IOR : 경력관리 - 제너럴리스트의 시대


일터는 샐러드 볼(Salad Bowl)



‘최고가 될 때까지 한 우물만 파라’
‘한국인은 일과 직장에 애착이 없다’는 기사가 2002년 11월 일간지에 보도됐다. 다국적 여론조사 기관인 테일러넬슨소프레(TNS)의 조사결과를 기초로 작성한 이 기사는 한국인의 일에 대한 애착도가 세계 최하위고 이것이 기업 경쟁력 제고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싣고 있다.

33개국의 정규직 근로자 1만 9,8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33개국 중 33위를 기록했다.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 즉 순위와 응답 내용이다. 한국인은 일과 직장에 대해 각각 36%와 35%가 애착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총체적인 애착도로 볼 때 10명 중 3명 정도만 일이나 직장에 애착을 느끼고 있다니, 이제 대부분의 조직은 더 이상 조직이 아니다. 왜냐하면 조직의 전제조건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데, 10명 중 3명만으로 어떻게 공통의 목적을 가졌다고 하겠는가.
‘한솥밥’을 먹는다는 생각도 사라졌다. 각자 갈 길을 찾아가는 동안 잠시 일도 배우며 머무는 연수원이자 샐러드 볼(Salad Bowl)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일에 대한 애착도가 직장에 대한 애착 도를 앞질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일과 직장은 같은 개념이었다.
이를 구분한다는 것은 직무중심사회인 서양에서나 가능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미국의 경우는 일에 대한 애착도가 61%로써 직장에 대한 애착도 49%보다 월등하게 높다. ‘평생직장’시대는 가고 ‘평생직업’ 시대가 확실히 도래했음을 이 조사가 증명해준 셈이다.


조직 인간의 몰락
이 조사결과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자화상은 두 가지 모습이다. 하나는 젊은 계층의 ‘비전상실 증후군’이다. 구조조정이란 미명 아래,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쉰도 안 된 나이에 평생을 바친 일터에서 밀려나는 선배들을 보며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미래모습을 너무 빨리 봐버렸다. 그래서 10년 이내에 독립한다는 것이 공통의 목표가 돼버렸다.

같은 직장에 다닌다는 강한 연대의식도 사라졌다. 대신 그 빈자리를 서구식 개인주의와 경쟁원리가 메우고 있다. 직장이라고 애착을 가질 공간이 없다. 여기에 그룹이나 집단의 성과보다는 내부경쟁과 개인성과에 더 치중한 잘못된 ‘성과주의’도 한몫을 했다.

또 하나의 모습은 중년층 이상에서 나타나는 ‘정신적인 탈진 현상’이다. 한때는 개인의 건강이나 가정까지도 뒷전으로 하고 직장 일에만 매달렸는데 지금 와서 보니 자신이 한없이 어리석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위에 있는 세대들은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고, 밑에서는 길을 비키든지 아니면 위로 올라가든지 하라며 치고 올라온다. 평생직장으로 알고 들어왔고, 신입사원 연수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고 앞만 보고 일해 왔는데 어느날 보니 직장이 약속을 저버렸다. 직장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이 짝사랑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고 배신감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일에 애착이 가고 의욕이 날 리가 없다. 젊은 세대들은 미리 자기계발도해 왔고, 시장에서는 젊은 사람만 찾으니 몸값을 올리면서 전직을 한다. 그런데 자신들에게는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고 세대교체가 이미 진행되어버린 것이다.
지난 5년 사이에 경영층의 나이가 다섯 살 쯤 젊어져버렸다. 그러니 이력서를 보내도 자신들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면접이라도 보겠다는 기업은 없다. 일시적인 탈진이라기보다는 심적인 공황상태에 가깝다.

결국 고용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최고의 경력관리다. 우리에게 생소했던 개념은 구조조정기에 가장 먼저 사표를 던지고 나가는 엘리트들을 통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고용가능성을 높이는 무기는 도전적인 업무를 한 경험과 검증된 성과다.
그것이 직장인의 성적표이기 때문에 경력직은 이력서에 학력보다 이것을 먼저 쓴다. 좋은 사회 성적표만 있다면 아무리 불경기라도 갈 곳은 많다. 나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오라고 손짓을 한다.

이런 검증된 기록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을 맡겨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찾아서 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일년이면 한두 번은 대차대조표를 결산하는 셈치고 자신의 이력서를 재검토해야 한다. 아무런 업적도 남길 것이 없다면 시간은 낭비된 것이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 떠난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기업의 경쟁력도 더 강해져 자신의 고용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전직을 하지 않더라도 가끔 몸값을 알아보기 위해 이력서를 내보는 것도 좋다. 밖에서 찾는 사람은 안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에 외부시장을 통해 내부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노동시장에 자신을 내어놓는 것은 자신에 대한 홍보도 되고, 시장가치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안정된 이윤을 내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계속하는 기업들은 한 우물을 판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도 딜레마를 겪었다. 다각화라는 유혹 앞에서다. 그 유혹을 물리친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개인의 경력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개인브랜드들은 한 분야의 전문가이거나 거기서 인접 분야로 경력을 확산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가진 자원(시간, 노력)은 유한하기 때문에 그것을 산발적으로 뿌리게 되면 영향력은 약해진다. 또 사람들의 기억은 정보의 홍수로 포화상태에 있기 때문에 한 사람에 대해서 두 가지 이상을 기억할 여력이 없다.


제너럴리스트의 시대가 다시 온다
한편, 한 우물만 파면 빨리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 안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려면 다른 악기도 알아야 하지 않느냐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전문가로서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 도중에 하차한 사람들을 수없이 볼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피터의 법칙’이라고 한다. 전문가로 남을 것이냐 제너럴리스트로 경력을 확장할 것이냐는 자신의 특성에 따라서 결정해야 한다.

스페셜리스트의 시대가 가고 제너럴리스트의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제너럴리스트는 전문성이라고는 전혀 없이 관리나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고유의 핵심역량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관리능력과 리더십도 겸비한 사람을 의미한다.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감성지능도 요구된다. 사람들의 다양성을 존중해 주고 각기 다른 강점을 발견해 내고 이를 육성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최고의 제너럴리스트다.
이러한 리더 밑에서 일해야 자신의 고용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또 조직을 떠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제너럴리스트가 부족하기 쉬운 전문 역량을 보충받을 수 있다. 이것이 상호보완적인 팀워크다.

본격적인 프리에이전트(Free Agent)의 시대가 멀지 않았다. 아웃소싱으로 조달된 프리에이전트들의 기술을 통합하고 관리촵조정하는 것은 제너럴리스트의 몫이다. 그래서 조직내부에 남을 사람은 아웃소싱 할 수 없는 소수의 핵심기술자들과, 기술을 종합하고 관리할 제너럴리스트들이 될 것이다.

조직 내부에 남아서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이냐, 프리에이전트로 뛰는 전문가가 될 것이냐는 자신에게 ‘어느 옷이 더 잘 맞느냐’로 결정해야 한다. 서구인들을 대상으로 한 어느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자신이 흥미를 가진 일을 도전적으로 해볼 기회’를 갈망한다고 응답했다.

자신이 흥미를 가진 일이라면 재미있게 할 수 있고, 도전적인 일이라면 이를 통해서 자신의 커리어를 개발하고 고용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도 일에 대한 애착도를 미국 수준인 60%대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한경리크루트 2003-07] 하영목/경력관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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