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경험담’-일+돈+영어… 한번에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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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경험담’-일+돈+영어… 한번에 ‘꽉’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11.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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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생생 경험담’-호주 (박철인·우 프)


일+돈+영어… 한번에 ‘꽉’


지난 48일간의 우프와 함께한 호주 배낭여행. 짐은 커다란 가방과 스케이트 하나가 전부였다.
우프는 외국인 농장에 들어가 그들 일을 도와주고 숙식을 해결하는 여행프로그램으로 나는 모두 세 곳의 우프를 이용했다. 우프의 일들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삶에 뛰어들어가 체험하고 그들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첫번째 농장에서는, 보통 아침 8시부터 시작한 일은 저녁 5시가 되어야 끝이 났다. 외양간 고치기, 잡초 뽑기, 집짓기, 페인트칠 하기, 나무깎기 같은 기본적인 일들이 포함된다. 그중 젖소 일거리가 가장 힘들었다. 새벽과 저녁, 하루 두 번의 소몰이와 목욕시키기….
일이 끝날 무렵에 모두의 옷과 얼굴, 손, 피부, 머리카락에조차 변이 묻었다 처음 견디기 힘들었던 냄새는 점차 적응이 되어갔다.

두번째 농장의 농장주인이자 마치 산타클로스를 연상케 하는 허연 수염이 돋보이는 데이비드, 비록 말수는 적었지만 ‘정’이 많은 남자였다. 그리고 상냥함과 친절함으로 항상 우리를 자식처럼 대해 주었던 그의 부인 제네트. 이들은 집을 짓는 중이었는데, 우리는 그 일을 도왔다.

아침에는 낫으로 잡초를 베었고, 점심식사 후에는 집짓는 일을 도와줬다. 농장에 기계가 없었던 까닭에 일은 무척 힘들었지만, 데이비드와 제네트가 너무 잘해줬기에 우리는 불평 없이 항상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일이 끝난 오후 5시부터는 자유시간이었다. 우린 그 주변의 늪지대에서 카누와 수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집 뒤쪽으로 있는 산을 산책하기도 했다. 저녁식사 후에는 캠프파이어 앞에서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간의 문화차이에 대한 열띤 논쟁도 종종 이어졌지만, 역시 잊을 수 없는 추억임은 틀림없다.

세번째는 재활용 농장으로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재활용했으며 쓰레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음식찌꺼기는 거름으로 사용했으며, 집안에 사용되는 모든 물은 ‘빗물’로 충당했다. 그래서 그런지, 물이 항상 부족했고 샤워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농장에서 얻었다. 채소가 필요하면 채소밭에서, 고기가 먹고 싶다면 기르던 닭이나 염소를 잡아다 식사를 했다.


땀 흘리는 보람
우프를 이용하면서 많은 것을 접하고 경험했지만, 무엇보다도 잊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추억은 한 학교에서 받은 초대였다. 스케이트 시범을 보여달라는 학교의 요청과 함께 ‘일일선생’으로 초대된 것.

한국에서 운좋게 인라인 마라톤대회에서 입상할 만큼 스케이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할 수 없이 기뻤으며 가슴이 설였다. 그동안 동호회에서, 시드니에서 강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한 시간쯤 스케이트 시범을 선보였다.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결정의 순간을 맞고 선택하며 살아간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듯이,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으며 결과는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
이상과 부딪히는 현실의 벽에서 자신과 타협하고 스스로를 두둔하면서 합리화 시키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시드니로 돌아온 아침, 나는 부랑자를 떠올릴 듯한 모습이었다. 때 묻고 찢어진 티셔츠와 너덜너덜해진 반바지,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모습이었다. 싸늘한 공기를 마시며 기차에서 발을 내리는 순간, 한참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지난 여행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다.

[한경리크루트 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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