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지상주의가 가져온 병폐,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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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지상주의가 가져온 병폐, 청년실업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4.06.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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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OR : 대학생 사회진출 방안


학력 지상주의가 가져온 병폐, 청년실업


우리 사회는 현재는 물론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비교적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개인과 집단의 이기주의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 국론이 분열하여 국민들에게 고통과 수난을 안겨줄 때가 많았다.

조선시대의 사대주의와 당파싸움, 일제식민지시대, 해방후 좌.우익 분쟁, 6.25민족분쟁, 이승만독재정권, 4.19 민중의거, 군사정권독재, 5.18민주항쟁, 영.호남 지역주의 등 수없이 많은 갈등과 투쟁으로 얼룩진 우리의 역사와 지금의 현실을 보면 우리는 자신의 성향이나 출신이 다르면 무조건 배척하는 심리가 팽배하다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가진 자’들의 지나친 이기심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한 대화합의 상생정신(win-win)과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것을 시급하게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는 진정한 선진 사회로의 진입을 기대할 수가 없다. 뿌리 깊게 우리의 생활속에 자리잡고 있는 지금의 ‘한국병’을 해부해보면 오늘날 대졸자 취업난과 같은 청년실업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바로 대졸자 취업난을 해결하는 열쇠라 생각되어 ‘망국적인 한국병’을 점검하고자 한다.


학력(학벌) 지상주의
우리 사회에서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학벌주의이다. 이 사상은 조선시대에 사.농.공.상으로 직업을 서열화하고 계층간 차별을 두어 학문을 중요시하는 ‘士’계층의 양반사회가 부와 권력을 집중적으로 가지고 나머지 계층은 보잘것 없는 신세로 대우하는 관습이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잔재되어 있는 것이다.

글을 배웠다든지 학문을 익혔다든지 하는 것에 따라 사회를 지배하는 주류 사회로의 진출이 결정되고, 또한 그것이 오랫동안 세습되다 보니 우리 국민의 가슴속에는 학문을 중시하는 학벌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여파로 인하여 지금 우리 사회는 대졸이 보통 학력이 될 정도로 학문에 대한 희소가치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어 이제 고졸 학력으로는 자신있게 사회 어느 곳에도 발붙일 수 없는 정도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고도성장의 경제발전을 하면서 사무실이나 생산 현장의 자동화와 업무 개선을 꾸준히 추진하여 그 역할을 담당했던 인력들을 줄였다.

그들은 대부분 고졸자로서 결국 기업체에서 방출되거나 단순 노무나 생산직으로 내몰리는 신세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최근 십여 년 사이에 실업계 고등학교는 급속히 감소하는 대신에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이 대폭 확대되었다.

우리 사회의 고학력화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지만, 전문대학보다는 4년제 대학을 너무 늘림으로써 오늘날의 대졸자 취업난을 야기한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실업계 고교생 50% 이상이 졸업후 취업하지 않고 전문대학이나 4년제대학으로 진학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고졸 학력으로 취업해서 열심히 근무해도 급여나 승진 등의 차별이 심하여 성공적인 사회 진출과 사회 생활이 어렵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학력 차별을 과감히 없애는 기업들이 요즘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기업체나 사회에서 학력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사회의 고학력화가 가속되어 결국 대졸자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져 대졸자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

학벌주의가 낳은 대졸자 취업난 와중에서 대기업의 인재 확보와 상위권 대학 출신의 구직은 그래도 비교적 용이하나, 중소기업과 중하위권 대학 출신자들은 무관심과 기피 대상으로 구인과 구직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는 빈익빈 현상이 가중되어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가 결국 구인을 하는 기업체와 사회 그리고 구직을 하는 대졸자, 양쪽 모두에게 심각한 문제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획일적이고 수동적이며 암기 위주의 과도한 학업으로 공교육을 황폐화하는 학벌주의나 학력 지상주의는 우리가 개혁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사(私)교육 공화국
학벌주의가 낳은 가장 큰 병폐가 바로 사교육 열풍이다. 지나치다 못해 가히 폭발할 것 같은 우리의 사교육병은 기성세대들의 그릇되고 이기적인 풍토에서 야기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고도 경제성장 하에서 우리의 가정은 핵가족으로 급속하게 전이되면서 한 집안에 자녀는 보통 1명 혹은 2명으로 줄어들었다.

먹고 사는 일이 안정되면서 자녀의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 과거 어려운 집안 살림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생업에 뛰어들었던 부모 세대들의 아픈 기억을 자식들이 지워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더욱 자녀의 교육에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집착은 다른 가정의 자녀보다 내 자식의 학업이 우수하기를 바라는 경쟁심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것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똑같이 공부하는 공교육을 무시하고 사교육에만 의존하는 아주 좋지 않은 풍토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사교육 열풍이다.

사교육(과외나 학원 수강)은 본래의 취지가 학교에서 부족한 분야를 보완해주는 보조 역할이나 지금은 공교육보다 우선하는 사회 풍조가 되었다.

이러한 기형적인 사회 현상으로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점과 모순을 잉태하고 있으며, 그 후유증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래서 국내의 교육 여건과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자녀들을 조기 유학 보내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지옥같은 대학입시와 사교육으로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가정의 분리까지도 불사하면서 자녀들의 교육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지나친 학벌주의가 낳은 또 다른 병폐이다.

인간이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어떻게 사느냐의 관점 중 하나가 ‘된 사람’과 ‘난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된 사람보다는 난 사람을 키우기 위해 열중하고 있다.

대학입시만을 위한 지나친 사교육 열풍은 가정경제의 커다란 부담과 불필요한 국력 낭비 그리고 비건설적인 분야로의 비용 과다 지출과 같이 우리의 경제 구조를 왜곡되게 만드는 악재임에는 틀림없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사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삶의 가치를 겉으로만 평가하는 출세지향주의가 빚은 비극적인 일이다.
사회 진출에 필요한 창의성, 도전정신, 근면성, 도덕성 등과 같은 교육은 등한시하고 주입식, 암기식 공부의 결과로만 학생들을 평가해 우열을 매기는 풍토가 우리 사회에 지속된다면 오늘날 대졸 취업난이 더욱 심화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경리크루트 2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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