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취업난을 심화시키는 망국적인 한국병(하)
상태바
대졸 취업난을 심화시키는 망국적인 한국병(하)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4.08.05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JUNIOR : 대학생 사회진출방안


한국의 병폐,‘사’우월주의와 이공계 기피현상


‘사’ 우월주의와 한탕주의
우리나라에서 부나 권력을 상징하는 직업들 상당수가 ‘사’자로 끝나는 직업들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한)의사, 약사, 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등의 계층은 우리 사회의 정치와 경제 면에서 대단한 지위를 확보하고 권세를 누리고 있다.

특히 사법고시 합격을 통해서만 가능한 판·검사와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막강한 권력과 부를 가진 직업으로 대표되고 있다.

이처럼 ‘사’자 직업은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서 그 위세가 대단하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그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젊음을 불사르며 도전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요즘 대학의 도서관은 학과 공부보다는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서울대와 명문 사립대는 물론 지방 대학에서도 붐이 일어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법대 출신이 아닌 비법대, 심지어는 이공계에서조차 많은 학생들이 고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최근에 대학입시에서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출세지향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생각보다 대단히 어려운 것이 고시 합격이다. 수십 혹은 수백대 일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합격에 이르는 길은 참으로 힘들고 험난한 과정이다.

이러한 난관을 뚫고 고시에 합격하는 사람은 응시생의 5%도 되지 않고 나머지는 고배를 마시며 다음 해를 기약하는 처지가 된다. 낙방생들은 모두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한번 더 도전하면 꼭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가진다.

그래서 고시에 빠지면 점점 더 헤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고시에 응시하는 사람들이 고시 공부하는 것 외에 다른 직업이나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것을 ‘고시 증후군’이라고 한다.

1~2번 도전해서 실패하면 자신과 인연이 없다고 생각을 가다듬고 빨리 다른 길을 찾아 그 정도의 노력을 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데도 그동안의 고생이 아까워 계속해서 고시만을 고수한다.
대학가의 고시촌에는 이렇게 인생의 낙오자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젊었을 때 어느 한 분야에 몰두해 도전하는 것은 적극 추천하고 격려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 도전이 무모하고 성공할 수 없다면 빨리 방향 전환을 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그 역할과 사명을 다해야 한다.
어느 특정 분야로 지나치게 집중하면 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으며, 그에 따라 개인의 발전도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공계 기피와 경시
앞에서 언급한 ‘사’우월주의와는 반대로 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기피하고 경시하는 분야가 바로 이공계 분야이다.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룬 원동력은 과학 기술 개발에 앞장서온 이공계 분야 종사자들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수학이나 과학 등의 어려운 과목을 공부하면서도 이공대 가는 것이, 그리고 과학기술자가 되는 것이 자랑이고 보람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 같은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국가의 현대화와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긍지와 자부심도 있었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등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사회에서도 경시하는 풍토가 은연중에 조성되고 있다.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렵게 공부해봐야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비전이란, 경제적 처우, 사회적 지위, 긍지와 보람 같은 것들이 합쳐진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이공계로 진출했을 때, 과연 자신에게 무엇이 돌아오는지를 생각하면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기업체는 이런 사실을 인지해 문제화하면서도 실제 운영하는 정책이나 일들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경제 논리를 앞세워 근시안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고위 관료직에 진출하는 이공계의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 지금의 상황은 선진국은 물론 우리보다 수준이 낮은 중국까지도 정부의 고위 관료직에 이공계 출신을 중용하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일반 기업체에서도 이공계 출신이 우대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의 핵심 요직 부서에서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대개 이공계 출신을 중용하지 않는다.

공장이나 연구소 그리고 개발 업무 이외의 관리 부서에 이공계 출신이 진출하면 외도로 여기는 분위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Top 경영층에 진출하는 이공계 출신의 비율이 높지 않은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소득이 매우 높으며 안정되고 편안한 생활이 가능한 의사 선호 의식은 한층 높아져 (치)의예과, 한의학과 등의 의과 대학에 입학하려는 성적이 우수한 이과 학생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의식으로 대졸자 취업생들은 안정되고 편하며 보기 좋은 대기업이나 사무직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으나 3D 업종과 중소기업 이공계 분야로의 진출은 매우 기피해 우리 사회는 왜곡과 편향 그리고 모순된 노동인력 구조로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울러 이공계의 우수한 학생은 물론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한다면 우리 나라의 과학 기술 개발 미래는 매우 밝지 못하고, 결국 국가 경쟁력의 약화라는 엄청난 후유증을 낳는다는 사실을 기성세대와 대학생들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경리크루트 2004-0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