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상트 페테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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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상트 페테르부르크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4.08.0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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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CULTURE : 여행 - 상트 페테르부르크


古都의 또 다른 선물
백야 축제와 설원의 낭만


상트 페테르부르크 (Saint Petersburg)는 18세기 초, 러시아 절대주의 왕정을 확립한 표트르 대제(Peter The Great)가 만든 도시이다.

처음에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라고 했다가 1914년 페트로그라드로 개칭되었고, 1924년 레닌 사망 이후, 이를 기념하여 레닌그라드로 바뀌었다. 그 후 1991년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본래 이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되찾았다.

러시아가 유럽 열강의 대열에 막 들어선 때에 발트해 지배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였던 이 도시는 그 이름의 변화만으로도 300여년 동안 변화무쌍했던 도시의 흥망성쇠를 읽을 수 있다.

제정 러시아의 심장부로서, 지리적으로 모스크바보다 서쪽에 위치한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대문호 푸시킨이 ‘유럽으로 열린 창’이라 했을 만큼 서유럽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러시아의 그 어느 곳보다 유럽의 색깔이 짙은 도시이다.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건물들과 자작나무 숲, 설경(雪景)이 만들어내는 파스텔톤은 마치 한편의 시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적 도시로 지정할 만큼 도시 자체가 낭만이고 예술이다. 표트르 1세 등 역대 황제는 페테르부르크 건설을 위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건축, 조각의 거장(巨匠)들을 초청하였고, 엄청난 자원과 물자를 쏟아부었다.

키로프 기념극장, 고리키 문화궁전을 비롯한 네바강 강변에 알렉산드르네 프스키 수도원, 성(聖)이삭 성당, 모스크바 바실리성당을 닮은 예수부활성당 등 역사적인 건물들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잘 보존되어 찾는 이에게 기쁨을 준다.

위도상으로는 북쪽에 있지만 대서양의 영향으로 모스크바보다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보이며, 6∼7월에는 백야(白夜 : 하지 무렵 고위도 지방에서 밤에도 해가 지지 않고 수평선 위에 떠 있으며, 어스름한 여명 상태가 계속되는 현상으로 낮 시간이 16시간 정도 지속)가 계속된다.

불편할 것 같지만, 여름 이외에는 햇빛이 드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정작 러시아인들은 백야를 반가이 맞이한다.
해마다 이 기간에는 백야축제가 열리는데, 고풍스러운 거리와 도시 곳곳을 흐르는 강을 따라 계속되는 불꽃축제와 음악 소리는 하얀 북구의 여름 밤을 환희로 가득 채운다.

약간의 호기심을 가지고 축제에 참가한다면, 낙천적이고 진솔한 러시아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초여름 내내 계속되는 축제는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깝지만 그 중에서도 마린스키 극장의 공연이 백미다.

이 극장은 알렉산드르 2세의 왕비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에 해당되는데, 러시아 고전 오페라, 발레 작품뿐만 아니라 해외의 작품들도 많이 상연되고 있어 세계적으로 그 명성이 높다.

백야축제가 끝나면 ‘재즈 페스티벌’ ‘록 페스티벌’ ‘얼터너티브 음악축제’ 등 1년 내내 축제가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유히 흐르는 네바강 기슭에 자리한 에르미타쥐 박물관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런던의 대영 박물관과 함께 세계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역대 황제들이 겨울궁전으로 쓰던 350개 이상의 방들 안에, 다빈치의 작품부터, 고흐, 르느와르, 세잔, 피카소 등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까지 수백만 점의 미술품과 소장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모든 작품을 보려면 한 작품당 1분씩만 본다고 해도 5년이 걸린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엄청난지 알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교외에 있는 레피노 박물관 방문을 권하고 싶다. 19세기말 러시아 최고의 화가였던 레핀을 기려 만든 이 박물관은 자작나무 숲과 바다가 만나는 레피노라는 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러시아 대화가의 자취가 남아 있는 아름다운 아틀리에와 예쁜 카페가 작품 감상은 물론 이곳 카페에서 ‘샤슬릭’이라고 하는 러시아식 꼬치구이도 맛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의 봄, 가을 기온 정도인 여름철이 여행하기엔 적기이지만,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설경은, 이를 본 사람이면 누구든 로맨티스트로 만들어버릴 만큼 인상적이다.

재미있게도 러시아인들은 머리 속까지 얼어붙는다고 하는 겨울에도 삼삼오오 모여서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다. 러시아 전통 아이스크림은 서구의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맛이 풍부해 관광객들의 선호도도 높다.

이런 러시아인들을 보면 “사람은 자기자신을 걱정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사실은 사랑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중)”라고 말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떠오른다.

[한경리크루트 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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