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우먼-신현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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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우먼-신현림 시인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4.09.0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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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파워우먼


삶, 아프지만 아름답다



신현림 시인


1996년 ‘세기말 블루스’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인 신현림이 8년 만에 아픔과 외로움, 인간이란 화두 속에 사랑을 담아 돌아왔다.

그녀의 세 번째 시집, ‘해질녘의 아픈 사람(민음사)’. 제목에서 아픔이 묻어난다.
“두 번째 작품 이후 8년을 지나오면서 그간의 시대적 아픔과 도시, 육체의 문제 또 덧없이 흘러가는 삶에 대한 작가로서의 진지한 고민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소외감과 외로움, 인간 존재의 쓸쓸함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들과 현대사회가 가진 사회 구석구석의 문제들을 나의 육성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시인은 현실을 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산이나 바다를 보며 아름답게 시 한 수 읊조려야 할 것 같은…. 그러나 시인은 현실을 살고 있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가혹한 세월에 축배/ 잊어도 기억나도 서글픈 옛 시절에 축배…/ 할 수 있는 건 갈 데까지 가보는 거/ 피토하듯 붉게 울어보는 거/또 다른 삶을 그리워하다/ 거미처럼 새까맣게 나서 죽어 가는 거’
(시 ‘어디에도 없는 사람’ 중)

“헝그리 정신입니다. 네 살짜리 딸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으로 살며 끊임 없이 일해야 했지요. 이 헝그리 정신으로 글도 치열하게 쓰고 삶도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부대끼고 살아오면서 그녀는 자신의 음성을 잃지 않고 그 속에 세월과 삶, 자신을 실어 시 한 편, 한 편을 엮어내고 있었다.
해질녘의 아픈 사람, 싱글맘, 너는 약하지만 강하다 등 5부로 구성되어 약 60여 편의 시가 묶인 ‘해질녘의 아픈 사람’에서 시인은 현실과 도시를 사는 사람들의 삶의 고단함과 아픔, 쓸쓸함 등을 읊조리지 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그 속에 끊임없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사랑, 희망을 담는 것을 잊지 않은 까닭이다.


신현림의 ‘희망블루스’
“시대가 중심 없이 휘청거린다는 생각을 합니다. 외모지상주의와 거품으로 가득 차는 등 건강하게 흐르지 못하죠. 새로운 좌표, 화두를 찾고 사람들이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희망이 무엇일까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삶이 아무리 지나친 무게로 다가와도 그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것은 삶의 무게 속에 희망 또한 담고 있기 때문이리라.
신현림 씨는 그 삶의 희망을 담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조선일보에 ‘신현림의 희망블루스’를 게재하고 있다. 중심 없이 휘청거리는 이 시대의 희망을 좋은 글과 작품들 속에서 찾아보고 싶었다는 그녀.

좋은 글과 좋은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일까? 자칫 냉소와 비판적인 언어, 욕설로 가득하기 쉬운 인터넷 게시판이지만 ‘희망블루스’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은 따뜻하고 진솔하다.

남들보다 늦게 대학에 들어가 책을 읽고, 때론 서점에서 살다시피 하며 시를 쓰고 치열하게 공부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는 신현림 씨는 “20대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20대는 자기 자신의 습관, 생각 등 자신의 내면과 기본을 닦는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인터넷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심도 있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다양한 책과 관심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폭넓게 공부해야 합니다. 책을 읽지 않는 국민과 젊은이들에게 비전은 없지 않겠어요?”

「문득 정성들인다는 의미가 뭔지 생각해 봅니다. 30여년 간 휴일도 없이 가게 문을 열고 일하신 어머니. 늘 안쓰럽고 갑갑했는데, 그것이 온 정성을 들여 살림과 양육에 자신을 바치신 것임을 압니다. 8년 만에 제 세 번째 시집을 내면서 삶은 정성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과 뭐든 자신을 다 걸어야 보람 있음을 이제 알겠습니다.
(2004년 7월14일자 희망블루스 중)」

‘삶은 정성…’, 그 정성을 담아 시집을 냈고 오는 9월에는 10년간 찍어온 사진들을 모아 사진작가로의 첫 사진전(9월 22일~10월 6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룩스)도 열 계획인 신현림 시인.
그 시인이 살아온 삶의 정성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여러 모양으로 적실 수 있을 듯하다.

[월간리크루트 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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