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력’에 대한 연구에 기업의 장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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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력’에 대한 연구에 기업의 장래가 달려있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4.09.0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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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IOR : 여성사회시대-이브올루션


‘여성인력’에 대한 연구에
기업의 장래가 달려있다


2주전 동료와 국내 건설회사에 프레젠테이션차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회사의 전무님께서 책 한 권을 주셨다. 책 내용은 미국의 유명한 브랜드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 여성의 사회 진출에 따른 여성의 경제력 강화와 실제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따른 기업의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방향과 대비책에 대한 내용이었다.

눈길을 끈 것은 책 서두에 나온 ‘EVE’와 ‘EVOLUTION’의 합성어인 ‘EVEOLUTION’이란 단어였다. 일종의 트렌드를 반영한 유행어이긴 하지만 이미 선두 기업들은 제품 구매에 미치는 여성들의 영향력에 대한 예측과 대비를 최근 10년 이상은 해왔기에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이제는 여성이 어떤 자동차를 사고, 어떤 브랜드의 아파트에 입주할지를 결정하는 시대이다.

한국의 가임기 여성 출산율은 1.17명으로 한 가구당 자녀수가 두 명 이하가 태반이다 보니, 20년 후에는 국가 경쟁력을 고려해서라도 지금보다도 더 많은 수의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게 되리라는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조단위의 사교육비 증가, 천정부지인 아파트 값만 보더라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여성이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자아실현’ 이라는 측면보다는 ‘경제력 취득’ 측면이 점차 강해지리라 보며, 기업은 내부 고객으로서의 ‘여성인력’에 대한 연구가 ‘여성고객’의 측면만큼 이루어져야 한다.


상담 사례 1. 2002년 10월
외국계 소비재 회사에 입사한 지 2개월 정도 지났다는 한 여성으로부터 상담 전화를 받았다. 미혼시절 근무했던 국내기업이 결혼하면 다니기 불편한 분위기라 퇴사를 결심했고, 그후 6개월 정도 쉬면서 영어공부 및 외국계 기업 취업 준비를 집중적으로 하였으며, 현재의 외국계 기업 회계팀에 입사했는데 입사하고 한달 정도 지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알게 된 회사가 입사 초기 3개월은 수습기간으로 얼마든지 회사에서 해고가 가능하니, 그 달 말일자로 회사를 퇴사하였으면 한다는 통보를 했다고 한다. 본인이 일부러 임신하여 회사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계획한 것도 아닌 당연히 축하해야 할 자연적인 섭리인데 수습기간 운운하며 퇴사를 종용하는 게 너무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법적으로야 본인이 유리하겠지만, 이렇게 서로가 마음이 상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시정된다고 해서 직장에 다시 나간들 호의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없으며 더군다나 임신 초기라 예민하고 긴장된 상태에서 꼭 법적인 조처까지 해야하는지 그 외에 다른 방도는 없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결국 이 여직원은 속상하지만 어쩔 수 있겠냐며, 서로 상처주지 않는 길은 본인이 그냥 조용히 퇴사하는 것이라며 회사를 그만 두었다.

> 의견 - 이 여직원이 말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부분도 있다. 실제로 이 여직원은 기업이 채용할 당시에 기대한 업무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서 회사 입장에서는 임신을 빌미로 퇴사하기를 바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제 이런 문제에 좀 더 민감해져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사례는 선진국에서 보더라도 ‘전국적인 불매 운동’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으며 여성인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기업의 특성상 회사에 대한 ‘기존 인력’의 충성심에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상담 사례 2. 2003년 2월
후보자를 고객사에 추천하기 전의 인터뷰 과정에서 ‘왜 전직을 원하는 가?’에 대해 헤드헌터들은 꼭 체크를 하며 고객사에 보내는 ‘후보자 보고서’에 그 이유를 작성한다.
외국계 명품회사의 상품기획 머천다이저를 찾는 포지션을 진행할 때 만나게 된 한 후보자는 유명 사립대학교 및 국제경영학 대학원 석사 출신에 국내 대기업 근무 경력을 갖고 있는 그야말로 ‘엘리트’라 불릴 만한 여성이었다. 4대 1정도의 경쟁을 이겨내고 외국계 명품 브랜드의 상품기획담당자가 된 그녀가 입사 후 메일을 보내왔다.

내용은, 최종인터뷰에서 사장님이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고자 하는가?’ 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한다. 이에 대해 후보자는 “만일 현재 회사가 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현재 회사에 계속 근무를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혼한 여직원이 다닌 사례가 없으며, 결혼과 동시에 퇴사하는 것이 회사에서 암암리에 무단으로 종용됐다면 그야말로 법정소송까지 갈 일이 된 만큼 시대가 바뀌었지만, 내 스스로가 그 모든 불합리에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금년 5월에 결혼 일정이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린다”고 했다 한다. 이에 대해 이 회사의 사장님 말씀은 다음과 같았다. “결혼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이며, 더욱 성숙된 사회인이 되는 과정이다. 왜 이런 좋은 일을 회사에서 반대해야 하는가? 당신이 이번 면접에서 떨어진다면 그것은 결혼이 바로 코 앞에 있어서라기보다는 당신이 갖고 있는 경력과 실력이 현재 우리의 요구사항에 맞지 않아서이다.”

의견 - 현재 이 여성은 이 회사에서 든든한 핵심인재로 자리잡고 있으며, 물론 결혼생활도 행복하게 잘 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은 본인이 받은 감격스런 혜택에 있어 무겁게 입을 다물고 있기보다는 그 자리에서 감사를 표현하거나 주변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에게 그 고마움을 알리는 성향이 있다. 어떤 직원이 이렇게 성숙한 경영관을 가지고 있는 회사와 그 최고 경영자에게 헌신하지 않겠는가?


여성들 셋 이상이 모여 있는 것을 보면 그 방대한 ‘수다’와 스스럼 없는 ‘친화력’에 놀란다. 조금만 그 자리에 있다보면 우리는 손쉽게 그 여성의 직업과 가족관계 심지어 현재의 고민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정보를 얻고자 하는 호기심’과 ‘정보를 받아들 이는 능력’과도 관계한다.

이러한 여성들이 이제는 사회 경제 각계에서 본격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한다. 위세 있는 정치가나 재력가의 모임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감성으로 교류한 많은 여성들의 사적인 집단과 모임의 영향력과 결속력은 실로 대단하리라 보인다.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는 기업의 장래가 과연 존재할까?
기업들은 구매자로서의 여성 고객뿐만 아니라 모든 각도에서 연관된 여성 단체, 여직원 협회 등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점차 늘어나는 여직원들은 조직 분위기를 조정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회로 진출한 여성들이 취득한 엄청난 경제력과 기호는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성공적으로 설정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브올루션(EVEolution) : 이브(Eve)와 진화(Evolution)의 합성어. 1960년대 이후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의미하는 용어임.

[월간리크루트 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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