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직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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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직업이야기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5.08.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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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RECRUITING : 만화로 보는 직업이야기


달콤한 케이크에 빠져 보자고요~



- 따끈따끈 베이커리, 서양 골동 양과자점


요즘 번쩍 하고 ‘뜬’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는 ‘파티셰’라는 다 소 이색적인 직업이 나온다. ‘옥탑방 고양이’, ‘파리의 연인’, ‘사랑 을 그대 품 안에’, ‘발리에서 생긴 일’ 등 신데렐라와 캔디의 조합·변 조형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은 아르바이트, 계약직 등 비정규직을 오고갔지 만, 그 계보를 잇는 김삼순 만큼은 분명한 자기 직업과 세계관을 갖고 있 어 매력과 존재감을 더 세게 심어준다.

김삼순이 여러 가지 모양의 케이크를 하나하나 먹어보면서 케이크의 재료 와 유래, 원산지, 그리고 신선도와 배합률을 정확히 짚어내며 맛에 몰입하 여 마치 대장금처럼 ‘맛을 그리는 능력’을 보여줄 때 김삼순은 노력 없 이 왕자에게 시집갈 궁리를 하는 (또는 드라마 스토리가 지나친 우연을 남 발해 해피하게 시집가는) 그저 그런 류에서 탈피하게 된다. 여기서 직업적 인 호기심이 발동한다.

파티셰란 단순히 제빵사라고 말하기에는 하는 일이 많다. 다양한 케이크 와 과자를 만드는 일 뿐 아니라, 케이크가 중심이 되는 파티의 식단 프로 그램을 만들어 케이크 요리와 테이블 스타일링을 모두 책임진다. 물론 유 능한 파티셰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케이크의 모양과 맛이겠지만 그 날 파티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도 파티셰의 몫이다.

<따끈따끈 베이커리>(하시구치 타카시, 대원)에는 천재적인 제과 제빵 기 술자 소년이 나온다. 어릴 때부터 빵을 무척이나 좋아해 빵 만드는 데 온 시간과 정열을 쏟아 붓는 소년 아즈마는 중학교 졸업 후 무작정 제빵사 시 험을 보러 동경으로 간다. 일본 최고의 체인 제과점 ‘빵타지아’에서는 신입 제빵사 시험이 한창이고, 아즈마는 시험 경쟁자였다가 친구가 된 카 와치와 나란히 합격한다.

특히 아즈마는 자기만의 기술로 독특한 빵을 만들고 그 맛 또한 놀라워서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 첫 시험에서 아즈마가 내놓은 빵도, 아즈마가 좋아하는 빵도 역시 ‘재빵’ 시리즈. 일 본식 빵 맛을 가미한 재빵은, 후지산 모양으로 가운데가 산봉우리처럼 불 쑥 올라와 있고 뒤집으면 움푹해서 소스를 담아 먹을 수 있는 빵이며, 일 본식 겨자소스를 넣어서 약간의 매콤한 맛을 가미한 식빵, 누구나 쉽게 만 들 수 있다는 컨셉으로 선보인 ‘전기밥솥 빵’ 등 기상천외한 모양과 맛 의 빵을 내놓는다.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레시피까지 등장하는 이 만화는, 아즈마가 ‘상삐 에르’라는 경쟁 빵집과의 빵 대결에서 선보인 빵이나 전기밥솥의 온도를 이용해 빵이 익는 과학적 원리부터, 식초간장을 넣어 일본식 맛이 나는 빵 만드는 법까지 상세히 알려준다. 아즈마의 빵은 맛이 좋을 뿐 아니라 빵 이론 또한 정교하다. 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허구한 날 빵을 만들면 서 보내 온 아즈마의 가상한 노력 덕도 있지만 사실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난 아이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의 체온보다 낮은 손의 온도가 아즈마는 비정상적으로 높아 빵을 반죽할 때 최상의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천방지축에 바보처럼 보이지만 빵을 만들 때 빵 자체에 몰입하는 아즈마 의 열정은 실로 대단하다. 누구도 아즈마를 이길 수는 없다. 사람들은 아 즈마가 타고난 ‘태양의 손’ 덕분에 빵 천재가 된 것으로 알지만 그 능력 을 십분 발휘하는 데는 역시 아즈마의 쉼 없는 노력이 뒷받침돼 있다는 사 실이 중요하다.


세 남자의 얽힌 관계가 주 스토리라인인 독특한 만화도 있다. <서양 골동 양과자점>(요시나가 후미, 서울문화사)은 주택가 안쪽 골목에 ‘안티크’ 라는 아주 작은 케이크점을 차려놓은 세 남자의 이야기다. 도대체 보이지 도 않은 골목길의 작은 숍이 장사가 될까 싶은 곳인데 그 뛰어난 맛을 한 번 본 손님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

주인은 타치바나라는 묘한 느낌의 젊은 남자. 그리고 천재 파티셰로 ‘오 노’라는 예쁘장한 남자가 등장하고 여기에 과거 천재 복서 칸다가 가세한 다. 챔피언에 등극할 만큼 유능한 복서였지만 ‘망막박리’라는 병에 걸 려 권투를 그만두게 된 칸다는 본래 케이크 광이었던 덕에 이 곳 안티크 에 들어와 케이크를 맘껏 먹으면서 무작정 서빙을 시작한다.

이 만화의 주된 소재는 빵이나 케이크 같은 ‘양과자’이지만 실은 이 세 남자의 오묘한 애정관계들이다. 오노는 케이크나 빵만 잘 굽는 것이 아니 라 남자들의 마음도 단번에 구워버리는 ‘마성의 게이’였다. 사실 오노 는 과거에 타치바나에게 반해 그에게 접근했다 단번에 거절당한 일로 깊 은 상처를 입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타치바나에게 고용되었냐고? 그런 인과관계를 치밀하게 따 지려고 하는 것은 이 만화에 어울리지 않는 태도다. 복잡하고 섬세한 동시 에 이해 안 가고, 그런데 또 너무 정교하고, 코믹하고, 무엇보다 읽을수 록 그 안에 점점 세게 빠져드는 것이 작가 요시나가 후미의 매력이다.

<따끈따끈 베이커리>는 직업인으로서 성장해가는 과정, 난관, 갈등, 그 리고 로맨스와 경쟁 구도를 고루 갖추고 코믹하게 진행되지만, <서양골동 양과자점>은 세 사람의 캐릭터와 인물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서 그게 또 묘하게 재미있고 코믹하다. <따끈따끈 베이커리>의 신나는 재 미가 달콤한 초콜릿 크림케이크에 비한다면, 담백한 가운데 묘하게 끌리 는 맛이 일품인 고구마 케이크나 티라미수는 <서양골동양과자점>에 가까 울 듯하다.

[월간 리크루트 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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