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 전남 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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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 전남 군산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8.06.2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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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CULTURE: 국내 여행 - 전남 군산


군산역, 역사 속 아픔과 감동의 산증인























해망굴 입구의 ‘영자미장원’ 같은 낡고 오래된 간 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도저히 빠져나가지 못할 것만 같은 미로, 두 사 람이 지나가기에도 부족한 비좁은 골목길, 사람 사는 모습이 사라져버린 폐가, 연속으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그러다 문득 뒤돌아보면 낮은 지붕들 뒤로 바다가 보이고 바람이 불어와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군산과 익산(과거의 이리)을 잇는 철길, 호남선의 지선인 군산선은 일제강 점기인 1912년 3월 6일 호남선 강경-이리 구간과 동시에 개통됐다. 군산 역 건물은 그때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의 전통적 목조 양식에 따라 직사각 형 형태의 단층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애초의 건물은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사라졌다. 1960년 재건축되었고 여러 차례의 개보수와 외관 개조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군산역의 첫 차는 오전 7시 20분에 출발하며 이 열차는 익산을 거쳐 전라 선 구간에 올라 전주까지 달려간다. 3량으로 편성된 첫차는 근로자들의 통 근열차이자 학생들의 통학열차이다. 낮 시간대에는 노인이나 주부들과 여 행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익산에 가서 KTX로 갈아타고 수도권을 오가는 사 람들이 많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1,300~1,400명 선이고 연간으로 계산하 면 22만~23만명 수준이다. 군산선 이용객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태평양 전 쟁 시기인 1943년으로 연간 60만명을 넘었다. 지금처럼 이용객 숫자가 급 감한 것은 군산-익산 간 시외버스가 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탓이다. 기차 요금이 버스 요금의 절반 수준인데도 열차 이용자가 적은 것은 비단 군산 선만의 사정은 아니다.

새벽에 ‘반짝’ 군산역 앞 새벽시장

군산역사 앞 광장은 새벽이면 시장으로 변신한다. 추석과 설날만 쉬고 1 년 내내 펼쳐지는 장이다. 익산을 출발한 첫 기차가 군산역에 닿는 시각 은 오전 6시 50분. 할머니들은 각자 집에서 농사지은 채소를 역 앞 광장 에 풀어놓는다. 이 반짝시장은 일명 새벽시장, 도깨비시장, 군산역시장으 로 불린다. 할머니들의 물건은 오전 8시를 지나면 거의 다 팔려나가고 파 장 분위기로 넘어간다. 약간의 돈을 손에 쥔 할머니들은 이것저것 생필품 을 역 앞 상설시장에서 장만하고 오전 9시에 익산으로 출발하는 열차를 타 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지금의 군산역은 2007년 12월 20일 군산선 철길이 장항선과 이어지 면 자신의 책무를 내흥동에 들어서는 군산신역에게 넘겨주게 된다. 군산선 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는 것이다. 대야역과 개정역 중간에서 시작되는 새 로운 군산선 철길은 군산신역과 금강 하구둑을 지나 장항선 열차의 종착역 인 장항역과 하나로 이어진다. 그 길이는 17.1㎞이다. 이렇게 되면 군산 지방 사람들의 서울 나들이는 익산역에서 호남선으로 갈아타는 방법 외에 장항선을 이용하는 방법이 추가돼 한결 편리해진다. 금강 하구둑의 바다 쪽으로 부설된 철길은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찻길이라는 기 록을 보유하게 된다.

군산역 관계자는 “앞으로 장항선 열차 종착역은 장항이 아니라 익산역으 로 변하고 군산선이라는 이름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대신 대야역과 지금 의 군산역을 잇는 철길 명칭은 군산화물선으로 바뀔 것이다”라고 말한 다.
















철새도래지 금강변 조망대로 철새를 관찰

금강 하구둑 사거리를 지나 동쪽으로 조금 더 가면 금강철새조망대(군산 시 성산면)에 닿는다. 천수만, 해남 고천암호, 창녕 우포늪 등과 더불어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금강변에 세워진 이 조망대는 금강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들을 관찰하면서 철새의 생태를 자세하게 배울 수 있는 학습장소이 다. 1층은 조류의 진화과정과 철새들의 장거리 비행원리 등을 학습할 수 있는 상설전시실과 영상관, 2층은 동물표본실과 수족관, 9층은 곤충디오라 마관, 10층은 회전레스토랑, 11층은 조망대로 꾸며졌다. 야외에는 철새신 체탐험관, 금강조류공원, 식물생태관, 부화체험장 등의 시설이 들어서있 다. 군산나들목에서 철새조망대까지의 거리는 약 6.5㎞, 금강 하구둑에서 의 거리는 약 1㎞이다. 금강철새조망대의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 후 6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이 다.

군산시내에는 특이한 철길이 하나 있다. 이름은 페이퍼코리아선. 1944년 4 월 4일 개통된 철길이다. 군산시 조촌동에 소재한 신문용지 제조업체 페이 퍼코리아사의 생산품과 원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군산역과 페이퍼코리아 공장 사이에 철로가 놓였다. 총 연장 거리는 2.5㎞밖에 안 된다. 이 가운 데 낡고 오래된 살림집들 사이를 통과하는 구간은 경암사거리에서부터 군 산경찰서와 구암초등학교를 지나 원스톱주유소에 이르기까지 1.1㎞ 정도이 다. 이 구간이 디카족들의 출사 대상지로 각광받고 있다. 위태로운 철도 운행 장면을 사진에 담고자 매일매일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1960, 70년대의 풍경을 만나보고 싶다면 해망동을 산책해본다. 군산내항사 거리, 수산물종합센터를 지나 첫 번째 신호등에서 좌회전, 공영주차장에 차를 댄 뒤 해망동 골목 탐험을 시작한다. 부두 노동자들이 모여 살던 해 망동은 군산 내항이 그 기능을 잃으며 함께 쇠락했다. ‘아트 인 시티 2006’이라는 공공미술사업이 펼쳐지고 나서야 기운을 잃었던 동네는 다 소 활력을 되찾았고 바람개비며 벽화 등을 보려는 디카족들의 발길이 늘어 났다. 해망굴 입구의 ‘영자미장원’ 같은 낡고 오래된 간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도저히 빠져나가지 못할 것만 같은 미로, 두 사람이 지나가기 에도 부족한 비좁은 골목길, 사람 사는 모습이 사라져버린 폐가, 연속으 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그러다 문득 뒤돌아보면 낮은 지붕들 뒤로 바다가 보이고 바람이 불어와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계속해서 언덕길을 오르면 월명공원의 산책길에 닿 는다. 해망동 골목길이 그나마 삭막하지 않은 것은 군데군데 페인트로 쓰 인 몇 편의 시편들 때문이다. ‘금난초 해망마을’, ‘해망동에 듣는 다’, ‘그때를 아시나요’, ‘도선장 불빛 아래’, ‘해망동’ 등등의 제 목을 가진 시들은 무너져내릴 듯한 담벼락에, 녹슨 보일러에, 옥상 울타리 에 자유롭게 자리를 틀고 앉아 여행객들에게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 다.

[월간 리크루트 2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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