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파워 - 유정환 (주)진로 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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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파워 - 유정환 (주)진로 노동조합 위원장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8.10.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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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POWER: 휴먼파워 – 유정환 ㈜진로 노동조 합 위원장


자본과 노동 잘 어우러져야 좋은 제품 생산


진로 노동운동의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 한 (주)진로 노동조합 유정환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진로 이천공 장을 찾았다. 그는 진로의 국민기업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통감한다며, 앞으로도 노사가 지역사회의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 서로 상생하는 상호존 중의 관계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1974년 3월 14일 화이트 데이에 설립된 (주)진로 노동조합은 굴곡의 역사를 넘어 힘차게 노사 상생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여기 에는 1979년 진로에 입사해 내년이면 30년을 꽉 채우는 진로맨 유정환 위 원장이 있다. 1999년에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유 위원장은 1500여 명 조합 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3년 임기인 노동조합 위원장직 을 4선째 취임해 임무를 수행 중이다. “현업에 있을 때 뭐든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노조 일도 열심히 할 것이라 여겼는지 추천이 되어 노 동조합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큰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리가 사람을 만들 듯이 앞만 보고 일하다 보니 주변의 추천에 의해서 한노총 이천여주 지역지부 의장까지 하게 됐죠.”

유 위원장은 진로가 법정관리를 거치는 어려운 시기에 위원장의 자리에 앉게 됐다. 1997년 11월, 외환위기가 닥쳐오던 그 해, 화의상태에 있던 진 로그룹에 골드만삭스가 재정자문을 자처하고 나섰으며, 경영권을 둘러싸 고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던 진로그룹은 골드만삭스의 자문 제의를 흔 쾌히 받아들였다. 이후 골드만삭스는 진로그룹의 내부정보를 습득하는 한 편, 이를 이용해 진로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였다. 그리고는 2003년 4월, 골드만삭스 페이퍼 컴퍼니 세나인베스트먼트를 이용해서 최대 채권자의 자 격으로 진로를 상대로 회사정리절차 개시와 회사 재산보전처분을 신청하기 에 이른다. “2003년 4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진로노조는 생존권 사수를 위해 법정관리 반대투쟁을 시작했습니다. 40일간 전 조합원이 골드만삭스 규탄 궐기대회를 가졌으며, 1인 시위, 부당함을 알리는 전단지 배포, 대국 민 호소문을 주요 일간지에 게재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러한 시기에 진로 는 주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을 35%에서 56%까지 끌어 올리는 등 조합원과 국민들의 진로에 대한 애정과 사랑 덕분에 난국을 극복할 수 있었죠.” 2004년 9월 매각주간사로 메릴린치가 선정되어 2005년 2월 14개 회사가 진 로에 대해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하이트 맥주가 선정됐 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데는 노조의 확고한 원칙이 있었습니 다. 첫째는 외국 기업이면 안 된다는 것과 주류업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하이트맥주는 같은 주류업계라 문화 차이가 덜하다는 이점 이 있었습니다. 이에 진로노조는 하이트맥주컨소시엄 측과 고용안정협약 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 및 고용승계 100% 보장, 그리고 5년간 고용보장 에 대한 합의를 맺게 됐죠. 그래서 지금까지 노사관계가 원만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노조로 공동체 의식 가져야
진로의 경영철 학과 하이트 맥주의 경영철학은 분명 다르기 때문에 상생하는 것이 쉽지만 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로노조는 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진로기업 의 인수합병 이후 조직문화 개선과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으 며, 이를 책자로 정리해 임직원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배포하기도 했 다. “같은 주류업계라고 하지만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죠. 아직까지 100%는 아니지만 조금씩 차이 를 좁히고 있습니다.” 이제 노동조합은 예전의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 나 경영의 한 축으로서 건전한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자본과 노동이 잘 어우러져야 좋은 제품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진로노조는 이를 절실 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회사도 열심히 기업활동을 해야 하지만, 노조도 걸맞게 열심히 역할을 수행해야 하죠. 노사가 함께 열심히 하는데 안 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무엇보다 조합원의 반 이상이 영업직원일 정도 로 노조도 노조활동뿐만 아니라 생산, 판매, 판촉 등에 대해서도 잘 알아 야 하죠.”

무엇보다 진로노조는 요구만 하는 이익집단이 아니라, 공동체 의식을 가지 고 지역사회와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매달 월급 의 1%를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있으며, 장애우와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 위 해 봉사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업과 투 쟁으로 점철되는 노조가 아니라, 산업역군으로서 노조가 있어야 지역사회 가 활발히 돌아간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죠. 이를 위해 시민과 함께하는 노래대회를 여는 등 지역 시민단체와 긴밀히 교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역의 문제를 협조•해결해주면 같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 다.” 유 위원장은 “사측과 직접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없지만 생산 성 향상, 작업환경 개선 등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수시로 노사협의를 한 다”며, “회사 정책은 노조 정책과 궤를 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 다.

공멸하는 투쟁 지양하고 상생해야
“먹고 살기 힘들 때는 생존 을 위해 투쟁을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현재는 노사관계가 원만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노조의 필요성이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 다. 특히, 예전만큼 노동운동에 관심이 없는 신세대들이 고민이죠. 예전에 는 노조 간부를 뽑을 때 경선을 할 정도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직원들 의 관심이 높았지만, 지금은 할 사람이 없어 걱정입니다. 우리뿐만 아니 라 다른 사업장도 마찬가지이며, 이는 우리나라 노동계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현재는 우리나라 노동계의 과도기”이라며, “이삼 년 후에는 노동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멸하는 투쟁 은 더 이상은 안 됩니다.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하죠. 노조가 어 떠한 가치를 가지는가에 따라서 회사도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에 노조 와 노조위원장은 올바른 가치관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독단적인 결정보 다 여러 사람의 의견 합일을 통해 이루어져야죠.” 사업장에는 언제든 문 제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로 노사는 이러한 문제들을 현명하게 극복 하고 잘 뭉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로는 국민의 기업으로서 국민들이 우리의 제품을 애용해주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 국민들이 건강한 술을 마실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월간 리크루트 20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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