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우먼 - 전성희 대상선업(주) 수석비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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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우먼 - 전성희 대상선업(주) 수석비서/이사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9.03.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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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POWER: 파워우먼 – 전성희 대성산업㈜ 수석 비서/ 이사


이제는 ‘명품비서’가 아니라, ‘명품인생’이다!


‘비서계의 대모’, ‘왕언니 비서’로 불리는 대성산업 전성희 이사는 1979년부터 30년째 김영대 대성산업(주) 회장을 모시고 있는 국내 최고령 비서다. 최근에는 <성공하는 CEO 뒤엔 명품비서가 있다>는 책을 펴내 세간 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예순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비서로 활발히 일 하고 있는 전 이사를 만나 비서로서 아내로서 여자로서 살아온 30여 년 세 월의 굴곡과 사연을 담담하게 들어보았다.

“각종 언론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했어요. 제 앞에 따라다니는 각종 수식어들도 언론에서 붙인 것인데, 그만큼 잘 해 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죠.” 그는 결혼 직후 남편(고 심재룡 서울 대 철학과 교수)을 따라 하와이로 가 10년 동안 남편 유학 뒷바라지를 하 며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았다. “하와이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가 있어 반 지공장 생산 라인에서 일을 했어요. 하지만 고생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 죠. 남편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만 받으면 교수부인으로 편하게 살며 못다 한 공부를 하겠다는 희망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한국에 돌아오니, 교수 자리를 얻기 위해선 시간강사라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했는데, 시 간강사를 해서는 네 식구 생활하기가 어려웠죠.” 약대를 전공한 전 이사 가 비서 업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서른일곱 살인 이 때였다. 전공을 살 려 신촌세브란스 병원의 약국 약사 자리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앞두고 있는데, 우연히 남편의 친구인 김영대 회장이 비서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왔다. “당시 대성산업 해외사업부 상무였던 회장님이 처녀들은 결혼을 하면 금방 회사를 그만둬서 일이 연결되지 않는다고 고민이 많으셨 어요. 그러니 아줌마라도 좋으니 도망가지 않고 꾸준히 일할 수 있는 비서 를 찾았던 거죠. 회장님께서 상무였을 때부터 비서를 시작해 부회장, 회 장 비서까지 회장님 직급이 높아짐에 따라 저도 함께 높아졌어요.” 해외 사업부의 대리가 50억 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망간 적이 있다. 당시 김영 대 회장은 그 사람을 잡기 위해 미국으로 9개월 동안을 쫓아다녔다. “회 장님이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에서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제가 창구 역할을 해야 했어요. 그땐 로밍이라는 것도 없어 시간을 정해두 고 전화로 지시 사항을 수행했죠. 이때 독일 화학회사 헨켈 사가 한국에 서 함께 일할 파트너를 찾았고, 회장님은 없지만 우리가 한번 나서보자는 생각에 합작을 추진하게 됐어요. 약에 대한 지식이 있던 제가 회사 대표 로 독일에 가 교육을 받고 조사보고서를 작성해 그 협상을 성사시켰죠. 이 일이 지금의 대성CNS의 모태가 되었어요.” 전 이사는 비서는 사소한 것을 챙기는 보좌역에서부터 ‘비즈니스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 다. 하지만 그녀는 커피를 타는 등의 일들도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는 다. “한번 찾아온 손님은 좋아하는 커피 맛을 기억해둡니다, 커피에 프 림과 설탕을 얼마나 넣는지 일일이 메모해 두죠. 그 손님이 다시 찾아왔 을 때, 커피를 내가면 손님들이 깜짝 놀라곤 해요. 손님들에게는 단순히 맛있는 커피이겠지만, 저는 커피를 나르는 것도 모시는 상사와 회사의 이 미지를 나르는 것과 같다고 보죠. 작은 일 하나라도 정성껏 하는 것으로부 터 시작해 스스로 능력을 개발하다 보면 단순한 비서에서 상사의 당당한 업무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어요”

하찮은 일도 중요하게, 프로답 게
전 이사는 30년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성공 하는 CEO 뒤엔 명품비서가 있다>는 책을 발간했다. “그 세월의 노하우 를 책으로 다 전달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책으 로 정리해 봤어요. 좋은 비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이 무거워 야 하죠.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회장님이 방에 계 신데 안 계신 것처럼 배우같이 연극을 해야 할 때도 있죠. 비유를 하자면 시집살이하는 듯해야 한다고 할까요. 들어도 못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하 는 것이 중요하죠.” 처음에 그녀는 명품 비서라는 말이 싫었다고 한 다. 명품이란 부자만의 전유물인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명품의 진정 한 의미는 오래되어 가치가 있는 물건이란 뜻인 것처럼, 30년 동안 한 분 야에서 묵묵히 일해 온 그녀를 명품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명품비서란 말에 악플들이 달릴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명품 비서에서 나아가 ‘명품 인생’이라고까지 불러줬죠.” 전 이사는 남편과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와 내조가 없었다면 지금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단 언했다. 혈액암으로 고인이 된 남편과는 동갑내기로 초등학교 반장, 부반 장 출신이다. “올해가 남편과 제가 65세 되는 해입니다. 함께 퇴직을 하면 전원생활 하자며 전원주택을 마련해 두기도 했어요. 하지만 먼저 가 너무 아쉬워요. 한 직장에서 여성이 30년을 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누구보다 남편이 자신감을 많이 줬어요. 남편을 간병하면서도 양해를 구 해 두세 시간은 일을 했지요.”

전 이사는 비서생활을 하면서도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어느 날 회장님이 일본기업과 합작 사업을 해야 한다며 일본어를 배우라고 했어 요. 그때부터 아침마다 해외사업부 직원들과 함께 일본어를 공부했죠. 그 러다 얼마 후에는 프랑스 회사와 합작을 할 일이 생겨 회장님과 함께 불어 공부를 하게 됐어요. 이렇게 회장님과 시작한 외국어 공부는 20년 동안 계 속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죠.” 이처럼 영어, 일본어, 불어, 중국어 등 4개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유능한 비서임에도 전 이사는 찾아오 는 손님을 위해 커피를 타거나 김 회장의 구두를 닦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는다. 하찮은 일도 중요하게 프로답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커피 한잔을 놓을 때도 어떻게 놓을지 생각하고 모든 일을 정성껏 즐겁게 하다보면 인정은 뒤따르게 된다. “비서실은 온갖 일이 다 일어나기 때 문에 전전후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어야 해요. 이를 위해서 정말 열심 히 일했죠. 다만, 날 위한 시간에는 인색해서 후회가 돼요. 시간이 아까 워 동창회를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아 친구를 잃어 버려 아쉽죠. 그 외에는 비록 명품 아내나 엄마는 아니었지만, 아내로서 엄마로서 앞만 보고 열심 히 살았어요. 출판기념회에서 회장님이 명예회장 비서까지 하라는 말을 하 셨는데 그 말에 참 기분이 좋았죠. 하지만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후임에게 물려줘야 할 텐데, 30년의 노하우를 전달해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물 려주는 것이 제 남은 목표입니다.” 전 이사는 요즘 젊은이들이 성취감 있어야 하는데, 너무 부유해 인내심이 없고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 고 한다. “금세 싫증내거나 바꾸지 말고 열심히 자기 맡은 일을 하다보 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어요. 여러분도 정성을 다해 세상에 도전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월간 리크루트 2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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