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 경기도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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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 경기도 광주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9.03.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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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ULTURE: 국내여행 - 경기도 광주


넘실대는 성벽을 따라가는 가을여행



연꽃과 갈대 등 각종 수변식물들이 하천뿐 아니라 사람의 몸과 마음까지 말끔히 정화시켜 주는 기분이다. 2㎞ 남짓 이어지 는 산책로를 따라 걷노라면 가끔은 눈보다 귀가 예민해지기도 한다. 습지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들 때문이다. 가끔은 눈을 감고 강한 생 명력이 느껴지는 그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아 닐 수 없다.

남한산성 산행의 가장 큰 매력은 주차장을 벗어나는 순간 하늘과 맞닿은 길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늘과의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진다. 몇 걸음 옮기지도 않았는데 벌써 시 리도록 푸른 하늘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경기도 광주시와 하남시, 성남시에 걸쳐있는 남한산성은 성곽둘레만 12㎞ 에 달한다. 하지만 중간중간 암문(暗門)을 통해 이어지는 옹성들까지 두루 두루 섭렵하다보면 그 거리는 훌쩍 늘어난다. 그래도 남녀노소 누구나 크 게 힘들이지 않고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산행 들머리가 되는 산성종 로(로터리)가 해발 300m 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남한산성이 자리 한 청량산의 높이가 482m인 점을 감안하면 표고 차는 고작 200m 정도. 남 한산성 산행에서 가파른 구간을 별로 만나지 않는 이유다. 경사 구간이라 고 해봐야 거리가 짧아 올라서기가 부담스럽지 않고, 간혹 만나는 급경사 구간에서는 어김없이 나무계단이 등장해 발걸음에 힘을 실어준다. 그렇다 보니 산행 자체가 다소 심심하지 않을까 오해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확실 한 것은 남한산성 산행은 꼭짓점만 찍고 바로 하산하는 일반 등산과는 분 명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직선과 곡선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일반 산행 을 직선의 강직함에 비유한다면 남한산성 산행은 곡선의 부드러움에 비유 할 만하다. 넘실대는 파도에 몸을 맡긴 것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는 성벽 길 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앞으로 앞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드러 운 걸음 뒤에도 어김없이 굵은 땀방울이 따라온다. 급하게 쏟아낸 땀과는 다른, 몸속 깊은 곳에서 은은히 배어나는 참 개운한 땀이다.

남한산성 산행은 크게 5가지 코스로 나뉘지만 구간구간 샛길이 많아 각자 의 능력에 따른 맞춤형 산행이 가능하다. 특히 북문에서 남문에 이르는 3.8㎞ 구간은 성벽을 따라 걷는 길옆으로 깔끔하게 포장해 놓은 산책로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코스이다. 하지만 병자호란 당시 인조와 소 현세자가 47일 동안 머물렀던 행궁과 백제의 시조 온조대왕의 위패를 모 신 숭열전 등 남한산성이 품고 있는 많은 유적들을 두루 돌아볼 요량이면 침괘정과 행궁을 잇는 코스를 들머리로 삼는 것도 괜찮다. 침괘정, 행궁, 숭열전 등 각각의 유적지들이 등산로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아 동선도 크 게 흔들리지 않는다. 적당히 땀이 밸 정도의 산책을 원한다면 산행의 기준 점이라 할 수 있는 산성종로에서 수어장대까지 곧바로 다녀오는 코스나 남 문에서 수어장대를 거쳐 행궁방면으로 내려오는 코스도 권할 만하다.

오감으로 즐기는 광주의 아름다움

하늘과 맞닿은 길을 걸었으면 다음은 물과 맞닿은 길을 걸어볼 차례다. 경 기도 광주시 퇴촌면 경안천변에 조성돼 있는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이 바로 그곳이다. 목조 데크와 흙길이 번갈아 이어지는 산책로로 들어서면 몸과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연꽃과 갈대 등 각종 수변식물들이 하천뿐 아니라 사람의 몸과 마음까지 말끔히 정화시켜 주는 기분이다. 2㎞ 남짓 이어지 는 산책로를 따라 걷노라면 가끔은 눈보다 귀가 예민해지기도 한다. 습지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들 때문이다. 가끔은 눈을 감고 강한 생 명력이 느껴지는 그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아 닐 수 없다. 휴식공간을 겸한 탐조대에서는 갈대숲을 헤치고 지나는 오리 떼의 모습과 물고기 사냥에 나선 왜가리의 모습도 눈에 담을 수 있다.

경기도 광주까지 와서 도자기 구경을 놓칠 순 없다. 박물관 얼굴에서 5분 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분원백자자료관이 위치해 있다. 분원초등학교 교문을 통해 학교 뒤로 돌아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사옹원에 서 사용하던 사기그릇을 만들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처럼 분원리 곳곳 에는 가마터가 많이 남아 있는데, 분원백자자료관이 자리한 이곳 역시 자 기를 굽던 가마가 있던 자리이다. 분원백자자료관에서는 가마터 출토 유물 과 조선 백자의 종류, 백자 제작 광경 등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료는 무료 이다.

조금 더 풍성한 조선시대 자기를 만나고 싶다면 과감히 차를 돌려 경기도 자박물관을 찾아보자. 중부고속도로 곤지암 IC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경기도자박물관은 조선 도자기 전문박물관으로 이곳에서는 조선시 대 대표 자기인 청화백자와 분청자기는 물론 현대의 도예 예술가들이 빚 은 다양한 백자작품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경기도자박물관 주위로 조성해 놓은 넓은 휴식공간도 빼놓을 수 없다. 특 히 조각공원과 한국정원은 온가족이 잠시 쉬어가는 나들이 코스로 손색이 없다. 이외에도 산책하기 좋은 도자의 길과 아이들을 위한 토야흙놀이장, 가마터와 다례시연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월간 리크루트 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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