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턴 체험기 - 신진용 UN Headquarter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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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턴 체험기 - 신진용 UN Headquarter 인턴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9.04.0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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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RECRUITING:나의 인턴 체험기
느리더라도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가고파


신진용 UN Headquarter 인턴(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국제협력전공 석 사 3학기)

초등학교 3학년, 한 소년은 TV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아시안 하이웨이(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가 아시아 국가 간의 교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아시아 32개국을 그물망처럼 연결하고 있는 도 로망)’를 보고 막연히 그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게 된다. 그리고 15년 후, 청년이 된 그는 가슴 속 고이 접어 두었던 그 꿈을 펼쳐들고 아시안 하이 웨이를 따라 14개국을 여행하며 새로운 꿈을 찾아오게 된다.

“2005년, 태국에서 이집트까지 아시안 하이웨이를 따라 6개월 간 14개국 을 다녀왔습니다. 인도, 파키스탄을 거쳐 중동까지 여행을 하다 보니 한국 에서는 보지 못했던 인권, 난민, 이라크 문제 등에 대해 조금씩 눈이 떠지 더라고요. 특히 인도 여행을 하며 우연히 콜카타(옛 캘커타)의 마더 테레 사 하우스에서 죽음을 앞둔 분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했는데 정말 그때의 기억은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그러면서‘아, 이렇게도 세계 곳곳에서는 우 리가 모르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구나! 우리의 조그만 관심으로도 많 은 것이 해결되고 개선될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 고, 국제기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3,900자 에세이를 통해 자신을 잘 포장할 수 있어야

진용 씨는 학부시절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여행 이후 국제관계에 대한 전문 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 국제협력을 전공하고 있다.

“대학원 2학기 때 외교통상부 인턴으로 2개월간 근무를 했는데 인턴이다 보니 일을 배우는 데 한계가 있어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그런데 때마침 그 해 5월 저희 학교에서 ‘UN Job Fair’가 열렸습니다. 유엔에서 일하 는 인사 담당자분들이 오셔서 유엔이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며,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알리는 설명회 같은 행사였는데 순간,‘아, 이거구나’하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방학을 하자마자 이력서를 준비해서 각 유 엔 기구 및 현장 사무실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유엔 인턴십은 면접 없이 서류전형으로만 진행된다. 서류전형으로는 프로 필과 에세이 작성이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지원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주어지 는 질문사항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외국의 경우는 인턴이라도 실무적인 경 험이 많은지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프로필 작성 시, 그 동안 어떤 부서에 서 어떤 업무를 경험했는지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 때 제출한 프로필은 유엔 인사 정보에 평생 남아 나중에 유엔의 계약직 또 는 정규직 직원으로 지원할 시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작성해야 한 다.

우리나라 ‘자기소개서’와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는 ‘에세이’는 3,900 자 이내로 분량이 정해져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경 력을 가지고 있는가보다는 3,900자 내에서 얼마나 자신을 잘 포장해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진용 씨는 자신의 에세이에 6개월간의 배낭여행, 대 학원 진학 후 부회장을 역임했던 경험, 외교통상부에서 인턴 생활을 한 경 력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는 제가 합격할 거라고 전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제가 유엔 기구 및 현장 사무실에 보낸 이력서만 해도 100통이 넘는데 거의 대부분이 ‘아쉽 지만 다음 기회에…’라는 답변이었거든요. 게다가 본부 쪽은 전 세계에 서 지원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경쟁률도 어마어마해서 합격통보를 받은 후 에도 한참 동안 실감이 안 났죠.” 1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뉴욕행 비행기 티켓부터 비자, 거주지 문제 등을 해결하고 현지에서 첫 출근을 하던 날, 그의 심장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어휴~ 그냥 마구 떨렸죠. ‘여기가 바로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하는 유엔 본부구나!’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설레고, 또 어떤 사람들과 일하게 될지 기대도 됐죠.”

첫날은 인턴십 코디네이터가 200명가량의 인턴들을 대상으로 유엔인턴십 과정과 준수사항 등을 설명하는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그러고는 다음 날 곧바로 부서 배치를 받았다.

“저는 Pacific and Southeast Asia Division, Department of Political Affairs로 배치를 받았습니다. 태평양지역과 동남아시아의 정치적인 문제 를 주로 다루는 부서인데 제가 근무를 시작할 쯤에는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이 심각했기 때문에 저는 태국 내의 정치 혼란 등 국가 간의 정 치 상황을 조사해 자료를 만들고 회의를 준비하는 등의 업무를 맡았습니 다.”

보수는 없어도 즐거운 내 인생~!

진용 씨가 외교통상부와 유엔 본부의 인턴십을 통해 얻은 것은 비단 개인 적인 커리어뿐만이 아니었다. 인생의 등불이 되어 줄 훌륭한 스승을 만날 수 있었던 것.

“제가 제 인생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난 양치기라면 그 길 가 운데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제 길을 인도해주는 별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동안 정말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그분들께서 해 주신 말씀 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의 조언이 있습니다. 하나는 국제기구에 대한 꿈은 갖되 환상을 갖지 말라는 것이며, 또 하나는‘다른 사람이 너 를 찾을 수 있는 조건과 능력을 갖추면 기회는 언제든 찾아온다’라는 말 씀인데 항상 기억하며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유엔 인턴은 보수가 없다. 하지만 누가 감히 그를 가난하다 할 수 있을까?

“다른 친구들은 다 취업해서 돈 버는데, 내가 과연 잘 하고 있는지 고민 이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있는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잖아요. 남들보다 돌아가는 길이고 그래서 느리고 더딜지 모르지만 그렇 더라도 저는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물론 돈도 좋지만 즐거운 인생을 살고 싶다는 꿈 많은 청년. 서른 살이 되 기 전에 세계 여행을 하겠다는 욕심 많은 청년. 많이 보고 배운 것으로 부 족한 사람들과 나누며 살고 싶다는 가슴 따뜻한 청년. 그는 오늘도 태극기 를 휘날리며 뉴욕 어딘가를 열심히 달리고 있다.

[월간 리크루트 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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