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 또는 인재사정관의 부각

필자가 공공부문, 기업, 학교 등 여러 사례를 언급한 이유는 면접관 또는 인재사정관의 역할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기 업에서는 점점 더 우수인재 및 최적인재(right people)를 원하고 있다. 조 직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회가 점점 더 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 재의 올바른 선발은 모든 인적자원관리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선발이 잘 못되면 그 이후의 노력은 큰 효과가 없다.
필자가 1년 동안 강조해 온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다. 선발이 중요한 시대 가 되었고, 그 선발 방법에서 심층면접과 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검증이 더 욱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대학의 학생선발도 성적 중심의 전형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한 인재를 선발 하기 위해 입학사정관 제도가 도입되었다. 미국 대학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 터 이 제도가 실시되어오고 있다. 공직자의 인사 검증도 향후에는 미국처 럼 좀더 엄격해질 것이고, 이는 검증요원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 을 가능하게 한다. 기업에서도 전문 면접관을 양성하려는 움직임이 높아지 고 있다.
면접관, 입학사정관, 인사 검증요원 등을 포괄적으로 지칭할 때, ‘인재사 정관(Assessor)’이라고 부를 수 있다. 따라서 공정한 인재선발, 최적 인재 선발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인재사정관의 수요도 커지고, 이들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면접관 또는 인재사정관의 훈련

면접 또는 인재사정의 3대 구성요소는 평가기준, 평가방법, 평가하는 사람 이다. 그런데 평가기준이나 평가방법을 잘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에는 평가하는 사람, 즉 면접관이나 입학사정관이 공정하고 정확하게 평가 해 관련 당사자에게 납득될 수 있어야 한다.
인재선발의 공정성은 사실 평가자, 즉 면접관의 능력과 역할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그동안에는 기업의 사장이나 임 원 등 어느 정도 연륜 있는 사람이 면접관이 되고, 그들에게 선발 기준과 방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나 소개 정도가 이루어지면 인재평가가 모두 공 정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인재선발이나 면접은 달라져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하며, 올바른 인재선발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면접관에 대한 훈련 은 너무나도 미흡했다. 사전에 철저하게 훈련되지 않으면 면접을 객관적으 로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송혜교, 전지현, 한가인 등 예쁜 연예인의 사진을 보여주고 누 가 제일 미인인가를 고르라고 하면 사람들마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면접이나 평가의 생명은 어느 평가자와 면접관이라도 동일 한 후보자에 대해 동일한 평가결과가 나타나야 신뢰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피면접자에게 동일한 절차에 따라 동일한 질문을 하고, 그 응 답이 동일한 평가기준에 의해 평가되도록 설계된 표준화•체계화한 면접(구 조화된 면접 : Structured Interview)이 등장했다. 구조화 면접에서는 사 전 작업을 통해 어떤 평가요소를 평가할 것인지를 정하고 그 평가요소를 검 증하기 위해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할지, 세부사항 파악을 위한 추가질문(탐 침질문 ; proving)은 어떻게 할지, 각 응답을 어떻게 점수화할지를 정한 다.
이때 지원자의 응답은 면접관의 주관에 따라 점수화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 에 주어진 응답 목록에 따라 해당 점수를 부여하거나 체크하게 된다. 따라 서 평가자는 관찰, 기록, 분류, 평정하는 스킬이 절대적이다. 이는 반복실 습을 통해 숙달되어야 한다.
면접관, 인재사정관이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고, 이에 따라 그들의 역할과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1년 동안의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사례 1
올해 대학입시에 입학사정관에 의한 학생 선발의 바람이 불고 있다. 1~2 년 전부터 도입되어 오던 입학사정관 전형제도가 올해는 대다수 주요 대학 에서 확대 실시될 예정이다. 각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을 확보하고 훈련하 기 위한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사례 2
최근 신임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일이 있었다. 이런 결과를 놓고 정부의 인사검증체 계가 과연 이 정도 수준이냐에 대한 여론의 지탄이 높다. 이는 부동산, 가 족관계, 일상생활 등 내정자에 대한 각종 점검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검증활 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정부는 이번 기회에 도덕 성 등의 인사기준을 강화하고 인사시스템을 대폭 혁신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례 3
미 해군연구소의 방문 과학자로 초청을 받았던 미국 어느 대학의 한국 인 전기공학과 교수의 뒷얘기이다.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30장이 넘었고, 가족은 물론 형제, 장인, 장모가 기입해야 하는 서류도 있었다고 한다. 최 근 3년간 이웃에 산 사람 4명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그동안 거쳐 온 직 장의 동료와 상관의 연락처, 세금관련 기록, 교통법규 위반 여부, 각종 소 송관계 등을 상세히 적어내야 했다. 그리고 국방부의 검증 담당 직원이 이 교수의 학교를 찾아와 동료 교수, 학생, 사무처 직원 등을 각각 30분씩 면 담하고 본인에게도 술은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 여러 사람 앞에서 옷을 벗 은 적이 있는지, 부인에게 말 못할 사연은 있는지 등 사생활을 발가벗기는 시시콜콜한 질문들을 던졌다고 한다.

사례 4
미국에서 고위 공직자 검증은 백악관 인사팀과 국세청(IRS), FBI, 공직 자윤리국(OFFICE of Government Ethics) 등이 공조를 이뤄 실시한다. 이런 기관들은 대부분 검증 전문요원을 공채해 전문가를 양성한다. 정권 교체기 엔 정권인수팀의 검증팀이 추가 합류한다.

사례 5
최근 필자가 방문했던 어느 대기업에서는 1년 전에 부임한 CEO가 그동 안 본인이 관찰해 본 결과, 다른 기업보다 부서장의 전반적 사고 능력과 역 할 수준에 회의감을 갖고 있었다. 이에 전문 인재사정관인 필자에게 객관 적 입장에서의 역량 검증을 부탁했다.

[월간 리크루트 20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