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효진 세샤트 캘리그래퍼
상태바
[인터뷰] 박효진 세샤트 캘리그래퍼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0.08.24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pecial Report: 인터뷰/박효진 세샤트 캘리그래퍼


혼자 해낼 자신 없으면 조직에 있는 게 나아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사전적인 의미로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뜻한다. 좁게는 서예를 가리키고 넓게는 활자 이외의 서체(書體)를 뜻한 다. 어원은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캘리그래피는 아직 생소한 분야이고, 활동하는 캘리그래퍼도 손에 꼽는다. 환경재단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캘리그래피의 세계로 뛰어든 세 샤트(www.seshat.co.kr)의 박효진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환경재단에서 일하면서 작업 중에 제 글씨를 사용할 일이 있었어요. 반응 이 괜찮았죠. 그러다 어느 날 산돌 커뮤니케이션에서 연락이 왔어요. 산돌 커뮤니케이션은 서체 개발 전문업체인데 글씨체가 예쁘다며 포트폴리오를 보고 싶다고 요청했고, 검토 후에 제 글씨를 폰트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이렇게 ‘산돌박효진체’가 나오게 됐죠. 이 일을 계기로 제 글씨 에 경쟁력이 있음을 알고는 본격적으로 캘리그래피를 하기 위해 회사를 그 만두고 프리랜서 선언을 했어요.”

가까운 나라 일본은 캘리그래퍼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아직 시장이 크지 않고, 제대로 직업으로 정착돼 있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캘리그래피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서예가나 디자이 너 출신들입니다. 전 후자인데, 캘리그래퍼가 되기 위한 프로세스나 시스템 이 없기 때문에 입문하기 힘이 들죠. 또한 손글씨를 작품으로 생각하지 않 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손글씨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곤 합니다. 그리고 설사 작업에 대가를 지불한다고 해도 정해진 규칙이 없기 때문에 애를 먹기 일쑤죠.”

글씨라는 것이 아직 시장성이 미비하지만, 앞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고 예상한 그녀는 남편 주재영 씨와 ‘세샤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었 다.
“환경재단에서 만난 남편과 함께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어요. 남편은 대 학에서 경영을 전공했기 때문에 작품에 전념할 수 있었죠. 처음에는 집을 사무실 삼아 일했는데,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올해 3월에 스튜디오를 오픈 했어요.”

하지만 프리랜서 선언 후, 사무실을 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냈지만 의뢰하는 곳이 없었어요. 3개월 후 처음 의뢰가 들어왔을 때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데, 떨려서 전화를 못 받을 정 도였죠.(웃음) 그 땐 금액을 떠나서 무조건 하자는 주의였죠. 하지만 의뢰 가 없을 때에도 블로그에 글씨뿐만 아니라 그림, 음식, 환경, 유기농, 사 는 이야기 등을 업데이트해 박효진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 했어 요. 시간이 흐르고 그러한 작업들이 빛을 발하면서 환경과 더불어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박효진만의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그러한 분위기를 자사 이 미지에 활용하고 싶은 기업들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죠. 특히, 여성, 식 품, 어린이, 자연주의와 관련된 업체에서 ‘유기농적’인 글씨를 원했어 요. 사실 프리랜서로 캘리그래피 일을 하기 위해서 굳이 사무실을 열 필요 는 없어요. 하지만 박효진의 사무실 인테리어는 어떠한지, 어떤 곳에서 작 업하는지 등 글씨뿐만 아니라 박효진만의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 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는 적중했죠.”

세샤트, 100% HEART MADE 손글씨

박효진 씨와 주재영 씨 부부는 둘 다 조직에 있을 만한 성격이 못 된다며 프리랜서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했다.
“예전부터 사업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안정적인 수입과 생활 이 보장되는 직장을 그만둔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어요. 물론 불안감은 있었어요. 특히, 고정 수입이 없다는 경제적인 부분이 제일 컸죠. 하지만 자리 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각오했고, 혼자가 아니라 남편이 든든 하게 뒷받침해줬기 때문에 좌절하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없는 살림에 거금 을 들여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땐 엄청 불안했죠. 하지만 제 글씨에 경쟁력 이 있다는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어요. 프리랜서를 선언한 지 2년이 채 되 지 않았는데 먹고살 만큼은 돼요.(웃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시행착오를 겪어 괜찮지만, 처음에는 프리 랜서로 사는 것이 오히려 조직생활을 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고 한다.
“조직에 있을 때보다 하기 싫을 때 일을 해야 한 적도 많아요. 고객이 원 하는 시간을 맞추느라 이사하는 도중에 일하기도 했죠. 남편은 짐을 싸고 전 어수선한 공간에서 작업을 계속 했어요. 또한 회사를 다니면 최소한 주 말에는 쉬고 주중에 일하지만, 프리랜서는 언제든 일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아야 하죠. 이에 주말과 주중, 낮과 밤이 없어요. 시간 관리와 자기 관리 를 정말 철저히 해야만 하죠. 무엇보다 회사는 자신의 분야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프리랜서는 혼자서 해야 할 일들이 그 외에도 너무나도 많아요. 프 리랜서 캘리그래퍼는 글씨만 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일감 수주를 위한 홍 보·영업부터 견적서·계약서 작성, 고객과의 조율, 대금 수금 등 작업의 전 과정을 스스로 해내야 하죠. 그래도 전 남편 덕분에 쉽게 한 편이에요. 그러나 이러한 모든 과정을 해낼 자신이 없거나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프리 랜서의 꿈은 접고 조직에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캘리그래피는 배운다고 해서 예쁜 글씨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자질 도 필요하다.
“전혀 자질이 없는 사람이 노력만으로 채우기에는 힘들 수도 있어요. 그리 고 예쁜 글씨를 쓰는 능력뿐만 아니라 그래픽 요소와 사진 등의 이미지와 함께 구성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죠. 풍부한 배경지식도 있어야 하기 때 문에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잊어서는 안 돼요. 무엇보다 글씨 쓰는 것을 좋 아하고 흥미가 있어야 하죠. 여기에 경영 마인드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입 니다.”

캘리그래피로 진로를 정했다면 그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할까?
“실력은 기본이고,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알려야 해요. 이를 위해 각종 공모전에 참가해 수상하기도 했죠. 또한 인맥관리도 중요해요. 전 인연을 맺은 고객에게 손글씨로 쓴 메일을 보내고 있는데, 상당히 호응이 좋아요. 또한 관련 분야의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죠. 인연을 맺어두면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데 있어 어떻게든 도움이 되더라고요.”

박효진 씨는 캘리그래피를 발판으로 더 큰 꿈을 쓰고 있다.
“아직 준비 중인데, 박효진 글씨와 제일 어울리는 사업이 무얼까 고민한 끝에 유기농 가게를 생각했어요. 유기농 야채나 유기농 잼 등의 자연주의 적 식자재를 유통하면서 식자재의 포장, 광고 등 전반에 걸쳐 제 글씨로 진 행하는 것인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직장인은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지만, 프리랜서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해요. 그리 고 가치를 높이는 일도 자기 몫이죠. 따라서 자신감을 잃으면 안 돼요. 저 도 언제나 당당하게 제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이제 시작인 세샤트를 엄연 한 하나의 사업체로 키울 것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