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병 옥 GS건설 재경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 전공)

3학년이 끝날 때까지도 취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정병옥 씨. 처 음의 실패에 주저앉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삼아 180도 달라진 모습 으로 다시 도전했다. 그 결과 다수의 대기업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각 회 사의 비전과 문화, 복지 등을 비교해 그 중 자신의 꿈을 가장 잘 펼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GS건설에 입사해 현재는 <취업성공 바이블>이 라는 책까지 낼 정도로 취업에 있어서 준전문가가 되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현재 GS건설 재경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병옥 씨. 누구나 부러워할 그 에게도 실패와 좌절의 시절이 있었다. 4학년이 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을 느끼기 시작한 그는 마지막 학기까지는 취업이 돼야 졸업식에 떳떳하게 참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압박감을 느꼈다. 취업을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이 너무 없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아직 미래에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 였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겨울방학이 됐을 때, 취업에 대한 압박감은 더해 졌다. 뭔가 시작을 하긴 했지만 실제적으로 해 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 다. 방학 중의 인턴경험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기에 학교 취업정보과의 인턴 모집 공고를 유심히 살펴보던 그는 한 홈쇼핑회사의 MD모집 공고를 보 게 됐고, 평소 이 직군에 관심이 있었기에 기회라고 생각했다.

인턴 입사지원을 결심하고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지만 시작부터 문제 가 생겼다. 얼마나 취업 준비를 안 했으면 정장을 입고 찍은 사진 한 장이 없었던 것이다. 입고 찍을 정장도 없었다. 사진으로 당락을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붉은 스웨터를 입고 찍은 사진을 사용했다.

하지만 문제는 사진뿐이 아니었다.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처음 쓰려니 막상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할지도 막막했다. 20년 넘게 살았는데 쓸 만한 에피소드 하나가 없다는 사실에 자신에 대한 실망감도 너무 컸다. 모든 서 류의 칸들은 그에게 채우기 힘든 숙제였고, 공란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 다. 준비가 부족하긴 했지만 입사하게 되면 그 누구보다 일을 잘 할 수 있 다는 자신감만은 컸다.  

준비되지 못한 자의 결말?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날이 다가왔다. 준비도 소홀했고 객관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자료도 별로 없었기에 불안과 염려가 계속됐다. 하늘도 눈을 돌 렸는지 결국 당일에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때 그가 느낀 실망감과 좌절 감은 평생 잊을 수 없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수만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고, 좀 더 시간이 지나자 이런 마음은 그 회 사에 대한 안 좋은 마음으로까지 발전했다.

 그날 밤 우연히 만난 대학 동기에게서 합격자 발표가 예고 없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자신을 위로하려고 하는 소 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다시 한 번 일말의 희망을 가지게 됐고, 그로부터 3일 후 합격자로 연락을 받았다.

면접 일정이 잡혔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마침 지난해 여름 방학 때 같 은 회사에서 먼저 인턴을 한 친구에게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드디어 첫 면접 당일.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면접에서 열댓 명의 지원 자가 회의실에 둘러앉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주어진 키워드로 자신에 대 해 소개를 했는데 다들 너무나 똑똑해 보였다.

자신의 차례에는 다른 지원자들이 이야기할 때 조금씩 생각해둬서 나름 대로 조리 있게 발표할 수 있었고, 회의실 내 면접관이나 다른 지원자들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도 생각하기 싫은 그 순간, 자신의 ‘단점’을 이야기하면 서 너무 거친 표현을 하고 말았다. 순간 좋았던 면접장 분위기는 싸늘해졌 고 모두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순간 너무 당황해 그 다음에는 무 슨 말을 해도 계속 꼬이기만 했다. 모든 답변을 끝내고 나오면서 그는 합격 에 대한 눈꼽만큼의 기대도 가질 수 없었다.

비록 결과는 실패였지만, 첫 면접을 통해 얻은 것도 많았다. 취업준비 를 위해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 물론 인턴 지원이긴 했지만, 다 시는 이런 절망과 낙심을 느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업그레이드의 시기, 자신을 알다

면접에서 떨어진 후 며칠 뒤 학교 게시판에 취업특강 프로그램에 대한 공지가 떴다. 일주일 코스로 취업에 대한 특강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취업 준비를 위한 특강을 받는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모자란 사람으로 보일까봐 신청이 꺼려졌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취업특강을 신청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억지로 신청한 특강에서 그는 정말 많은 것들 을 얻었다. 전에 가지고 있던 자신감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면 특강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근거를 갖춘 자신감이었다. 자신감은 다른 사람들과 자 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서류작성을 할 때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고민한 후 자신만의 이야기를 작성했고, 지원하는 회사가 원하는 항목에 맞춰 답을 생각하기보 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답으로 옮겨 적었다. 질문을 생각하는 순간, 이미 그 질문의 틀 속에 갇혀버리게 돼 생각의 폭이 좁아지지 않도록 주관을 가 지고 적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다양한 생각과 경험들을 잘 정리하고 다듬는 것도 쉬는 과정은 아니었다.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도 수십 개의 표현으로 바꿔 써보기도 했 고, 알맞은 소재를 찾아내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반복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엄청난 집중력과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서류 외에 면접에 대한 팁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면접을 통 해 무엇을 보여줘야 하고,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고 어필해야 하는지 확실 히 알게 됐다. ‘진작 이런 코칭을 받았더라면 쓴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됐 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어 속상하기도 했지만 새롭게 무언가에 도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냈다.

취업 특강 캠프를 마치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됐을 때, 다른 홈쇼핑회사 인턴 모집 공고가 떴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배우고 깨달 은 것들을 되새기며 서류를 작성했고 합격통지를 받았다.

드디어 면접 당일, 3명의 면접관과 5명의 지원자가 20~30분간 면접을 했 다. 정말 패기 있는 목소리로 모든 면접관들에게 골고루 시선을 주면서 자 기소개를 했고, 긴장했지만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충실히 적은 자기소개서 덕분에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어려움 없 이 할 수 있었고 전보다 훨씬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자기소개 서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들을 미리 준비해 뒀기에 예상 질문에서 크게 벗 어나는 질문은 거의 없었다.

결국 그는 인턴사원에 합격했고, 인턴이라는 또 다른 경험을 통해 새로 운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말한다. 만약 처음에 지원했던 회사에 얼 떨결에 합격했다면 취업캠프를 가지 못했을 것이고, 입사 지원에 대한 스킬 도 갖추지 못했을 것이며 GS건설이라는 곳은 생각도 못했을 거라고. 오히 려 처음의 실패로 인해 자신을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하 는 그의 고백이 모든 취업준비생들의 고백이 되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