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재|정철상 교수의 커리어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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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재|정철상 교수의 커리어 스토리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1.11.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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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 RECRUITING - 신연재  정철상 교수의 커리어 스토리

 

내가 서른아홉에 사표를 쓴 이유

 

정 철 상

대구대학교 초빙교수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주요저서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외 다수

 

 “필자는 ‘1인 기업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 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쓰기 위해 하 루 종일 글감을 모았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일했다. 1분 1초 도 아껴 쓰기 위해서 시간가계부까지 쓰면서 일에 몰두했다. 그 덕분에 두 달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살다 보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고 남들에게 결코 밝히고 싶지 않은 일도 하나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게는 유난히도 그런 이야기가 많다. 그 중 하나를 먼저 고백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표를 쓴 것은 서른아홉 살 때 이다. 그 이후 회사라는 조직에는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좋게 생각하면 조 직에서 벗어나 독립하게 된 셈이지만, 사실상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었 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면 지금도 나름대로 폼 나는 직장인이었을 수도 있다. 30대 중반에 이미 한 사업부를 책임지는 본부장이 었으며, 그로부터 몇 년 뒤에는 명목상이나마 기업 대표를 맡고 있었다. 하 지만 미래를 위해 준비되어 있는 것이 별로 없었을 뿐더러, 사업이 여러모 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내 자신의 독립에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내가 맡고 있던 인터넷 사업이 부진했던 이유로는 ‘사 업부의 인력부족, 사업 후발주자로서의 어려움, 사업 추진을 위한 재정적 지원 부족, 거의 전무한 광고 마케팅 비용, IT 사업에 대한 본사 경영진의 이해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을 내세울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는 많았지만 대표로서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적자는 누적되었 다.

 계획 없이 던진 사직서

 급기야 경영진 회의에서 회장님이 내게 사표를 쓰 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직일자도 없 이 사표를 써서 바로 제출했다. 언제든 나가라면 나가겠다는 의지였다. 비 장한 각오로 여러 지출 경비부터 삭감했다. 그중 가장 가슴 아픈 일이 직원 들을 정리해고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업 형편상 어쩔 수 없었 다.

 규모를 축소하고 틈새시장을 찾아 승부를 걸기로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그런 다음 새로운 사업 기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기획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의 중에 회장님은 또다시 사표를 쓰라고 언성을 높였다. 자존심이 상했다. 사실 급여를 안 받고라도 일할 각오가 되 어 있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의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 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곧바로 사표를 던졌다.

 주변에서 완강히 말렸다. 원래 회장님 스타일이 회의를 할 때마다 “사표 써”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닐 정도니 굳이 마음 에 담아두지 말라는 것이다. 격려 차원에서 한 말이므로 사표를 반려하라 는 것이 주변 임원들의 의견이었다. 물론 나 역시 그런 분위기는 익히 알 고 있었지만 그만두겠다고 오기를 부렸다.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 벗어나지 못하면 기회를 놓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자만 내는 사업부에 서 월급을 축내고 싶지도 않았다.

 사표를 제출하자 회장님 역시 나를 만류했다. 그 러나 과감히 회사를 뛰쳐나왔다. 이런 내 모습이 직장동료들에게는 쿨하게 보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내게는 미래를 위해 준비된 계획이 아무 것도 없었다.

 실직 자에서 겸임교수가 되기까지

 막상 회사를 나오자 무엇을 해야 할지 그저 막막 했다. 말 그대로 실직자가 되었다. 아내는 독립하겠다는 내 뜻에 지지를 보 내줬지만, 내 마음은 참담했다. 한 달 동안 혼자 지내며 덥수룩하게 수염 을 기른 채 가족들도 만나지 않았다. 노동부에서 주는 실업 급여를 받기 위 해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혹시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모자도 푹 눌러썼다.

 필자는 그때 ‘1인 기업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 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쓰기 위해 하 루 종일 글감을 모았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일했다. 1분 1초 도 아껴 쓰기 위해서 시간가계부까지 쓰면서 일에 몰두했다.

 그 덕분에 두 달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기염을 뿜으며 빨리 썼지만, 이후 10여 개월 동안 퇴고를 거듭한 뒤에야 출간할 수 있었다. 이 책이 바로 <비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라>(이후 <가 슴 뛰는 비전>으로 개정하여 출간)이다. 30대 중반까지 계획 없이 살던 내가 비전을 세움으로써 인생이 달라졌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비전 이라는 주제만을 다뤘다.

 초고를 쓰는 동안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 신청을 했다. 말이 사업이지 돈이 들어갈 일도 없었다. 직원도 없었고, 사무실도 필요 없었다. 사는 집 주소로 사업장을 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1인 기업 가가 되었다.

 다행히 강의 의뢰가 제법 들어왔다. 비록 직업적 으로 변화를 거듭했지만, HR(인적자원) 분야의 전문가로서 10여 년간 쌓은 경험이 빛을 발한 게 아닐까 싶다. 몇 개월이 지나자 직장 다닐 때의 수입 을 넘어섰다. 게다가 몇 군데 대학에서 교수직 제안까지 들어왔다. 당시 석 사 재학 중이었으니 학사 학위로 대학교수가 된 셈이다. 비록 겸임교수였지 만 나는 그것으로 만족했고, 4년 뒤 초빙교수가 되기에 이르렀 다.

 두렵고 막막하기만 했던 서른아홉 살의 사표는 내 인생에서 훌륭한 반전이 되어 주었다. 그대여! 두려워 말고, 그대를 감 싸고 있는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오라!  

 

참조 도서 :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 만 했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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