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연 롯데홈쇼핑 쇼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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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연 롯데홈쇼핑 쇼호스트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4.03.24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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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출신의 평범한 직장인이 쇼호스트가 되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드라마도 예능도 아닌데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바로 홈쇼핑이다. 홈쇼핑 속 상품의 저렴한 가격이나 알찬 상품 구성은 다시 못 만날 기회처럼 느껴진다. ‘질러, 말아’를 고민하는 순간 쇼호스트의 주옥같은 말은 ‘지름신’을 강림하게 한다. 이처럼 홈쇼핑에서 쇼호스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쇼호스트가 얼마나 맛깔나게 상품을 설명하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느냐에 따라서 상품의 매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스타 쇼호스트가 생기고, 그들의 억대 연봉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 쇼호스트 중 여자는 있지만, 남자는 없다. 직업 특성상 여자 쇼호스트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남성 쇼호스트이지만, 꾸준히 자신의 입지를 개척하고 있는 주승연 롯데홈쇼핑 쇼호스트를 만나본다.


주승연 씨는 어렸을 적부터 하고 싶은 것 많고 욕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학교 학번이 3개나 된다.
“완벽한 삶보다는 다양한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만 3번 입학하게 됐죠.(웃음) 첫 대학은 경영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세상을 움직여 보겠다는 신념으로 무턱대고 경영을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경영학과 회계학을 열심히 배우다가 급격히 변하는 통신시장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핸드폰으로 말과 문자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너무 궁금했죠. 멀쩡히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정보통신공학으로 다시 입학을 했습니다. 그 후 평범한 공대생으로 취업에 성공했으며, 동기들에 비해 나름 괜찮은 통신회사에 입사해 좋은 연봉과 더불어 안정적인 삶을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거울에는 파릇파릇한 얼굴의 20대 청년이 아닌 흡사 좀비와 같은 모습의 자신이 서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 유명 통신회사의 WCDMA 사업부에서 나름 큰일을 맡고 있어서 야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이에 입사 2년 만에 살이 15kg 정도 빠지고 건강에 적신호가 왔죠. 최악의 컨디션으로 어머님과 식사를 하던 중, 기업에서 홍보 프레젠터로 활동하시는 어머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들, 쇼호스트를 해봐라. 너의 삶이 아깝지 않니?” 이 말 한 마디가 제 마음에 박혔습니다. 특히, ‘너의 삶이 아깝지 않니’라는 말이 더 와 닿았죠. 이날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입니다.”

2년의 준비 기간, 음치가 가수 될 만큼의 노력
홈쇼핑이라는 것은 TV 채널을 돌리다 간혹 보았지만, 쇼호스트란 직업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공대생 주승연 씨는 그렇게 쇼호스트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어머니의 권유를 받고 난 후,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쇼호스트 양성학원을 다녔으며,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통해 스피치도 배웠다는 사실을 말이죠.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열정을 가진 어머니께서 추천하는 직업이라면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고, 결단을 빨리 내렸죠. 1주일 만에 사표를 내고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렇게 쇼호스트를 향한 내 인생의 새로운 목표는 시작되었죠.”
음치가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는 공대생 출신의 평범한 직장인이 쇼호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음치가 가수가 될 만큼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쇼호스트는 성우만큼의 성량과 발성, 아나운서만큼의 발음, 연기자만큼의 표현력이 중요합니다. 이에 가장 중요한 목소리부터 바꾸는 연습을 시작했죠. 아침마다 계란판을 뒤집어쓰고 발성 연습을 했고, 물 한 잔을 마시고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목에 무리가 되지 않은 선에서 성량과 발성 발음을 연습했죠. 이러한 훈련을 거르지 않고 일주일에 5번씩 했습니다. 그리고 아나운서의 발음과 성우의 성량을 위해 신문의 메인 페이지 한 장과 영화 포스터는 꼭 소리 내어 읽고 연습했습니다. 영화 포스터 글귀에 감정을 실어서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하다 보면 표현력도 좋아지고 짧은 말을 하더라도 더 귀에 들어오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죠.”
목소리를 바꾸는 노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노력이 뒤따랐다.  
“쇼호스트를 준비하는 친구들과 함께 지하철역에서 각자 가지고 온 물건을 직접 팔아보기도 했습니다. 역사 직원에게 들켜 도망나온 적도 있죠. 홈쇼핑을 모니터링하다가 쇼호스트의 멘트에 영혼이 홀린 듯 구매한 금액도 공개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우리 집 살림살이의 7할은 홈쇼핑 물건이죠.(웃음)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운전을 하든 친구들을 만나든, 어떤 상황에서도 그 자리에서 눈에 보이는 상품을 다 팔아본다는 생각으로 혼자 중얼거리며 연습을 했습니다. 아마 주위 사람들은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봤을 거예요. 그렇게 일상생활이 곧 노력이었고, 준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7전 8기의 주인공, 나노 바늘구멍 통과해
쇼호스트란 직업의 채용문은 작은 바늘구멍과도 같기 때문에 그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취업전선은 많은 실패와 도전의 연속이었다.
“현재 6개 홈쇼핑 회사에 있는 쇼호스트는 약 240~250명이고, 그중에 남자는 100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6개 홈쇼핑 중 새로 생긴 홈쇼핑을 제외하고, 모든 홈쇼핑의 시험을 봤고 한 번씩은 다 떨어졌습니다. 대부분 홈쇼핑의 채용 프로세스가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전형, 3차 PT, 4차 임원 면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최종 임원 면접에서만 3번 떨어지고 2차, 3차 전형에서도 5번 정도 미끄러졌죠. ‘시작도 못해보고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생각이 들어 절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포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떨어질 때마다 제3자가 되어 내 자신을 평가하고, 이력서와 자기소개를 다시 평가하는 등의 노력을 했죠. 2년이란 준비 기간 동안 8번 정도 떨어지면서, 이력서의 빈 공간이었던 방송경력란을 하나 둘씩 채워갔고, 어색하기만 했던 자기소개와 면접이 면접관들에게 웃음까지 전달할 정도로 자신감 있게 변했죠. 이러한 집념은 끝내 롯데홈쇼핑 합격이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1차 서류전형부터 시작하여 최종 임원 면접까지 피 말리는 채용 과정이 2개월 정도 진행됐는데, 약 1천 명 넘는 지원자 중 8명(남자 3명/여자 5명)이 뽑혔죠. 그리고 인턴 3개월을 거쳐 쇼호스트라는 명함을 받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쇼호스트 생활, 학원에서 연습했을 때와 실전은 많이 달랐다. 쇼호스트는 단순히 화려한 말발로 상품을 파는 사람이 아니다.
“학원에서는 쇼호스트에 대한 기본을 배우지만 진짜 쇼호스트의 삶은 굉장히 입체적입니다. 쇼호스트는 상품을 기획하는 MD가 될 수도 있고, 방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고민하는 PD의 시각도 가지고 있어야 하죠. 이에 쇼호스트 지망생들은 어떤 말을 할지 멘트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상품을 왜 써야 하는지, 이 상품으로 인해 고객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늘 고민을 해야 합니다. 상품에 자연스럽게 내가 녹아 들어가 고객의 입장에서 전달할 수 있어야 하죠. 한편, 홈쇼핑은 라이브로 진행되다 보니 재밌는 상황들이 많이 일어나곤 합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쇼호스트이기에 에피소드가 적지만, 10년 이상 된 쇼호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엄청난 에피소드들이 많죠. 방송 중 조명이 떨어지기도 하고, 멘트를 하다가 실수로 욕을 하기도 하고, 음식을 먹다가 사레 걸려 기침을 하는 등 정말 재밌는 일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생방송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 분명히 있어
쇼호스트는 직업 특성상, 새벽 4시에 출근하기도 하고 또 퇴근하기도 하는 불규칙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쇼호스트가 매력적인 직업이라며, ‘쇼호스트홀릭’다운 이야기를 한다.
“보통 직업을 정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중 선택하게 됩니다. 나에게 쇼호스트는 내가 할 수 있고 동시에 하고 싶은 일이죠. 이에 삶이 불규칙하게 돌아간다는 불편이 있지만, 즐기며 일하고 있습니다. 다만, 방송이 라이브로 잡히다 보니 평소에 체력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서 꾸준히 운동을 하는 등 자기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죠.”
7전 8기의 정신으로 꿈을 이룬 그이지만,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지금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방송할 수 있을 때까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어렸을 때의 꿈이 다양한 삶을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쇼호스트가 된 이후에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살면서 추가된 것이 있다면, 다양하지만 전문가적인 자세로 임하자는 것입니다. 카메라 방송을 할 때는 아마추어 사진작가 자격증에 도전해보고, 휴대폰 방송을 할 때는 휴대폰 매장에서 직접 판매도 해보고, 식품 방송을 할 때는 반드시 먹어보고 요리해보고, 시장에 가서 직접 상품을 체험해보는 등 전문가적인 자세를 유지하고자 하죠.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 되면 언젠가는 제 이름을 걸고 방송을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쇼호스트를 꿈꾸는 청년들과 취업선배로서 구직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졸업생과 취업준비생들의 최고의 숙제는 당연히 취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조급해 하지 말고, 우선 거울을 보길 바랍니다. 무조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러분의 모습이, 삶이 아깝지 않나요? 분명히 여러분의 곁엔 자신을 위한 많은 선택이 있습니다. 천천히 살펴보면,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분명히 있기 마련이죠. 그리고 그것을 찾았다면,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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