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들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창작자(creator)가 되고 싶어요!
상태바
세상 모든 것들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창작자(creator)가 되고 싶어요!
  • 이상미 기자
  • 승인 2014.06.19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뮤지컬 <빈센트 반고흐> 최유선 작가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미술작품 BEST 10에 무려 4개의 작품이 선정될 만큼 서양 미술사상 위대한 화가로 평가되고 있는 빈센트 반고흐의 그림들을 무대에 옮겨, 미술관이 아닌 공연장에서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게 만든 이색 뮤지컬 <빈센트 반고흐>의 최유선 작가. 어린 시절부터 상상하길 좋아하고 즐겼다는 그녀는 많은 이들이 꿈꾸고 선망하는‘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작가가 되려면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유선 작가의 경우는 어땠나요? 어릴 적부터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나요?
어릴 때부터 남다른 모습도 없었고, 그렇다고 남들보다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었어요. 조금 다른 게 있었다면 혼자 상상하는 좋아했죠. 글을 쓰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 우연한 기회에 교외 백일장에 나가서 시 부문 수상을 했을 때부터인데, 그 때 이후 글 쓰는 대회에 많이 나갔던 것 같아요. 대회도 나가고, 가끔 수상도 하니까‘내게 소질이 있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확신같은 건 없었죠. 그런 것 보다는 어린 마음에 대회에 나가면 수업을 안 들어도 되고, 자유롭게 공원이나 궁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하하). 그러다 대입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백일장 수상경력과 국어 과목 성적으로 평가하는 문학특기자 전형으로 문예창작과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고전작품부터 영화까지 정말 다양한 작품을 접하게 되었고, 이제 취미가 아닌 전공으로 선택한 분야였기 때문에 일주일에 4~5권 이상의 책을 읽었습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문예창작과를 전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예창작과에 진학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배우게 되나요? 그리고 졸업 후에는 어떤 직업들을 선택하나요?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시, 소설, 희곡 중에 전공을 선택해요. 수업은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과목을 배우는데, 실기가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습작)을 쓰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죠. 저의 경우에는 전공을 했다가 3학년 때 극작에 큰 관심이 생겨서 전공을 바꿨는데, 원래 공포영화 매니아라서 무서운(?) 시나리오를 많이 썼어요. 그때 썼던 습작 중에‘수목장’이라는 작품이 2012년에 MBN 단막극으로 방영됐었죠. 그리고 취업의 측면에서 보면 문예창작과는 취직이 쉽지 않은 대표적인 과라고 할 수 있어요. 정말 좋은 작품을 써서 등단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등단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수입원이 없이 계속 작품을 써야하기 때문에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질적인 삶의 문제들이 생기게 되고 결국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방송작가나 학원 강사, 교사 등 기타 문예와 관련된 회사나 기관에 취직을 합니다. 이런 직업이 나쁘거나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원래 꿈꿨던 작가의 길을 가는 사람은 소수라는 것이죠.

작가라고 하면 낮과 밤이 바뀌고,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패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알고 있는데, 실제 작가의 삶은 어떤가요?
작품을 할 때는 모든 삶이 작품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거의 작품을 준비하는데 모든 시간을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이 없을 때도 겉으로 보기엔 쉬는 것 같지만 머리는 항상 이야기를 쓰고 있고, 소재를 떠올리고, 상상을 하고 있기때문에 실제적으로 머리가 쉬는 시간은 없어요. 논다고 생각하지만 노는 게 아니죠. 그리고 밤에 다들 잠들고 난 후에 집중이 잘 되기 때문에 밤에 일하고 아침에 늦게까지 자는 경우가 많고요. 작품을 할 때는 주인공이 매일 밤 꿈에 나올 정도로 깊이 몰입하기 때문에 어떤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 실제 제 삶이나 감정, 기분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관객이 영화관이나 극장, TV에서 보는 최종 작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오게 되는 것인지 궁금해요. 그리고 간혹 작품 하나만 성공해도 수익이 굉장하다고 하던데 진짜 그런가요?
(하하)먼저, 수입적인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작가들마다 편차가 커서 정확히 그렇다, 아니다를 말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한 건 작가들이 대부분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는데, 쉬지 않고 작품을 꾸준히 쓰는 작가가 되기는 힘들다는 거에요. 그렇다보니 신인작가의 경우, 1년에 한 작품만 올려도 다행인데, 연봉으로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수입이고 혹시 중간에 공연이 틀어지거나 하면 그마저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보면, 작가는 정말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글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인 거죠. 그리고 작품이 만들어지는 순서는 먼저 작가가 대본을 쓰고 나면 감독과 연출자와 함께 작품의 스타일이나 컨셉에 대해 논의하면서 조정해가는 과정이 상당히 길어요. 작가, 감독, 연출자 각각이 추구하는 스타일이나 컨셉이 다를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어느 정도 작품의 그림이 완성되면 배우 캐스팅, 장소 섭외, 스케줄 조정 등의 작업을 거쳐서 실제 촬영이나 연습을 시작하는데, 배우의 역량이나 연습 진행에 따라 대본이 다시 수정되기도 하기 때문에 처음에 작가들이 썼던 시나리오와 많이 달라지는 경우
가 많습니다.

지난 2월, 충무아트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빈센트 반고흐>가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한 달 전에 막을 내렸는데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학부 졸업 후에 동국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하는 동안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 중에 제작·연출을 하시는 분이 같이 작품을 해보자는 제안을 하셨고, 긴 논의 끝에 뮤지컬 <빈센트 반고흐>가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 제작자분께서 지금까지 뮤지컬에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최상의 영상기법(3차원 프로젝션 맵핑)을 사용한다고 하셔서 솔직히 긴가민가했는데, 정말 제가 상상한 모든 장면들이 영상기법으로 실현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뒷 풀이를 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다가 집에 와서 정말 엄청 울었는데, 마치 오래 만난 연인과 헤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작가나 배우들 모두 작품과 인물에 극도로 빠져 있다가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아마 저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뮤지컬 <뮬란>과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면 고흐를 가슴한 켠에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아요.(하하)

뮤지컬 <뮬란>을 비롯해서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로 만나게 될텐데, 개인적으로 관객들이 유선 작가를 어떻게 기억했으면 하나요? 그리고 작가의 꿈을 키우는 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현재 뮤지컬 외에‘공간 스토리텔링’이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느 지역의 콘셉을 잡아서 콘텐츠나 기타 여러 볼거리를 기획하고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일이죠. 이처럼 어떤 한 분야의 작품에 매이기보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그걸 이야기하는 창작자(creator)가 되고 싶어요. 아직 이런 직업이 명칭으로 있진 않지만, 만약 생긴다면 제가 1호가 되겠죠.(하하) 그리고 미래의 예비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주변에 있는 작은 소재 하나라도 그냥 넘겨보지 말고, 무엇이든 이야기의 소재로 활용하고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평소에 기르라는 것이에요. 작가는 한 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모든 삶이 누적되고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글·사진│이상미 기자 trustme@hkrecrui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