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장수생의 증가로 경쟁률은 증가, 스페셜리스트를 위한 준비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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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장수생의 증가로 경쟁률은 증가, 스페셜리스트를 위한 준비가 필요!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4.12.2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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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올 한해 채용시장에 대한 느낌은 각자의 위치마다, 상황마다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취업시장의 분위기를 가장 확실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구직자들이다. 그들에게 올해 채용시장의 날씨는 어땠을까. 칼바람이 불었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실제 2014년 채용시장은 상·하반기를 통틀어 채용규모는 예년보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줄었지만 취업 재수생이나 신입사원 퇴사자들이 재취업을 시도하며 오히려 실제 경쟁률은 더 높아졌다.


4월 상반기, 10월 하반기 대졸 공채 시장의 문이 모두 닫힌 2014년 채용시장. 하지만 공채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었다. 상당수의 대기업이 채용 규모를 축소했고 장기화된 청년 실업의 영향으로 ‘취업 장수생’까지 봇물을 이루면서 공채 시장이 대혼란을 겪었다.
특히 많은 구직자들이 꿈꾸는 대기업의 공채는 각 기업별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지난해보다 300~1,300명 정도 줄어들었는데, 이는 업황 부진과 실적 하락의 여파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한민국 경제시장을 좌우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최대 10조 원대에 달하던 영입이익이 3분기에는 4조원대로 줄어들면서 하반기 채용규모를 늘리지 못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안팎의 상황이 좋지 않은 탓에 신규 채용을 최대 규모로 계획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300명 정도 줄였다. 현대차 측은 올 상반기 공채 때 많은 인원을 뽑아 하반기에는 사업부별로 채용 인원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LG그룹도 1,000여명정도 채용규모를 축소했고 롯데그룹 역시 지난해보다 1,300여명을 덜 뽑아 채용 시장의 불황을 보여줬다.
대기업으로 가는 채용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지만 이 문을 뚫고자 하는 청년들의 숫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든 2015년 2월 대학 졸업예정자에 오랫동안 대기업 취업을 준비해 온 ‘취업 장수생’들이채용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에는 채용 규모보다 훨씬 많은 지원자가 몰려 평균 100 대 1의 취업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 공채 시장의 급랭 현상은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서 비롯된 전 산업계의 불황과 연관이 깊다”며“내년 상반기에
는 각 계열사별로 변화가 조금씩 있겠지만 냉랭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상위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채용규모를 조사했더니, 채용 규모를 줄인다는 곳이 32%인 반면, 늘린다는 기업은 15%에 그쳤으며, 100대 기업만 놓고 보았을 때는 채용을 줄인다는 기업은 31%로 비슷하지만, 늘린다는 기업은 10%에 불과해 더 어려운 취업시장의 현실을 보여줬다.

전체적인 규모는 줄었지만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
이런 가운데 화학과 기계 업종 등은 일자리가 많아 구인난을 겪었고, 금융이나 문화 업종 등은 구직난을 겪은 것으로나타나 취업시장에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특히 방송 관련 일자리 수가 적은 탓에 재수는 물론 삼수까지 하지만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왔다. 방송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K군은 “경쟁률이 높아서 취업이 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채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신규로는 많이 뽑지 않으니까 계속 도전하게 되고 말 그대로 언론 고시같이 계속 취업을 준비만 하고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자리 수보다 구직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취직이 힘든지 아닌지를 알 수 있도록 수치로 나타낸 구인배수라는 개념이 있다. 구인배수가 1보다 작으면 일자리 경쟁이 심해 취업이 어렵고 1보다 크면 일자리 수가 많아 취업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판단할 수 있다.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에 따르면 취업이 제일 어려운 직업군은 관리직이었으며 미용·숙박·여행·오락, 문화예술방송, 금융 보험 관련 직도 벽이 높았다.
반대로 일자리가 비교적 많아서 가장 구인난을 겪는 분야는 화학과 금속, 유리, 시멘트 등의 재료 업종이었다. 기계와 식품가공 관련 직들도 취업 문턱이 낮았다. 직업 종류에 따른 고용 양극화 현상은 장기적으로 학과 선택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별 채용 트렌드는 어떨까? 기업들은 자신의 회사에 맞는 맞춤 인재 선별을 위해 채용 절차 및 평가기준에 변화를 줬다. 구직자들은 이에 대응해 목표기업에서 시행하는 기준에 맞춰 준비해야 취업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가장 일반적인 주요 그룹사의 경우 직무역량을 강조하고, 다각화된 채용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요 그룹사의 공채 지원 서류를 살펴보면, 스펙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특히 ‘직무역량’에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직무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LG는 어학성적, 자격증 등 일부 항목을 이력서에서 없앴다. 이에 따라 구직자들은 지원 직무에 부합하는 본인의 경험, 지식 등을 하나의 스토리로 잘 엮어서 설명해야 서류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오디션, 캐스팅 등 다각화된 채용방식이 확산되는 추세도 여전했다.
금융권의 경우 인성평가를 대비하고, 전공 특성도 살려야했다. 특히 하반기에는 규모가 예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늘었지만 이는 상반기 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체감 경쟁률은 더 높았다. 금융권 트렌드는‘인성’이었다. 최근 금융권에서 내부 직원들의 비리나 횡령 등 사고가 잦았던 만큼 직원들의 윤리의식이나 품성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이다. 우리은행은 어학성적과 금융 자격증란을 없애는 대신, 자기소개서에 지혜, 배려, 행복 등의 제시어를 담은 가치관과 삶의 경험을 에세이로 작성하도록 했으며 직업윤리를 물어보는 문항도 나타났으며, 신한은행도 열린 채용으로 인재상에 부합하는 본인의 스토리를 녹여냈는지가 서류합격의 승부처가 됐다. 최근 정보보안 이슈로 인한 리스크 관리, 빅데이터 등이 주목받으면서 IT나 통계 분야 전문 인력에 대한 주목도도 덩달아 높아지진 것도 하나의 변화다.
공기업 역시 스펙초월 채용과 지역인재를 강조했다. 올 상반기 한국전력 등에서 스펙초월 전형을 도입했고, 하반기에도 기술보증기금,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등에서 입사지원서의 학력과 어학성적, 자격증 등의 항목을 없애 스펙초월채용 추세는 계속 이어졌다.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공기업들은 지방근무가 가능한 인재인지도 평가 고려대상이 되었으며, 지역인재에 가점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신입인 듯 신입 아닌, 경력같은 신입사원 원해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신입보단 경력자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saramin.co.kr)이 올 상반기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채용공고 155만 6,182건을 분석한 결과 경력만 모집한 공고가 25.9%를 차지했다. 신입만 모집한 공고 비중(6.6%)보다 4배나 많은 수준이다. 이밖에 신입과 경력 둘 다 채용하는 공고는 35.8%, 경력 무관은 31.7%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경력자만 채용한 공고 비중은 0.5% 포인트 증가한 반면 신입만 채용한 공고 비중은 0.8% 포인트 낮아졌다. 경력자만 뽑은 비율이 가
장 높은 직종은 IT·인터넷 분야로 54.3%, 디자인(42.8%), 전문직(34.3%), 건설(32.9%), 경영·사무(29.3%), 생산·제조(27.3%), 미디어(26.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사람인 관계자는 “경력자의 경우 신입보다 투자대비 빠른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 불황으로 결원이 발생하면 신입보다는 경력자를 채용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신입을 채용할 때도 업무수행에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쌓은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2015년 채용제도를‘스펙’대신 직무능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출신대학이나 어학성적 등 스펙적인 요소보다 향후 대학 전공과목 이수, 직무 관련 경험 등을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이러한 채용 방식의 변화는 2015년 채용시장에서 다른 그룹사나 기업들의 채용 전략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안은 금년 초 발표했다가 철회한 ‘대학총장 추천제’와는 달리 그룹이 아닌 직군별, 회사별로 재량권을 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선 인문계와 이공계 졸업생의 채용방식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렸는데, 이공계 지원자의 경우 전공과목에 대한 비중이 높아졌고, 인문계 지원자들은 SSAT를 보기 이전에 평소 자신이 지원한 분야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준비했는지‘직무에세이’를 제출해야한다. ‘직무에세이’는 경력자들이 제출하는 경력 기술과 많이 닮은 형식이다.
채용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에 대해 신입과 경력의 채용방식이 점차 닮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 채용 개편 소식을 접한 취업준비생들은“자기소개서로 서류 합격·불합격이 결정된다는 것은 순수 대졸 신입이 아니라 사실상 경력 채용을 원하는 것이 아니냐”, “인턴경험을 쌓는데 좀 더 치중해야겠다”, “학창시절 창업이라도 한 번 했다가 망한 뒤에 삼성에 지원해야겠다”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직무에세이를 통해 한 직무를 오래 준비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라며“순수한 신입이라도 에세이 상에서 자신의 역량·가능성을 충분히 드러낸다면 합격 기회는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요구하는 역량은 경력자들의 역량과는 달리, 경력자들이 경력 기반의 역량을 갖췄다면 신입 지원자들은 삼성이 선발하는 직무에 대한 접근법·태도, 직무 관련 지적 배경 등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 삼성그룹의 의견이다.
따라서 오는 2015년 채용시장에서는 지원한 회사에 대한 관심도를 표현할 수 있는 경험들이 구직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직무적합성평가에선 그간 이뤄낸 성과도 중요하지만 잠재력이 더 중요하게 평가될 예정이다. 이러한 추세는 학벌이 아니라 학력을 강조하고, 자기역량을 스스로 설명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문계열의 경우, 수시 소수 채용의 기회가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채용방식이 지원자의 역량이나 직무적성만을 평가했다면, 삼성그룹의 채용방식 개편안은 여러 가지 일을 두루 잘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보다는 한 분야에 강점이 확실한 스페셜리스트를 뽑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삼성그룹의 변화에 따라 많은 기업들의 채용 방식 또한 비슷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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