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을 의미 있는 선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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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을 의미 있는 선물로 만들자!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5.04.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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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쉰 지 어느새 두 달 가까이 되었다. 실업자들로 가득한 고용센터 강당에서 여러 가지 교육을 받고, 실업급여 수급 신청을 하던 느낌은 낯설고 긴장되기만 했다. 처음엔 그랬다. 직장을 다닐 때‘20여년 동안 쉬지 않고 치열하게 달려왔으니 이제 잠깐 쉼표를 찍고, 인생을 재정비할 때도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러나 막상 쉼표를 찍는 순간을 아무런 준비 없이 맞닥뜨리니, 그간의 생각과는 달리 그저 황망하고 당황스러운 것이 솔직한 속내이다. 매서운 삭풍이 몰아치는 황량한 벌판에 외투 하나 제대로 갖추어 입지 못한 채 홀로 서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이 벌판에 나오기 전 먼저 내몰렸던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동안 열심히 해왔잖아? 이 기회에 조금 쉬어 가시게. 인생 길지 않나’
며칠 전 문득 정신을 차리고선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가끔씩 왜 나야?’하며 속상해했다가,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진 않아’했다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한숨을 내쉬었다가, 집에 있기는 민망해서 눈뜨면 어디든 나가려는 나의 심정을 가족들은 과연 이해나 할까하는 온갖 생각이 뒤섞였다.

나가서 만나야 한다. 유익한 정보는 뜬금없이 온다
실직자를 망가뜨리는 최악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행동들이다. 자존심도 상하고, 자존감도 저하된 실직자는 세상만사가 귀찮아 지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 또한 부담스러워져 대인 관계가 급격히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안정된 직장에서 오래 재직했을수록 세상 정보에 둔하고, 인맥의 다양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심지어 역량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재직했던 직장에서의 경험과 현안 처리, 시간에 따른 포지션의 상승 덕에 재직하는 동안 균형 있는 자기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상으로 나오게 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피부로 느끼는 일이다.
유익한 정보는 의외의 루트로 오는 경우가 많아서 자주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챙겨 만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리처드 코치의‘낯선 사람 효과(superconnector)’에 의하면 자주 교류하지 않거나 때론 처음 만나는 메신저들이 꼭 필요한 정보를 건네주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사람들이 건네주는 정보들은 유사성이 있으며 자주 만나는 그룹에서 접하는 정보보다 더욱 다양하고 객관적일 확률이 높다.
필자의 경우에도 실직 기간에 단 두 번 만났을 뿐인 예전 직장 동료 덕에 커리어 컨설턴트가 되었다. 그를 만난 것은 10년 만이었고, 예상치 못했던 정보를 준 뒤 홀연히 사라졌다. 가까운 사람들은 정서적 도움은 되지만, 실직자인 내게 필요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한 두 단계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다. 일부러라도 챙겨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조금이라도 인상적인 것들은 인터넷 쇼핑
카트에 담듯 담아 둔 뒤 연구해 보아야 한다.

내가 낸 세금, 이때야 말로 활용할 때다
2017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체에 의무적으로 퇴직예정자 전직지원 서비스가 실시된다. 희망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전직지원서비스를 꼭 신청하여 성실하게 참여해 볼 것을 권한다. 스스로 알아서 앞길을 잘 헤쳐 나갈 수도 있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또한, 도움이 될 만한 공공 기관들도 생각보다 많다.
지금까지 꼬박꼬박 내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들이며 제도들이다. 고용센터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일자리센터, 각종 취업박람회 등은 물론이거니와 구청 공개강좌에서도 영감을 받을 수도 있다. 평일 날 찾아 간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의 열기는 신선한 충격을 줄 수도 있다. 평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최소한‘회사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며,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눈여겨본다면 트렌드가 보이기도 한다. 진로 방향을 잡기 전까지는 마른 스펀지가 물 빨아 들이 듯 정보를 취해야 한다. 취사선택은 이후의 문제이다.

재취업 성공은 자신의 탐구로부터
경력전환을 포함한 재취업에 성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을 분명하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40년 넘게 재취업을 돕고 있는 리처드 볼스는 그의 저서 ‘당신의 파라슈트는 어떤 색깔입니까(What color is your parachute?)’에서 이것이 무려 86%로 성공하는 비결이라고도한다.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취업 성공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실제로 컨설팅을 하다보면 자신을 잘 이해하고 탐구하는 사람들의 성공 비율이 더 높게 느껴진다. 이같이 느껴지는 몇 가지 이유는 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되면 목표 의식이 뚜렷해짐 ②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한 방법이 다양하고도, 구체화됨 ③ 마음의 여유가 생겨 가로 막는 장애물들이 생기는 상황도 잘 극복함 ④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생기기때문 등일 것이다.
자신에 대한 여러 탐구 방법 중 하나는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가를 곰곰이 따져보고 정리해 보는 것이다. 흥미와 관심은 성장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바뀌기 나름인데, 그 중에서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관심을 놓지 않고 있는 것들이 있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부전공으로 이수하였지만, 20여년 가까이 전혀 무관한 의류 관련 무역 일을 해온 지인이 몇 해 전부터 미술치료, 청소년 상담 등을 공부하더니 요즘 조금씩 관련 일을 시작했다는 근황을 전해 온 것도 이런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언제나 플랜A와 플랜B의 필요성을 느낀다. 오로지 단 한 개의 산 정상을 향해 돌격 앞으로 했는데, 실제로 가고자 했던 그 산이 아니면 어떻게 할 셈인가? 따라서 충분히 듣고, 수집하고, 고민하고, 경험하는 것을 통해 재취업, 혹은 경력전환을 해야 한다. 이렇게 준비하면 어떤 식으로든 표가 나는 반면, 무턱대고 이력서를 작성하여 쇼핑하듯이 입사지원을 하는 것은 별 소득 없이 좌절만 깊어갈 뿐이다.

나의 경험이 되어 버린 실직에 맞서는 자세
스스로가 직접 경험하지 않는 것은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어느 날 아침, 남의 일이었던 실직이 ‘나의 경험’으로 다가 왔을 때, 나는 능력 있고, 충성심 있기에 수많은 선배 실직자들과는 다를 것이다’라는 생각은 오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실직을 의미 있는 선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수한 선배들이 ‘위기는 기회’라는 평범한 격언을 증명하듯 실직을 통해 제 2의 삶으로 나아갔다. 40대에 실직을 하게 되면 ‘50대가 아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하는 마음, 당신이 50대라면 ‘더 나이 들기 전이라 다행이야’라는 마음가짐, 그리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로 실직에 맞설 수 있다면 실직은 진정 나에게 ‘선물’이 될 것이다.
 

 




홍제미나
㈜인덱스루트코리아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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