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이라는 슬픈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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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이라는 슬픈 족쇄
  • 권민정 기자
  • 승인 2015.07.23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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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주요 기업들의 상반기 채용이 점차 마무리되면서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하지만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구직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갈 뿐이다. 취업준비생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여서 최근에는‘취업준비생 200만 시대’라는 말까지 생겼다. ‘취업준비생’이라는 슬픈 족쇄를 벗어버리지 못한 청년들은 그 자체로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되어가고 있다.

고통 받는 취업준비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젊은층의 구직난은 심각한 상황. 이런 사태를 반영하듯 일본 도쿄도시가스는 최근 ‘어머니의 성원’이라는 제목으로 취업준비생의 현실을 담은 광고를 한 편 제작했다. 그런데 ‘광고의 내용이 너무 현실적이고 속상해서 보고 싶지 않다’라는 시청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도쿄도시가스는 전파를 탄지 4번 밖에 되지 않은 광고를 중단하고 말았다. 한국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만든‘어느 취준생의 지친하루’라는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가 400만을 돌파한 것이다. 힘든 취업준비생의 일상을 담은 모습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상황은 그다지 즐거운 현상은 아니라고 봐야할 것이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9명, 우울증 경험
취업준비생이 화두로 떠오른 이유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취업 우울증’과 관련 있다. 최근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 465명을 대상으로 ‘취업 우울증’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94.5%가 ‘취업준비를 하며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우울증의 주된 원인으로는(복수응답)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서’라는 답변이 37.8%로 가장 많았고, ‘계속되는 탈락으로 인해서’(31.2%),‘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17.0%), ‘취업준비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16.3%), ‘무엇을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는 막막함 때문에’(15.3%), ‘주변의 압박 때문’(11.8%)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취업 준비과정에 대한 어려움은 지난 6월 29일 고용노동부와 청년위원회가 개최한 <청년일자리 타운홀 미팅>에 참가한 44명의 청년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한 사항이기도 하다.
대한 학보사 편집국장인 한 모양은 회의 발언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인턴 경력을 쌓아야 하고 인턴을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인턴을 스펙으로 쌓아야 한다”며 일명 ‘스펙우스의 띠’ 현실을 지적하였다.
한편 이날 만난 숭실대 윤 모군은 “맹목적으로 취업을 위해서만 달려가는 현실이 힘들다”며 “청춘의 열정은 사라지고 공허함과 혼란스러움만 남는 것 같다”라고 취업 준비의 고통을 털어놓았다. 일선에 있는 학생들이 느끼는 현실과 고통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서울 명문대를 나왔지만 3년간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이 모양은 “자격증 응시료나 스터디 공간 대여비, 그 외 취업 준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아르바이트로는 충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미치는 취업 우울증
무엇보다도 취업 준비로 인한 우울증이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잡코리아의 설문 조사를 보면 ‘취업 준비로 이한 우울증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87.1%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우울증이 미치는 영향으로는(복수응답) ‘무기력증이 생겼다’가 41.5%로 가장 많았으며 ‘짜증이 늘었다’가 31.3%로 뒤를 이었다. ‘사람 만나는 것이 싫어졌다’와 ‘만성피로에 시달린다’는 답변도 각각 28.9%와 18%를 차지했다. 취업준비생들을 비유하는 신조어들도 생겨나고 있다. ‘히키코모리족’은 일본어로 은둔형 외톨이를 뜻한다. 사회와 벽을 쌓고 자기방에만 틀어 박혀 아예 나오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홈퍼니(Home+Company)’는 집에서 취업원서 준비에 매진하는 경우를 빗댄 표현이다. 이 외에도 커피전문점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공부하는 사람을 의미하는‘코스피족(Coffee+Office)’, 겉으로는 화려한 스펙을 갖췄지만 오랜기간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구직자를 의미하는‘장미족’, 취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항상 공부와 스펙쌓기에 몰두하는 ‘공휴족’까지. 대한민국 취업준비생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단어들이다. 이렇게 취업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청년들은 대부분 취업을 준비하면서 청춘, 자존심, 연애, 취미,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포기하게 된다.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자기 스스로 이런 부분을 피하게 되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은 대외 활동, 인턴, 아르바이트 등의 외적인 활동을 취업 준비와 병행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마저도 취준생들을 슬프게 하는 상황이다. 바로 ‘열정 페이’문제 때문이다.

취업 준비생을 두 번 울리는, 열정페이
‘열정 페이’란 청년이 원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게 해주었기 때문에 청년이 수행한 일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고용주의 인식이나 행태를 풍자한 신조어이다. 최근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에서 만 19~34세 청년 중 일경험이 있는 5,219명을 대상으로 ‘열정페이 실태’를 조사한결과, 53.6%로 청년 두 명 중 한명이 열정페이를 경험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정페이 경험 유형으로는 ‘근로대가 미지급’과, ‘직무교육 미제공’, ‘근로 전 약속한 각종 혜택 불이행’, ‘불합리한 차별’등이 있었다. 청년들이 최저 임금수준의 정당한 임금을 받는 경우는 25.2%에 불과했다. 근로전 약속한 정규진 전환 약속 불이행은 52.9%나 되었다. 이런 상황들은 취업준비생들의 힘을 더욱 빠지게 한다. 취업준비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회에서 정당한 대우도 받지 못하는 구직자들은 언제까지 자신이 이런 삶을 지속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과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취업이 장기전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앞으로 희망찬 미래를 이끌어갈 대한민국 청년들이 사회에 제대로 발을 디뎌보지도 못하고 심각한 패배의식과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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