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 자기계발에 힘써 인생의 제 2막을 시작하세요!”
상태바
“베이비부머 세대, 자기계발에 힘써 인생의 제 2막을 시작하세요!”
  • 이상미 기자
  • 승인 2015.11.23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terview StoryⅠ 중장년 취업

일자리를 두고 청년들과 4050 중장년세대들이 경쟁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이 나라의 청년들만 힘든 게 아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중장년층도 일자리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50이라는 젊지 않은 나이에 근 10년 동안 근무했던 회사에서 나와 다른 기업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이용남 상무의 재취업 스토리를 들어보자.


스물여덟,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교수님의 추천서를 받아 대기업에 입사했다. 얼마 전 방영했던 드라마 ‘미생’의 배경이 그가 10년 가까이 회사 생활을 했던 곳이었다.
“처음 입사했던 기업이 IMF를 맞닥뜨리고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다른 대기업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어요. 이곳에서는 구조조정을 면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스카웃에 응했죠. 새로 옮긴 곳에서도 회사 생활은 쉽지 않았어요. 업무 자체는 전에 근무했던 회사와 같은 업무라 익숙했지만, 반복되는 야근과 회식, 업무량에 치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이가 50이 되어있더라고요. 가족들 보면서 버티고 있었는데 슬슬 퇴직의 압박이 들어왔고 결국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죠. 받은 퇴직금으로 창업을 할까, 다른 직장을 찾아볼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약 2년 간의 공백 기간이 있었다. 근 20년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일원으로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고 눈앞의 회사 매출에 연연하며 살아가다가 막상 회사 밖으로 나오니 앞길이 막막했다. 퇴직금에 대출을 받아 그나마 장사가 된다는 치킨집을 차릴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엔 후회도 많이 했어요. 아이들도 대학을 가야하는데 조금만 더 버텨볼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너무 아무런 준비 없이 사표를 던진 것 같아 가족들에게도 미안했죠. 제가 2년 동안 집에 있으면서 바뀐 경제적 상황 때문에 많이 힘들 었을텐데 가족 중 누구도 저에게 나가서 일 좀 하라고 재촉하지 않았어요. 그게 참 미안하고 고마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살길을 찾았습니다.”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곳이 없었기에 생활패턴이 게을러지기 쉬웠다.
회사를 다닐 때의 생활패턴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조깅을 했고, 오전시간엔 대학에 다
니는 딸과 함께 온라인으로 영어와 중국어 강의를 들었다.
“딸과 함께 들으니까 실력이 더 금방 느는 것 같았어요. 예전에는 토익 점수가 있기만 해도 영어를 좀 한다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요즘엔 영어는 물론이고 중국어 실력도 있어야한다더라고요. 머리가 굳어서 단어를 외우는게 힘들었지만, 자발적으로 배우고 있다는 생각에 학생 시절 생각이 나서 즐겁기도 했어요.”
운동을 통해 체력을 유지하고 강의를 들으며 자기계발에 힘을 쏟는 한편, 그동안 쌓아두었던 인맥관리에도 관심을 쏟았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잖아요.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20년 동안 쌓은 인맥이 생각보다 엄청나더라고요. 중소기업 CEO부터 각 부서 팀장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등산모임이나 저녁식사 모임 등에 자주 참여하려고 노력했어요. 처음엔 직장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괜히 민망했는데, 워낙 오래 알고 지낸 분들이라 그런지 만날 때마다 어디 자리가 있다면서 추천도 해주시고 정보도 주셔서 재취업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내용 중심, 다양한 형식으로 어필 준비해
주위의 사람들이 주는 정보뿐 아니라 헤드헌팅 전문 사이트나 경력직 구인 사이트에 들어가 틈틈이 구인공고를 확인했고, 경력기술서도 수정을 거듭했다. 특히 경력기술서를 작성할 때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녹슬지 않은 인력임을 어필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력기술서가 정해진 양식이 없는 기업들이 많더라고요. 딸의 도움을 받아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작성해 보기도 하고, 영상을 요구하는 곳도 있어서 영상을 찍기도 했어요. 형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업분석부터 앞으로의 사업 확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세세하게 작성했습니다. 아무래도 대규모 채용이 아닌 소규모 채용이고, 채용 절차 또한 신입사원 채용 절차보다 간소화되었기 때문에 각 단계별로 한 사람 한 사람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 기업 면접도 대 여섯 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모두 적당한 자리가 아니었다. 면접을 반복하면서 다시 재취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던 그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정부에서 주최하는 채용설명회에 참여했다.
“중소기업청이나 고용노동부에서 주최하는 지역 채용설명회에도 참여하고, 사전 면접 신청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때 많은 인사담당자들, CEO들을 만나면서 재취업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 헤드헌터를 통해서나 사이트를 통해 지원할 때는 제가 과거에 담당했던 품질관리 업무에만 지원을 했었는데 지역 채용설명회에서 영업에 더 적합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어요.”
그러던 중 현장 면접을 봤던 기업으로부터 면접을 보러 오겠냐는 연락이 왔다. 품질관리가 아닌 영업 일을 해보겠냐는 제의였다. 망설여졌지만, 일단 면접에 응했다.
“면접 제의를 받았을 때, 해본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차에 들어가는 오디오와 네비게이션 관련 전문 업체였는데, 기본적으로 납품해야 할 제품에 대한 지식적 바탕이 있는 영업 관리자를 찾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과거 저의 품질관리를 했던 경험 덕분에 기본적 지식이 있다고 판단되었고,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쌓은 많은 인맥들로 회사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면접은 신사업 확장에 대한 발표 형식으로 진행됐다. 열심히 관리했던 인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사업에 보다 빠르게 착수할 수 있음을 어필했고, 결과는 합격으로 이어졌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중국으로의 오디오, 네비게이션 수출을 계획 중이라 이에 맞춰 중국어 공부도 계속하는 등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일이 할 수 있는 일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이 시대의 지친 아버지들을 향한 응원의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저를 비롯한 지금 청년 세대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지금 처럼 취직이 어렵진 않았어요. 대학을 나오면 교수님 추천을 받아서 취업을 했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 세대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안타깝죠. 취업난은 아니지만, 아버지 세대들도 나름의 고충을 속에서 이 시간들을 겪어왔다는 걸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취업하고 돈 벌어서 가정을 꾸리고 살다보니 스스로는 없어진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20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그저 돈벌어오는 기계가 되어버린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어서 많이 힘들기도 했어요. 지금 이직이나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많은 것들을 돌아보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들과의 관계와 시간도 돌아보시고요. 경기가 계속 안좋아져서 더 조바심이 날 수도 있는데,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청년층, 중장년층,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일자리 걱정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같은 나이로서 아직 팔팔하신 중장년층 여러분, 힘내서 문을 두드리시면 분명 제2의 인생이 펼쳐지리라 확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