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취업한 친구들이 일등급 정보 제공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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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취업한 친구들이 일등급 정보 제공처!
  • 이상미 기자
  • 승인 2015.11.23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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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StoryⅡ 여성/고졸 취업

대학에서 취업을 위해 준비를 하지만 졸업 후에도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100%에 육박하는 대학진 학률과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학문을 연구하기 위해서가 아닌, 취업을 보장받기 위해 대학에 입학하던 시대를 거쳐 이제는 대학도 청년들의 취업을 보장하지 못해 보인다.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찍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고 현재 자신의 길을 당당히 만들어가고 있는 워킹맘, 수민 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성암국제무역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물여섯의 나이에 현재 직장 4년차인 수민 씨. 한창 특성화고 붐이 일었던 시기에 호텔경영학과 입학을 목표로 국제무역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대학진학 외에도 다양한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선택했다.
“제가 근무하는 씨엠에스랩은 간단히 말해 메디컬 화장품 회사에요. 저희가 다루는 화장품은 일반 시중에서 볼 수 없고, 병원이나 피부과에 납품이 되고 있죠. 저는 영업관리를 담당하고 있어서 영업사원들의 매출을 관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출고를 요청하는 일부터 단가와 가격변동을 관리하는 일, 또 월말마다 영업 순이익에 대한 분석 데이터를 만드는 일이 주요 업무에요.”
취업을 하기 전부터 이 분야의 일을 하고 싶었냐는 질문에 수민 씨는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성암국제무역고등학교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사실 대학에 가기 위해서였어요.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할 때쯤 특성화 고등학교 붐이 일었거든요. 그때 특성화 고등학교에 가면 대학진학과 취업 둘 다 조금 수월하다는 얘기가 있어서 대학을 가기 위해 고등학교를 들어갔습니다. 확실한 꿈은 아니었지만, 막연하게 호텔경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일반 고등학교에서 일반 전형으로는 대학에 못갈 것 같아서 ‘특별히 특성화 고등학교에 가서 다른 대학 입학 전형을 노려보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무역고에 들어간 수민 씨는 학교생활이 너무나 즐거움을 느꼈다. 공부가 아닌 다른 길에 대한 시각도 많이 열렸고, 국영수 위주의 수업을 하는 일반 인문계에서는 배우지 않는 회계나 상업, 컴퓨터 관련 과목들 을 중점적으로 공부했다.
“세상에 재밌는 일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다른 친구들이 대학 입학을 위해 공부할 때 저는 속기사라는 것에 관심이 생겨서 방과 후에 속기사 학원도 다녔죠. 즐겁게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대학 진학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말해서 ‘호텔경영’이라는 게 막연한 생각이었지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것도 아닌데‘이렇게 까지 돈을 들여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만약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해서 대학이 반드시 필요했다면 대학진학을 준비했을 것 같아요. 다양한 길이 열려있는 가운데‘뭘 해야 좋을까’ 고민하던 시기였고, 학교에서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니까 굳이 대학을 왜 가야하나 싶었죠. 돈은 돈대로 들고, 대학 나와서도 취업도 힘드니까 어줍지 않게 대학을 나오는 것보다 일을 일찍 시작 해서 ‘돈과 시간을 아끼고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이른 현장 교육이 저절로 스펙으로 쌓여
고등학교 2학년 때 취업반을 선택한 수민 씨는 학교 특성상 2, 3학년 때 진학반과 취업반으로 나누어져서 교육을 받았다.
“그곳에서 배웠던 것들이 지금 업무를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대학교에서 4학년이 되면 취업동아리에서 모의 면접도 보고, 공모전도 나가고, 서로 정보도 공유한다고 하던데 고등학교 때 그걸 했거든요. 경영대회도 열리고, 취업반 친구들끼리 서로 경쟁을 해서 시상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지금 대학에서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또 방과 후에 외부에서 컨설턴트가 와서 실제로 자소서, 면접을 봐주기도 하고, 말투나 자세, 발음, 목소리 등을 교정해 주기도 하고요. 실제 프리젠테이션 할 때 도움이 될 만 한 것들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일정 커리큘럼이 있었는데, 모든 과정을 마쳤을 때 나온 그 수료증이 취업할 때 하나의 스펙으로 작용하더라고요.”
고등학교에서 한 과목으로 다루어졌던 회계가 업무에 가장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수민 씨. 회사에 들어가면 어느 부서나 회계와 연관이 되어 있기 마련인데 수민 씨는 입사 초기에도 비용처리나 부가가치세에 관련한 업무부터 이익률을 내는 법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덕분에 비교적 빨리 업무에 적응할 수 있었다.
“졸업을 하고 바로 일을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내일배움카드라는 걸 이용해서 제과제빵 분야 자격증을 땄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약 1년간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깊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름의 방황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웃음) 주변에 취업한 친구들로부터 회사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회사란 곳은 어떤 곳일까 호기심이 생겼고, 취업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죠.
사실 제가 취업했을 당시에만해도 저희 회사는 작은 소기업이었는데 지금은 합병도 하고, 사업도 성장하면서 회사 규모 자체가 많이 커졌어요. 이제 일한지 4년이 지나가니까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기도 하고, 회사에 애정이 더 생기기도 해요.”
취업 준비 할 때 가장 도움이 됐던 건 먼저 취업한 친구들과의 대화였다. 많은 취업 정보 사이트들이 있었지만 정보가 워낙 많았고, 그 중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이미 취업한 친구들이 수민 씨에게는 살아있는 정보처였다. 친구들에게 자기소개서를 보여주고, 조언을 듣고, 실제 회사생활은 어떤지, 어떤 업무를 주로 하는지,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들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제가 취업을 준비할 때 팁을 줬던 친구들처럼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요. 다른 건 잘 모르지만, 면접에서는 무엇보다 긴장하지 않는게 관건인 것 같아요. 저는 두 번의 면접을 통해서 지금 회사에 입사했는데 사실 저도 많이 긴장했었거든요. 근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까‘왜 그렇게 바보같이 긴장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면접이라는 상황적 특성상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생각해보면 어떤 PD가 말했던 것처럼 면접장 안에서나 면접관이지, 면접장 밖에서는 정말 옆집에 사시는 편한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거든요. 또 제가 고졸취업자이기도 하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인력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분들께 특히 더 용기를 주고 싶기도 해요. 저도 육아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지만, 아직도 육아휴직을 내는 여성들을 향한 사회적으로 눈초리가 곱지만은 않아요.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육아휴직 이후에 복귀하면 업무에 적응하는 것도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요. 하지만 일을 계속 하길 원하시는 분들은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가정은 가족 모두가 함께 꾸려나가는 것이고, 육아라는 것으로 희생 아닌 희생을 강요당하기엔 워킹맘들을 위한 사회적 시설도 늘어나고 있고 인식도 조금씩이나마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희망을 갖고 꿈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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