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구인회사에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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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인회사에 쓰는 편지
  • (외고)김종탁
  • 승인 2015.11.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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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멘탈 강화서

안녕하세요? 대한민국의 구인회사 여러분.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지요? 바야흐로 채용 시즌이 다가와서 바쁘게 지내고 계시리라 짐작해 봅니다. 저 또한 대학졸업 후에 처음 맞는 가을의 채용 시즌을 역시 분주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은 오늘도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에요. 중소기업이긴 했지만 안정적인 회사였고 이번에는 꼭 취업하리라는 생각을 하며 꽤 긴 시간 취업을 준비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몇 자 적어 보내려고 합니다.

채용공고문을 명확하게 해주세요
기업에 입사를 원하는 지원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저는 회사에 지원할 때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몇 번이나 고쳐 쓰고 읽어 보고는 합니다. 특히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표현 하나하나까지 고쳐야 하고 주의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있어요. 진부한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하고, 중언부언하지 말아야 하고,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쓰는 것을 좋아하시죠? 너무 길면 글자 수가 넘어서게 되고 너무 짧으면 성의가 없어 보여 좋지 않습니다. 면접에 갈 때는 더욱 신경 쓸 것이 많아집니다. 옷차림에서 머리모양, 그리고 면접장에서의 표정과 자세까지 배우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취업준비생의 입장은 그럴 수밖에 없지요. 어쨌든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선택을 받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채용공고를 내는 회사에서도 주의를 기울여 주셨으면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은 채용공고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써주시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자료조사원을 뽑는 채용공고를 보았어요. 영어로 쓰여 있어 완전히 다 파악하진 못했지만 A4용지 2페이지를 빡빡하게 채울 만큼 상세하게 적힌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position, work hour, salary 등 기본적인 사항을 비롯해서 basic fuction of position, qualifications required, selectionprocess, additional selection criteria 등에 대해서 너무도 상세하고 정확하게 적혀 있었어요. 채용공고문일 뿐이었지만 지원자들을 배려하는 친절함과 존중감이 느껴졌어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기 때문에 저한테 맞는 일인지를 미리 예상해 볼수 있었죠. 그러고 보면 ‘해외영업’, ‘마케팅’, ‘품질관리’, ‘경영지원’, ‘유지보수’처럼 간단히 끝나버리는 우리의 채용직종에 대한 표현은 너무 두루뭉술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원자 입장에서는 정확하지 않기에 비슷한 내용이면 일단 지원하고 볼 수밖에 없거든요.
제가 본 또 다른 채용공고문은 자격요건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원하는 수준을 얘기해 주는 것이 좋았어요. 우리의 채용공고는 아직도 무조건 더 잘하는 사람, 더 능력 있는 사람만 원하는 느낌이죠. 실제로 그런 사람을 뽑을 것도 아니면서 말에요. 하지만 이해해요. 회사에서도 정확한 수준을 제시할 만큼의 직무분석을 못하기 때문이겠죠. 아니면 아직도 말로 하지 못하는 ‘느낌’이 좋은 사람 혹은 업무와 상관없는 다른 것을 보고 뽑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채용공고에서 특별히 더 정확하게 밝혀주었으면 하는 것은 바로 급여사항이에요. 회사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일을 할지 모르는데 섣부르게 급여를 명시해 둘 수 없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내부적인 급여사항을 공개하기가 꺼려진다는 것이죠. 하지만 반대가 되어야 해요. 먼저 급여를 정해놓고 그 정도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살펴서 뽑는 것이 정상이겠죠. 때로는 지원자에게 희망연봉을 적고 그 이유를 말하라고 하기도 하는데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회사에서 먼저 급여뿐 아니라 직원들에게 제시하는 비전, 복지사항, 더 나가서 전체적인 업무현장의 분위기까지 미리 툭 터놓고 얘기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요?
이력서에 대해서 얘기할 것이 더 있는데요, 일하는 것과 전혀 무관한 것들을 적으라고 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릴게요. 회계업무를 하는데 왜 키와 몸무게를 적어야 하는 것일까요? 설마 이왕이면 날씬하고 예쁜 사람이 사무실에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겠죠? 그리고 가족사항을 상세히 적는 것도 지금까지는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내 부모님의 학력과 수입은 무슨 상관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그래도 이 정도는 좀 나은 편이지요. 집안의 부채와 자산을 적으라고 요구하는 이력서 양식이 아직도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자산에 대해서는 동산과 부동산을 나누어 적으라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살면서 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우리집 아파트 값에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오히려 제가 묻고 싶었어요. 혹시 구인회사에서는 고용차별법이 있는 것을 아시나요? 고용 시에 직무와 상관없다면 신체상의 장애, 연령, 성별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법안이 이미 만들어져 있답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도 외모로 혹은 가족의 학력이나 직업으로, 재산으로 지원자를 평가하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면접,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가 되길 바래요
면접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답니다. 제가 졸업하고 한참이나 지난 지금까지 취업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앞서 말씀드렸었죠? 당연히 수많은 면접을 봐왔답니다. 그 많은 면접 중에서 불합격하였다는 연락을 해준 곳은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인사담당자 분들이 바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적어도 회사의 식구가 될 뻔했던 사람들에게 면접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해요. 덧붙여서 또 하나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불합격한 지원자들이 제출한 서류를 돌려준다면 어떨까요? 불필요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기도 하고 지원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서류였으니 돌려주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저는 면접을 하러 갔을 때 일부러 거만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분들을 가끔 보았습니다. 다리를 꼬고 앉아서 질문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아주 냉소적인 모습만 보여주고는 돌아가라고 했던 회사가 있었습니다. 이런 회사는 사실 합격한다고해도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갑’의 입장이라는 착각으로 지원자에게 과시하려는 인상을 주시더군요.
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회사 자랑만 열심히 한 회사도 있었어요. 입사면접이 두 사람이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 얘기하는 그야말로 인터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제 이상일 뿐인가요? 면접이 지원자를 압박하거나 평가하는 일방적인 자리가 아니라 서로가 궁금한 것을 알아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래 봅니다. 만약 그런 인식이 자리 잡는다면 1명을 뽑는데 10명, 20명을 면접으로 부르는 상황도 차츰 없어지리라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를 실망시키는 것은 바로 ‘내정자’라는망령입니다. 얼마 전에도 국회의원의 자녀가 공공기관의 취업특혜를 받아 구설수에 올랐죠. 특정한 사람을 뽑기 위해 지원자격의 내부 규정을 바꾸었답니다. 최소한의 공정함도 없는 채용에 얼마나 많은 지원자가 애를 썼는지를 생각하면  답답할 수밖에 없답니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자기소개서가 아닌 구인회사에 보내는 편지에 어떤 얘기들이 쓰일지 저도 궁금했는데 적고 보니 참으로 두서없는 편지가 되고 말았네요. 그래도 언젠가 한번쯤은 하고 싶은 말들이었습니다. 또 들으셔야 했던 얘기였구요. 이제 저는 다시 논리적이고 감동적이고 구체적인 자기소개서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의 편지글은 잊으시고 부디 참신하고 열정 있는 지원자로서의 저를 기억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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