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버린 ‘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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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버린 ‘취업준비생’
  • 김종탁
  • 승인 2016.02.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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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멘탈 강화서

졸업 시즌이 되면 대학생들이 졸업을 미루고 있다는 기사가 불거져 나온다. 사실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른바 자발적 졸업 유예.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졸업하는 것을 피하여 한 두 학기를 연장한다. 졸업예정자, 즉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이면서도 학생의 신분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예전에는 마지막 학기에 행여 낙제하는 과목이 나올까봐 전전긍긍했고 교수님을 찾아다니며 부탁을 하거나 사정을 하기도 했는데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이다. 지금은 ‘5학년’이 되기 위해서 학점을 날리는 것은 물론,졸업논문이나 졸업시험을 치르지 않거나 졸업요건에 고의로 미달하는 점수를 제출하기도 한다.
졸업을 미루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취업준비와 스펙을 쌓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졸업예정자에게만 주어지는 공채 기회에 다시 한 번 도전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4학년이 되면 누구나 고민해볼 정도로 졸업 유예가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 든다. 과거와 달리 기업은 졸업예정자 신분을 무조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5학년’ 졸업예정자가 많은 때라면 오히려 입학부터 졸업까지의 ‘학교에 머문 기간’이나 신입사원의 ‘나이’를 따져보기 마련이라서 졸업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졸업예정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채도 이제는 거의 사
라지는 추세이다. 따지고 보면 졸업한다고 해서 생기는 불이익은 거의 없다. 실무를 중시하는 최근의 채용 흐름이나 경력관리의 측면에서도 졸업을 하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쪽이 더 유리하다. 그리고 그 경험에 대해서 자기소개서에 적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당장은 졸업할 수 없다며 뒷걸음질 친다.

‘학생신분’을 고집하며 하는 취업준비, 과연 이득일까?
필자가 졸업생들에게 취업컨설팅을 하면서 마주하는 학생들 대부분도 바로 준비만 하는 취준생이다. 졸업을 유예하지는 않았지만 졸업을 하고도 취업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더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본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 있는 것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자격증 준비와 영어공부. 이공계열에서는 어려운 자격증을 목표로 학원이나 교육과정을 이수 학생들이 우려하는 것은 결국 준비되지 않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 원하는 취업은 멀리 있는데 조금만 더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것도 꼭 학생의 신분으로 말이다.하고 있고 인문계열은 고득점 토익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게 전부다. 그 이후에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얘기하다 보면 구체적 그림은 없다. 중간 단계의 목표만 있다.
‘일단 이것부터 하고 나서’라는 생각이다. 자격증과 영어점수만 따면 원하는 곳으로의 취업이 이뤄질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을 너무 많이 봐왔다. 어떤 학생들은 착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준비하는 그 것이 전부일 때도 있다.
이렇게 취준생들이 열심히 준비하는 토익과 자격증과 직무능력은 어쩌면 취업에 있어서는 아주 작은 부분일 수도 있다. 취준생들과 실제 인사담당자들의 생각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조사가 있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외국어 능력을 구직역량 1순위로 꼽은 반면,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직업윤리를 취준생들이 갖추어야 할 1순위 역량으로 생각했다.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은 스펙이나 스킬보다 직업윤리나 도전정신 같은 인성과 태도를 갖추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생들이 첫 번째로 중요하다고 응답한 외국어 능력은 인사담당자들 평가에선 가장 아래 순위에 머물렀다.
‘탈스펙’채용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기업은 잇따라 지원자들의 스펙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소기업에서는 더 말할 것이 없다. 필자가 만나본 중소기업 대표들은 ‘인성’과 ‘성실’을 가장 중요한 채용 기준으로 입을 모았다. 인사담당자와 취준생들의 생각은 늘 엇갈리고 있었다. 탈스펙 대 스펙쌓기. 누가 봐도 극명히 대조되는 방식인데도 이렇게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기업담당자들은 쓸 사람이 없다고 말하고, 취업준비생들은 자신을 알아주는 회사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일부 대기업에서는 ‘탈스펙’을 생색내기용 구호로 쓰기도 한다. 고스펙은 기본이고 그 기본 조건 안에서 인적성을 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뽑아놓고 보니 결국 좋은 학벌에 좋은 경력이라는 결론이다. 이렇게 구호로만 그치는 ‘탈스펙’은 취준생들에게 혼란을 가중한다는 점에서 역시 큰 문제다.
그럴 바엔 차라리 모든 스펙을 점수로 공정히 평가하고 공개하여 채용하여 합격자를 가리는 것이 차라리 낫다.

갈 수 있는 회사에 가서 먼저 부딪쳐보자
 또 하나 준비만 하는 취준생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은 가고 싶은 회사보다 갈 수 있는 회사에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하는 것이다. 어쩌면 더 받아들이기 힘든 말일 수 있다. 취준생들은 갈 수 있는 회사보다 가고 싶은 회사만을 생각하기때문이다. 그러나 가고 싶은 회사라는 것은 늘 바뀔 수가 있다. 완벽하리라 생각했던 그 어딘가에는 늘 복병이 숨어있을 수 있다. 게다가 실현가능성도 없고 행복가능성도 보장할 수 없는 것에 소중한 내 시간들을 붓는다는 것은 역시 답답하다. 결과는 없어도 좋고 과정만을 즐기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취준생으로 오래 지내다보면 우울증에 빠져버릴 수도 있다. 취준생 94.5%가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통계도 있었다. 심각한 일이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하라는 질문에 답변이 더 가관이다.
‘취업을 해버리는것’만이 해결 방법이라고 말한다. 뻔히 답을 알고 있다. 취업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하면 되는 것이다.구슬을 꿰어야 할 때가 지났는데도 모으는 데에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같은 색깔과 크기의 예쁜 구슬로 잘 모아둔 것이 아니라 해도 괜찮다. 일관성이 없이 제 각각의 색깔의 구슬을 모아두었다 해도 꿰어놓고 보면 어딘가에는 잘 어울리는 목걸이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을 더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더는 지쳐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생각으로만 모자랄 뿐이지 이미 충분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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