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스타트업에 들어가 경험을 먼저 쌓아라, 창업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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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타트업에 들어가 경험을 먼저 쌓아라, 창업은 그 다음이다.”
  • 권민정 기자
  • 승인 2016.06.22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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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제언

한국의 바람직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미래부와 네이버가 공동 합작하여 탄생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출범부터 현재까지 3년 간 이곳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임정욱 센터장은 한국 인터넷 여명기라 할 수 있는 1995년부터 조선일보 IT담당 기자를 거쳐 라이코스 CEO(미국 보스턴), 다음(daum) 글로벌 본부장(실리콘밸리)을 역임했다. 한국 IT업계가 걸어온 길에 언제나 존재했던 그는 이제 스타트업의 발굴과 육성에 전력을 쏟고 있다. 그런 그가 스타트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수많은 창업가들을 직접 만나며 보이지 않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이면을 알고 있는 그가 들려주는 조언을 들어보자.

Q.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 스타트업들의 원활한 성장을 미션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하거나,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나 정보를 갖고 있는 투자자, 해외 스타트업, 기관, 단체 등의 다양한 곳과 스타트업의 연결을 도와주는 곳입니다. 한국의 좋은 스타트업이나 환경을 해외에 소개하는 일종의 스타트업 해설자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보다 더 바람직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스타트업 비영리 기구라고 표현할 수 있죠. 미래부와 네이버가 함께 기획하고 네이버가 100% 출자해 2013년 7월 출범했습니다.

Q. 국내에는 창업을 지원해주는 곳이 정말 많은데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이러한 지원센터를 방문해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서 뭔가를 이룰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아도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분야가 스타트업입니다. 낮은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같은 고민을 해본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커뮤니티를 생성하는 것이에요. 창업지원센터는 창업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러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곳이라 할 수 있죠.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경우만 해도 스타트업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 이벤트,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
습니다.
이런 곳에 직접 참여해서 스타트업 환경에 대해 얘기를 듣고 관련 인사들과 명함을 교환하고 조금이라도 얘기를 나눠 볼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자리를 통해서 또 다른 기회도 잡을 수 있고요.
사실 우리나라는 3년 전만 해도 이런 환경이 전혀 없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성공 신화가 유명해지고 전 세계적으로 IT관련 창업이 집중을 받으면서 한국에도 창업과 관련한 여러 센터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겁니다. 이런 변화는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센터에서 마련해주는 장을 기반으로 창업가들과 더 많이 어울리고, 인맥을 넓히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만큼 청년들에게 이득이 되는 일도 없죠. 이런 것 없이 학교 안에서 하는 활동이나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있다면 새로운 세상이나 폭넓은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굉장히 적어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센터장님은 UC버클리에서 MBA를 취득하셨고 다음 글로벌부문장을 맡아 실리콘밸리 쿠퍼티노에 거주하면서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환경은 어떤가요?
일단 실리콘밸리는 정말 돈이 많이 모이는 곳이고 전 세계 IT인재들이 모여들어서 창업을 하는 곳이죠. 이미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상층부에 앉아서 벽을 치는 게 아니라 항상 젊은 청년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좋은 아이디어나 인재를 만나면 가이드를 해주고 투자를 해주는 문화가 있습니다.여러 차례 투자해 온 축적된 경험으로 IT업계에 대한 상당한 통찰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제대로 투자를 하고 제대로 멘토를 하기에 초기 스타트업이잘 성장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외에도 이 지역의 가장 큰 특징으로 개방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출신 국가, 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차별 받지 않고 서로 오픈하고 도와주는 문화가 형성돼 있어요. 누구나 자기 아이디어를 서슴없이 얘기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행해볼 수 있는 환경입니다.
사실 이런 환경은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날 기회가 많은 덕분입니다. 워낙 많은 스타트업과 IT 관련 좋은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죠. 실리콘밸리에는 실패한 창업가도 숱하게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워낙 스타트업이 많기 때문에 그 중에 성공하는 몇 몇 기업들이 탄생하는 겁니다. 저는 ‘정말 여기는 스타트업이 하늘의 별처럼 많구나’라고 생각해 본 적도 있어요. 그 정도로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Q. 많은 창업가를 보셨을 텐데 성공한 창업가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자기 주도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주체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든지 자신이 문제를 직접 풀어보고 싶다든지 하는 생각이 강한 사람들이 창업에 나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향에 기반 해서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자신만의 가설을 생각해냅니다. ‘이런 게 잘 될거야, 이런 걸 사람들이 쓰면 좋을 거야’같은 식이죠. 자신의 생각대로 사람들이 받아줄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돈이 목적도 아니고불타오르는 순간의 열정을 따라는 것도 아니에요.
제가 봤을 때 성공한 창업가들은 자신의 가설, 즉 무엇을 이루어 내겠다는 목표와 미션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공통점이라면 남다른 관찰력입니다. 창업가들은 일반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만한 것을 놓치지 않고 거기에서 문제를 찾거나 실마리를 찾습니다.

Q. 스타트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실리콘밸리 창업가들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저는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바로 창업을 하는 건 반대입니다.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경험을 먼저 쌓아야 합니다.
얼마 전에 만난 스타트업 창업가 댄 샤피로(Dan Shapiro,38)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IT관련 창업을 하고 싶어 할 때 직접 하지 말고 직원이 10명에서 40명 정도 되는 규모의 스타트업 회사에 들어가서 몇 년 일 해보는 것을 가장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며 회사의 성장을 함께 하는 그 경험이 결국 나중에 자신이 창업을 할 때 정말 유용하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Q. 모바일 앱 관련 창업과 관련해서 ‘이 분야 창업을 한 번 해볼까?’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시키는 것이 좋을까요?
사실 아이디어는 누구 아이디어나 오십보백보입니다. 자신은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행입니다. 아이디어를 실행시키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리고 대게의 스타트업들을 보면 처음의 아이디어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막상 시장에 나가서 부딪혀 보면 생각했던 현실과 다르거든요. 그런 경우 수정을 거쳐야겠죠.
생각했던 아이디어로 최소한의 제품을 만들어 시장 반응을 계속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댄 샤피로(Dan Shapino가 말하는 성공할 스타트업 감별해내는 방법

[댄 샤피로]

스타트업 창업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일해보는 것입니다. 그 스타트업 은 당신 뭔가 배울 수 있을 만큼 적당히 크고, 또 그 조직 안에서 뭔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볼 수 있을 만큼 작아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스타트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대충 10명에서 40명사이의 스타트업회사에 들어가서 일해보라고 합니다.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우버나 리프트 같은 소위 유니콘 회사를 말하는것 아닙니다. 직접 대화가 가능한 현명한 경영진이 있고 빠른 성장을 하는 회사이면 됩니다.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할 때는 자기 돈을 집어 넣고 시작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리고 외부투자를 받거나 회사가 이익을 낼 때까지 몇년동안은 거의 돈을 집에 가져가지 못합니다. 이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고통스러운 단계를 버티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스타트업을 위해 일하게 된다면 돈을 받으면서 스타트업운영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고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성공할만한 회사를 미리 가려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오랜 시간 그 일을 해온 VC들도 잘 못하는 일인데 사회초년병이 쉽게 잘 할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장차 페이스북처럼 될 회사와 얼마 지나지 않아 망할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조언을 합니다. 성공할 회사를 찾아내는데 있어 프로 투자자들과 같은 기준을 이용하라고요.
우선 트랙션(Traction)을 보세요. (그 회사의 제품이 시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올리고 있는지 보라는 뜻.) 누가 그 회사의 제품, 서비스를 쓰고 있는지 알아보고 물어보세요. 그들이 만족하고 있는지, 좋은 입소문이 나오고 있는지 보세요. 프로투자자 처럼 시간을 들여서 숙제를 하세요. 왜냐하면 당신이 그 회사에 들어 간다는 것은 당신의 시간, 인생은 물론 당신이 다른 더 좋은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투자한다는 뜻이니까요. 두 번째로 그 회사의 재무상태를 보세요. 재무상태를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회사가 은행에 얼마만큼의 예금을 가지고 있는가 입니다. 돌려말하지 말고 물어보세요. 어떤 회사는 말을 안 해줄 겁니다. 그럼 가지 마세요. 그 회사가 그동안 얼마나 투자를 받았는지, 한달에 얼마만큼의 현금을 사용하는지 (burn rate) 매출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세요. 물론 자세히 말해주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질문을 통해 그 회사의 재무상태에 대해서 대충의 ‘감’은 잡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20명 이하의 작은 회사라면) 투자자와 이야기해 보세요. 잡오퍼를 받으면 회사에 이야기해서 투자자를 소개해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투자자에게 “왜 그 회사를 좋아하는지, 왜 투자했는지, 그 회사의 장래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물어보세요. 투자자가 누구인지를 보세요. 유명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투자한 것인지 아니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창업자의 친구가 투자한 것인지 알아보세요. 잘 알려진 좋은 VC가 투자한 회사는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투자한 회사보다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는 팀과 이야기해보세요. 그 팀이 성공할만한 제품을 만들 만한 역량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는지 보세요. 그리고 당신이 매일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은 사람들인지 생각해보세요. 팀의 역량이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료·사진 제공 :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 estimastory.com/2016/04/02/adviceforstudents>

댄 샤피로(Shapiro·38) 글로포지(Glowforge) 최고경영자(CEO)는 이른바 '연쇄 창업가'다. 온텔라(Ontela·2005년 창업), 스파크바이(Sparkbuy· 2010년 창업), 로봇터틀(RobotTurtles·2013년 창업), 글로포지(Glowforge·2014년 창업) 등 잇달아 스타트업을 세운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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