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판단은 냉정하게, 준비는 열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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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판단은 냉정하게, 준비는 열정적으로!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7.02.2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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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일본 ‘e Net Solutions’ 한국사업 총괄 매니저

한국의 취업난과 일본의 구인난이 겹치면서 일본 취업의 길을 모색하는 구직자들이 많다. 하지만 현실 도피를 위해, 혹은 일본 취업에 대한 동경 등 막연한 이유로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양국의 직장 생활을 경험한 김병수씨는 ‘일본 취업을 위한 준비는 냉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입사 시 자신이 제안했던 사업을 실제로 이뤄내고 있는 그의 열정만은 뜨겁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오가는 김병수씨를 만나 현실적인 일본 취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병수 일본 ‘e Net Solutions’ 한국사업 총괄 매니저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일본 ‘e Net Solutions’에서 한국사업 총괄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회사에서 개발한 ‘Safety link 24 서비스’를 가지고 e Net Solutions의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요. ‘Safety link 24 서비스’란 인터넷 사이트와 어플을 이용해 직원 및 가족들에게 일괄적으로 메시지를 전송하는 긴급통보 지진 재난 안부 확인 서비스입니다. 전송된 메시지에 기재된 URL에 접속해 본인 안부 상태에 응답을 하면 비상 시 가족과 직원 간 소통이 가능합니다. 일본에서 사용자가 50만 명 이상이고, 일본 내 학교, 병원, 기업 등 다양한 단체에서 사용 중이죠. 2011년도 동일본대지진 때도 이 서비스가 사용됐습니다.
 저는 원래 일본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바로 한국의 kt와 같은 일본 이동통신사(KDDI)의 엔지니어로 4년 넘게 일했어요.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 관련 일도 했고, 기술영업 파트에서도 일했습니다. 그러다 입대를 위해 퇴사하고 서른 살에 제대해서 한국 보안업체에서도 3~4년간 일했고요, 이후 다시 일본으로 건너와 지금의 회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Q. 경영학을 전공하고 IT 업계로 진출하셨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한국에서는 문과 및 상경계를 전공하고 엔지니어가 되긴 쉽지 않아요. 그러나 일본 IT업계는 비전공자도 진출이 가능합니다. 일본 IT업계에 구인난이 심각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입사 후 3~6개월 정도 이뤄지는 교육을 통해 일을 익힐 수 있기 때문에 비전공자라도 이 과정만 잘 이겨낸다면 엔지니어로 일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저도 기술적인 부분을 익히기까지는 힘들었지만 익히고 난 후에는 일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됐죠. 정보통신이나 이공계 출신이 아닌 분들이 처음 3개월 정도는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죠.
 그런데 1년 정도가 지나고 나니 어느 순간에는 일이 재미있다고 느껴졌어요. 처음엔 내 길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차 내 길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왜 일본에서 취업을 하게 되었나요?
 일본 기업 시스템이 저한테는 잘 맞았고, 제 능력이 인정받는 곳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죠. 일본에서는 업무가 시스템화, 매뉴얼화 되어있어 자기에게 맡겨진 일만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해외사업팀 담당하면서 영업, 기획, 마케팅, 사무업무까지 제가 다 했거든요. 두 시스템 중 어떤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제게는 일본의 시스템이 잘 맞았죠.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근무할 때 여러업무를 맡으며 일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덕분에 지금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어요. 일본에서는 그것이 저만의 장점이었던 겁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플러스알파가 될 요인을 가진 지원자를 선호하죠.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한번 경험해보는 것도 일본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Q. 일본에서의 생활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신다면?
 한국과 일본은 일하는 시스템 자체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좀 차이가 있어서, 꼼꼼한 일처리를 요구하는 분위기에 한국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요. 그런 것 외에는 근무 환경이나 분위기가 비슷한 편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해외 생활이라 외로움이 있습니다. 핸드폰이 자명종이 되죠. 다행히 요즘 일본에서도 한국에서 사용하는 메신저 어플을 다 쓸 수 있어서, 집안에 있으면 한국인지 일본인지 구분도안 될 정도이기는 합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초기의 경제적문제입니다. 보통 신입사원 월급이 20만 엔 정도입니다. 한국 돈 200만 원 정도죠. 이 급여에서 식비, 교통비뿐 아니라 집세, 생활비등을 쓰고 나면 실제 남는 돈은 예상보다 적어집니다. 그래서 사전에 본인이 일본에서 생활하기 위해 받아야 할 월급은 어느 정도인지 계산을 하고 오는 게 좋아요.
 해외 취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언어입니다. 말이 안 통하면 회사에서 일하는데 말문이 막히겠죠. 내가 진행하고 싶은 방향이 있어도 표현을 못 하니까 자꾸 자기는 일 못 하는 사람이 되어 갑니다. 이쯤 되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답답해서 못 버팁니다. 물론 어떤 일이냐에 따라 필요한 일본어 실력은 조금씩 달라요. 개발자일 경우 중~중상 정도만 되어도 취업이 가능합니다. 고객을 만날 일이 많이 없으니까요. 반면 인프라 엔지니어는 고객사와 자주 만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일본어 회화가 필요하죠.

Q. 일본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일본어와 한국어 외에도 중국어나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일본에서는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지금 일본 기업들 대부분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거든요. 우리나라에서 토익 900점은 기본이라고들 하는데, 일본 구직자들 중 토익 고득점을 가진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요.
 또, 일본 기업에서는 왜 우리 회사를 지원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따라서 기업에 자기를 맞춰야 합니다. 일본 이력서에는 자기소개서가 없습니다. 서류는 기준치만 되면 통과시키고 1시간에서 1시간 30분에 이르는 긴 시간동안의 면접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죠. 결국 스펙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왜 그 기업에 입사해야하는지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 이 기업에 지원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고, 그 기업에 자기 이력을 맞춰 나가는 거죠.
 면접에서는 왜 우리 기업의 이 포지션에 지원했는지, 상사와의 트러블이 생긴다면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등을 주로 묻습니다. 저는 왜 이 회사를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제가 하고자 하는 일과 경력에 매칭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대표님께 ‘제가 입사 후 이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이것을 말씀드릴 테니, 이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답을 달라’고 역으로 질문을 드렸어요. ‘나는 한국에서 각종 일을 해 봤다. 그래서 나를 뽑으면 이 회사에 해외사업부를 만들어보겠다’는 내용이었죠. 당시 회사에서도 해외사업부를 키우려고 하던 때였고, 가능하다는 대표님의 답을 받고 입사를 하게 됐습니다. 이런 질문을 한 건 입사 공고에 ‘본인이 직접 기획을 해서 기획부터 마케팅 영업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가 지원하라’고 돼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구직자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이 많이 힘든 시기이고. 저도 이력서 많이 내고 많이 떨어지고 했어요. 제가‘한국에는 토익 900점에 어학연수, 대외활동, 학점도 만점에 가까운데도 아직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이 많다’고 얘기하면 일본 관계자들은 ‘도대체 그런 인재들이 한국에서는 왜 놀고 있냐, 그런 수퍼 인재를 왜 안 뽑냐’고 합니다. 당장 우리 회사에서도 그런 인재를 뽑자고 하더라고요. 여러분들 모두 훌륭한 인재들입니다. 지금은 좌절될만한 상황이더라도 해외취업의 길은 아직 열려있으니 준비를 잘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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