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벽을 넘으려 하지 말고 계단을 만들어 차근차근 올라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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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벽을 넘으려 하지 말고 계단을 만들어 차근차근 올라가세요!”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02.2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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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영 전문잡지 취재기자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혹은 졸업뒤에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고 방황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그러나 이런 아린 현실에도 주눅 들지 않고 꿈을 향해 조금씩 천천히 준비하는 이들은 우리 주변에 늘 있다. 명확한 성격을 지닌 김란영(26세) 취재기자는 중학교 때 ‘언론인’이 되고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언론인’이 되기 위해 일간지 인턴, 공연기획 스텝, 해외송출보조 등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현재 제조 및 산업 전문지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현재의 직업이 꿈의 종착지는 아니라고 한다. 어쩌면 종착지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인'으로서 지녀야 할 굳은 심지를 가진 그는 그 누구보다 반짝였다.

Q.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제조 및 산업 전문지에서 수습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많은 것을 보고 공부하는 단계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Q. 원래 꿈이 기자였는지 궁금합니다.
 중학생 때부터‘언론인’이 되고 싶었어요. 언론인 중에서도 정확히 방송PD가 장래희망이었죠. TV보는 걸 워낙 좋아했는데 어느 날 TV를 보다 ‘나도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방송 PD라는 꿈으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때 방송부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나름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방송부원이 되었어요. 다른 학생들보다 일찍 등교하고 늦게 하교했죠. 학교의 소식통 역할을 한다는 게 묘하게 책임감도 생기고 재미있더라고요. 열심히 하다 보니, 3학년 때는 국장이 되었어요. 대학 전공도 방송관련학과를 선택하고 싶었는데, 점수에 맞춰 지원하다 보니 정치외교학과로 진학하게 되었어요.

Q. 꿈을 향한 대학생활은 어땠는지요?
 대학에서 만난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제가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알게 됐어요. 또 방송국 문턱을 넘는 게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지나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현실도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언론사가 아닌 일반기업에도 취업하겠다는 생각에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며 제 직업의 스펙트럼을 넓혔어요. 그렇게 3학년까지 계속 학교를다니다가,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서 휴학을 했습니다.
 공연기획 쪽에 관심이 있어서 일단 작은 공연기획사 대학생 서포터즈로 활동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돈도 못 받고 공연스텝 아르바이트 경험으로만 남았습니다. 그 회사에서는 서포터즈들이 하고 싶은 건 뭐든지 지원해 준다고 말해놓곤  대표 마음에 들지 않게 되자 실행에 옮기지 않았거든요. 저희들의 아이디어가 창의적이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활동의 끝도 흐지부지하게 되어 공연기획에 대한 매력을 잃어버렸어요. 결국 공연기획은 제 스펙트럼에서 제외됐어요.

Q. 실망이 크셨겠네요. 또 다른 활동도 있었을 것 같아요.
 방송국 일에 관심이 많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YTN 글로벌 뉴스센터의 해외방송팀에서 해외송출 보조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업무는 3교대로 이루어져서 새벽이나 밤에 출근할 때가 많았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나도 마포구 상암동에서 일하는 한 사람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더컸고,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생각에 힘든지도 모르고 일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잠시, 2주 정도 하다 보니 단순 업무 3교대는 몸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기술을 배워보면 어떨까 해서 인터넷 과학 강의 사무실에서 카메라와 영상편집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고등학교 방송부 때 잠깐 배워본 편집경력을 내세워 일을 하게 되었는데, 과학강의 특성상 CG를 입히는 작업이 굉장히 어렵고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이렇게 또 하나를 제 스펙트럼에서 제외했습니다.
 꿈을 제대로 정하고자 휴학을 했지만, 결국에는 진로를 제대로 정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던 직종을 직접 체험해보고 나니 넓었던 스펙트럼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후회 없는 휴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일간지 인턴을 하며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학기를 다 마치고 2달 동안 인턴을 했어요.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지 않는 체험형 인턴이었고 급여도 한 달에 50만 원 밖에 받지 못했어요. 정말 말 그대로 열정페이였죠. 사실 인턴 기간도 짧아 기자로서의 기본기를 쌓기보다는 신문사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다만 페미니즘 관련 기사도 써보고 싶었는데 못 쓰고 인턴을 마치게 되어서 정말 아쉬워요.
 힘들 때는 같이 인턴기자 생활을 했던 언니와 점심시간마다 함께 밥 먹으면서 서로 힘든 것을 털어놓고, 다독여주면서 의지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두 달을 버틸 수 있었죠. 지금은 우리 모두 기자가 됐고, 가끔 만나서 그 때를 추억하며 지금에 감사하곤 합니다. 저의 경험으로 볼 때,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Q. 인턴 과정에서 배운 어떤 점이 현재 하고계신 일에 도움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회사 환경이 낯설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마감 전 교정지 보는 일, 인터뷰 녹취를 푸는 일, 자주 쓰이는 은어 등 인턴기자 생활 때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한 탓에 처음 겪는 상황에도 낯설지 않아 많은 도움이 되었죠. 그리고 항상 사회 이슈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도 알게 됐어요.
 월간지는 일간지와 다르게 긴 호흡으로 기사가 실리기 때문에 먼저 좋은 기획이 뒷받침 되어야 해요. 좋은 기획이 나오려면 좋은 아이템이 필요한데 그런 아이템을 저는 트렌드에서 찾아요.

Q. 잡지교육원을 통해 취업하셨다고 들었는데 잡지교육원 교육은 취업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인턴기자 생활은 했지만 정식기자가 되기에는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잡지교육원에서 글쓰기 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수업을 듣고 기자로서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어요. 글쓰기는 물론 기사의 뼈대를 잡는 기획부터 사진, 인디자인, 동영상 편집까지 잡지와 잡지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취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죠.
 지금 다니고 있는 잡지사 기자 선배들도 모두 잡지교육원 출신이에요. 기자는 무조건 잡지교육원을 통해서 뽑는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잡지교육원에 들어간 사람들은 기본적인 기자 교육을 받은 친구들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잡지교육원을 수료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회사에 입사하지 못했겠죠?

Q. 구체적인 취업준비 과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단행본을 만드시는 교육원 선생님이 제 이력서를 보시고 전체적인 틀을 잡아 주셨어요. 인턴기자 때 작성한 기사들을 몇 개 추려 자기소개서 뒤에 첨부했어요. 그리고 제 글을 가장 비판적으로 봐주는 교육원 친구에게 첨삭을 부탁했어요. 거의 세 번은 처음부터 다시 쓴 것 같아요.
 그렇게 완성된 자기소개서에 인턴기자 때와 교육원을 다니면서 썼던 기사들을 추가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포트폴리오를 만들다 보니 남들과는 다른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어 인디자인을 활용했어요. 잡지교육원에서 잠시나마 배운 인디자인 실력으로 제 나름대로 김란영의 색깔을 나타냈죠.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나타내는 첫 인상이나 다름없어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리고 면접은 저도 기업을 평가한다는 생각으로 편하고 솔직하게, 꾸밈없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Q. 면접에서 이전 인턴 경험에 관한 질문을 받으셨나요?
 인턴기자 생활 때 구체적으로 어떤 걸 배웠고 무슨 경험을 했는지 물어보셔서 기사작성 및 언론사의 전반적인 분위기 파악과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문화분야의 기자간담회에서 취재해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재미없는 제조업에 대해서 흥미를 가질 수 있겠냐는 질문에 제가 경영학을 복수전공 하면서 배운 생산운영관리 수업에서 4차 산업혁명이 앞으로 유망하고 탄탄한 사업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씀드리면서 제조업 전문기자로서 4차 산업혁명은 미래가 유망한 산업이니 저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어요.

Q. 합격 비결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지요?
 비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면접관분들이 긍정적으로 봐주신 이유가 지원 하루 전 작성한 아이폰7에 대한 기사를 좋게 봐주신 거 같아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저희 잡지에서 다루는 주제와는 조금 다르지만 관련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또 회사에 입사한 뒤 수습기간에는 바이라인(신문·잡지 등에서 기자·작가 등의 이름을 밝힌 줄)을 달 수 있는 기사보다는, 녹취를 풀거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면접관님 말씀에 “저 녹취 잘풀어요”라고 말한 점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점 같아요.

Q. 잡지 취재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잡지가 사양 산업이라고는 하지만 잡지는 콘텐츠를 담는 미디어일 뿐이에요. 미디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만 그 안에 담는 콘텐츠는 변하지 않는 거라 생각해요.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벽이 높다고 느껴지면, 높은 벽을 넘으려고 하지 말고 계단을 만들어서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잡지가 그 계단이 되어줄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구직자들에게 격려 부탁드립니다.
 아직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이신 분들이라면 자신이 평소 검색창에 어떤 단어들을 검색했는지 한 번 보세요. 그러면 자신이 어떤 분야에 관심 있는지 알게 된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만약 진로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신 분들이라면 여기서부터 한번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당장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차근차근 무언가를 실행에 옮기다 보면 기회가 와요. 그리고 그 기회는 준비된 사람들이 채가는 것 같아요. 토익 성적을 1학년 때부터 준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원하는 직무가 무엇인지를 찾은 다음에 직무의 기본이 될 실력을 쌓으세요. 마지막으로 모든 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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