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분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확장되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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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분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확장되어지는가?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7.03.3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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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의 삭소 인스티튜트 민족학과 마크셔 바셔 교수는 집의 흠도, 아름다움도 더 이상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두고 ‘헴마블린(hemmablind)’이라고 했다. 대충 직역하면‘집안 장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적응해버리는 것을 뜻한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냥 지나치다가 결국 기억 속에 묻혀버리는 과정 어디엔가‘집안 장님’은 서있는 것이다. ‘집안 장님’이 되는 것은 신을 양말이 없을 때까지 빨랫감을 쌓아두는 상황과는 다르다. ‘집안 장님’은 일주일 묵혀둔 양말들을 버티다 못해 빠는 것도 아니고, 바빠서 세탁기를 돌릴 틈이 없었다며 핑계를 대지도 않는 상황을 말한다. 즉, ‘집안 장님’이 되면 내 결점이나 잘못된 습관을 아예 인지하지 못하며, 문제를 못 본척 넘어가려는 게 아니라 문제를 보지 못하는 것, 그게 바로‘집안 장님’이다.

맛있는 식사를 할 때나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즐거움은 무엇을 먹고 마시는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근사한 환경에서 먹고 마시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어디서 먹든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면 맛이 있고, ‘근사한 환경’과는 거리가 멀지만 배달시켜 먹는 음식과 음료도 큰 만족감을 주기도 하지만, 분위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경우는 많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먹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선의 근간이라며, ‘모든 선의 시작과 뿌리는 뱃속의 행복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무엇을 먹는다는 행위의 즐거움은 식사를 즐기는 것과는 무척 다르다. 식사를 즐기는 행위는 단순히 동물적인 식욕을 채우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리고 허기 이상의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 ‘미식의 과학’을 창시한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은「미식예찬」에서“먹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식탁에 앉아 누리는 기쁨을 아는 것은 인간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식사가 주는 복잡하고 미묘한 만족감은 고심해서 준비한 요리와 그에 알맞게 꾸민 주변, 식사를 함께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 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흔한 음식도 적절한 환경에서 먹을 경우 예상치 못한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만족했던 맛과 환경이 점차 엷어지는 사이에도, 행복한 기분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확장되어 가기 때문이다. 커피의 맛과 향을 음미하며 마시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러나 근사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후, 사랑하는 사람과 커피를 마셨다면 그 순간의 커피는 세상에서 제일 향이 깊고 맛있는 최고의 커피로 기억될 것이다. 식사 또는 커피가 환경과 서로 공명하며 잘 어우러질 경우, 그 결과물은 특히 깊게 남는다. 여러 요소가 우연히 조합되어 생겨나는 쾌락은 오래 머무르지 않고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정유년이 시작되어 벌써 봄이 성큼 다가왔다. 이 때쯤이면 모든 사람들은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새롭게 신학기를 시작하듯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본다. 그래서 때로는 집안이 한 번도 닦지 않은 것처럼 지저분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들에게 집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을 것이다.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상큼한 봄, 집을 청결하게 한 후 따뜻한 밥상을 준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눈앞의 향연에 뛰어들게 만들어보자. 우리는‘언제 한 번 차 하시죠’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지만 실제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금, 바로 연락하여 함께 나눠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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