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청년, 사유하는 건축가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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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청년, 사유하는 건축가를 꿈꾸다!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06.30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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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호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4학년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책을 즐겨 읽는다는 이연호 씨의 이야기가 지난 5월 <대학신문>에 실렸다. 다름 아닌 한솔문화재단 뮤지엄 SAN이 주관하는 ‘뮤지엄 SAN 건축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이뿐만 아니라 여러 공모전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수상한 바 있다. 공모전 수상을 위해 그가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화려한 수상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 (좌)이연호 학생 (우)필립스 심사위원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국민대학교에서 건축학과 공간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이연호입니다.

Q. 건축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퇴근길에 잡지 한 권을 사다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잡지에는 ‘다니엘 리베스킨트’라는 건축가의 용산 마스터플랜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화제가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용산 역세권 개발이 이루어질 때 건축설계 5개 회사가 경합을 벌인 끝에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아키펠라고 21’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죠. 그가 건축 설계한 디자인은 신라 왕관을 형상화한 초고층 빌딩이었습니다.
 그 디자인을 보고 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게 바로 건축이구나. 건축가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죠. 제겐 건축가라는 직업이 무척 생소했고, 그래서 건축가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으니까요. 건축에 대해 깊은 고민을 시작했던 게 이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문과와 이과 사이에서 갈등했던 시기에 건축이라는 분야가 제 성향과도 잘 맞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Q. 공모전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공모전에서 수상하셨는지요?
 지난해 ‘정림학생건축상’에서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정림학생건축상’은 ‘한국 건축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이라는 취지 아래 설립한 ‘정림건축문화재단’이 매년 개최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학생 건축 공모전입니다.
 그리고 서울시에서 ‘건강한 서울 짓기’, ‘사람을 생각하는 서울형 녹색건축’이라는 비전을 갖고 진행됐던 ‘제34회 서울시건축상’에서 대학생부문 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필립스 라이팅’이 후원하는 ‘CLUE 국제 조명 디자인(2016 CLUE Competition) 공모전’에서는 1등을 했고요. 또, ‘일현미술관’에서 주최한 ‘일현 트래블 그랜트 2016’에서 ‘트래블 그랜트 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한솔문화재단 뮤지엄 SAN’이 주관하는 ‘뮤지엄 SAN 건축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 이연호 학생 작품 ‘꽃, 한 모금의 시간’

Q. 이렇게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직 어리고 많은 걸 배우고 있는 과정에 있어서, 제가 딱히 비결이라고 말씀드릴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저만의 장점은 있습니다. 바로 ‘목적에 맞는 사유’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평소에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할 때, 한 가지를 생각하더라도 깊게 생각하고 이리저리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도전해왔던 공모전들의 공통점은 크게 생각한 다음, 생각한 것들을 잘 표현해내는 것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이런 장점이 공모전의 주제에 잘 녹아들어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뜻이 잘 맞는 동료를 만난 것이 제일 큰 행운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처음으로 도전했던 공모전( ‘정림학생건축상’, ‘2016 CLUE Competition’)은 절친한 학교 동기와 머리를 맞대고 밤을 지새우며 출전작을 완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친구와 함께 했기 때문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공모전 준비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각종 공모전 사이트와 SNS를 통해 어떤 공모전들이 있는지 살펴보며 마감일을 계속해서 체크했습니다. 그리고 도전하고 싶은 주제가 올라오면 그때 소신껏 도전했습니다. 지원했던 공모전의 대다수는 학기 중에 도전한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학업과 공모전 준비를 병행하는 게 많이 힘들었지만, 끝까지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모전을 ‘제2의 설계 수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이연호 학생 작품 ‘꽃, 한 모금의 시간’

Q. 여러 공모전에 도전하신만큼 배운 것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일곱 번 정도 공모전에 나갔습니다. 이 중에는 입선조차 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입선도 하지 못했을 때는 제 나름대로 상실감도 컸습니다. 공간 디자인을 부전공 하고 있었을 때에는 공모전 결과가 좋지 않아 학업페이스를 되찾기 힘들었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는 무조건 많은 공모전에 도전하기보다는 흥미를 느낄 수 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공모전들만 선택해서 도전했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거나 막히는 것이 있을 때는 공간디자인학과 윤성호 교수님께 자주 찾아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항상 제가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덕분에 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죠. 학교 도서관과도 가까워졌습니다(웃음).
 학교 ‘디자인 도서관’에는 건축과 디자인에 관련된 서적만 따로 모여 있는데, 대형 서점 못지않습니다. 대형 서점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각종 국내외 서적들을 교내 도서관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었거든요. 희망도서신청을 많이 하다 보니 작년에는 교내에서 ‘성곡도서관 다독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Q. 이렇게 공모전에 여러 번 지원하시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저 이 모든 과정이 건축가가 되기 위한 훈련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모전 준비가 즐겁고 가슴 뛰는 일로만 느껴졌습니다. 공모전에 참가하여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현업에서 일하시는 건축가분들이 하시는 일과 비슷해요. 규모와 현실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공모전 참가는 현업 건축 커리어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도전하다 보니 일종의 성취욕구가 생기는 거 같아요. 무언가를 이루어 냈다는 만족감과 성취감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수상 후에 따르는 해외여행과 상금도 학생 입장에서는 무시 못 할 공모전의 매력으로 다가왔죠.

Q. 이연호 씨의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가 됩니다.
 건축대학 이공희 교수님께서 ‘건축조형론’수업 때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는 대로 사는 사람과,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다.”
 저는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건축가로 진로를 잡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사유하는 대로 건축을 할 수 있
는 건축가’가 되기 위해 제게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장기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일현 트래블 그랜트의 부상으로 유럽여행을 가게 되어서 우선은 여행부터 잘 다녀올 생각입니다. 그리고 뮤지엄 SAN과 진행하는 Pop-Up뮤지엄 설치작업, 졸업전시 등을 잘 마무리 짓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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