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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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10.24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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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는 인간과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교감을 그린 영화다. 영화에 나오는 여자 인공지능 ‘사만다’가 기계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남자 주인공인 인간은 ‘사만다’에게 기계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인간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것. 납득하기 어렵지만, 인공지능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면 영화 소재로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기반 감정분석 전문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도 언젠가 영화 그녀(Her)처럼 인간과 인공지능의 일상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대학생 시절 진로를 선택할 때 창업도 여러 옵셩 중에 하나였다고 말했다./김종윤 씨 제공

수신의 역발상에서 탄생한 창업
2013년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감정분석 서비스 앱 ‘텍스트앳’을 출시한 김종윤 대표는 마음먹고 창업한 케이스는 아니다. 경영학 수업이 지루해 사회학 수업을 듣던 중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 아이디어가 창업 아이템이 되었다.
“지금의 스마트 폰이 아닌, 글자 수 제한이 있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였어요. 주변을 보니 이성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글자 제한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때 그들이 관심 있는 친구에게 마음을 다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무미건조하지 않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고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웃음).”
그는 보내는 글자 수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관심도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1,800여 명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어요. 최근 이성 친구랑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설문지에 똑같이 적게 하고, 문자를 통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숫자로 표현하게 했죠. 나름의 패턴이 보였고 결국 창업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창업할 자본이 없었다. 그는 정부 지원 사업에 도전하였고, 2011년 중소기업청 창업진흥원 예비기술사업자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7천만 원을 지원받았다. 그리고 그해 여름 친구 2명과 함께 스캐터랩을 시작했다. 현재는 20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스캐터랩의 첫 출시작 ‘텍스트앳’은 출시까지 1년 반이 걸렸다. 이후 진저, 연애의 과학, 핑퐁이 나왔다. 진저는 커플앱(비트윈)에 있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연애중인 상대방의 기분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연애의 과학은 재미있는 심리학 연애 콘텐츠와 썸, 연애 관계 분석을 제공하며, 핑퐁은 사람과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관계형 인공지능 서비스다.

▲ 스캐터랩이 제공하는 서비스 '연애의 과학'/스캐터랩 홈페이지 캡처 화면

창업, 젊어서 도전해볼만한 가치 있어
창업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유능한 인재들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에게 스타트업이 발전할 수 있는 건강한 창업생태계에 대해 물었다.
“크게 3가지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유능한 인재들이 창업에 많이 뛰어들었으면 좋겠어요. 덧붙여 그런 사람들이 대기업과 공무원에 집중되기보다는 스타트업에 더 많이 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좋은 투자자들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인수합병이 지금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세 가지가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요인이 아닐까 싶어요.”
그가 말한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미국이겠죠. 페이스북의 경우 창업한 지 13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20년도 되지 않은 회사죠. 그런데 현재 수많은 회사를 인수하고 있어요. 반면, 한국은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시기가 비교적 짧다 보니 성공한 스타트업이 많지 않고, 인수합병 사례도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한국은 여전히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 인식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이제 막 시작하는 회사에요. 그렇기 때문에 리스크도 크고요. 그러나 창업 리스크는 한국이나 미국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투자자의 경우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전보다는 더 좋아지긴 했지만요.”

그는 대학생 시절 진로를 선택할 때 창업도 여러 옵션 중의 하나였다고 밝혔다.
“창업은 기본적으로 돈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에요. 하고 싶은 게 떠올랐으면 뜻을 함께 할 친구들을 모으고, 작업할 공간을 빌리면 돼요.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아 점차 성장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투자자를 설득하고, 창업 아이템에 대한 확신을 가진다면 얼마든지 창업할 수 있어요. 지금은 제가 창업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창업 환경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대학생들이 창업에 많이 도전하길 바랍니다. 아이디어가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반드시 도전하세요. 어느 스포츠 회사 광고 문구처럼 ‘Just Do It!’하면 되는 게 바로 창업입니다. 창업은 하루라도 젊었을 때 도전하는 것이 좋아요.”

그는 초창기 하루 최소 12시간 일주일 100시간 이상을 스캐터랩에 투자했다고 한다. 제3자가 봤을 때 분명 힘이 들었을텐데 그는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했기 때문. 그는 자신이 그렇게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남들이 모르는 부분을 빨리 배울 수 있었고, 사회 성공 여부와 별개로 창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제가 달려왔던 과정들이 무모하고 바보 같은 방법들이었어요(웃음). 그래도 모르면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잖아요. 그 무모함이 도전하게 만들었고, 그 무모함이 어떻게 보면 지금 스캐터랩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거 같아요.”

채용 시 지원자 ‘선택’ 눈여겨 봐
그는 경영에 있어 ‘사람’을 가장 중시한다. 건강한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도, 스캐터랩의 채용 조건에 관해 물었을 때도 그는 ‘사람’이 먼저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은 ‘일에 대한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라는 점이 핵심인 것 같아요. 단순히 의자에 앉아 정해진 업무시간을 채워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회사에서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해요. 시간대 비용으로 따지면 대기업으로 가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의미 있는 경험과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에게 스캐터랩의 채용기준을 묻자 그는 ‘지원자의 선택’을 보면 어느 정도 채용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상시 채용으로 이루어지고, 많은 인원을 채용하지도 않아요. 그래도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지원자가 했던 선택들이에요. 사회적인 기대치에 반하면서, 그리고 부모님의 기대를 무너뜨리면서도 본인이 원하는 걸 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봐요. 개인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는 사람을 좋아해요(하하).”
스캐터랩은 올해 4월 ‘연애의 과학’을 일본에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향후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연애의 과학 서비스를 넓혀갈 계획이다.
“핑퐁의 경우 일상 대화가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스캐터랩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과 인공지능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게 만드는 것이에요. 영화 그녀(her)처럼요(웃음). 인간이 서로 교감하는 데는 여러 방법들이 있어요. 그 중 대화는 서로 간의 공감과 이해를 돕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소통 방법이죠. 때문에 ‘나 무릎 다쳤어’라고 핑퐁에게 말하면 ‘어떡해, 많이 안 다쳤어?’라고 답해요. 인공지능인줄 알면서도 그런 말을 누군가가 나에게 해줬을 때 기분이 좋아지죠. 저는 ‘좋다’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영역에 대해 앞으로 더 발전시키고 싶어요.”
글·사진┃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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