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최초의 한국인 NASA 항공연구부문 최고책임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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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최초의 한국인 NASA 항공연구부문 최고책임자를 만나다!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7.11.23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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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원 미국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부문 국장
한 나라의 정부기관이 이처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경우가 또 있을까. 미국항공우주국(NASA, Nationa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이 아마도 유일할 것이다. 이런 NASA에서 활약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있다. 바로 NASA 항공연구부문 최고책임자인 신재원 국장이다.
 신재원 국장은 여러모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우선, 지난 2008년 그가 차관급 직책인 NASA의 항공연구부문 최고책임자 자리에 오른 것은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또한 매년 5% 미만의 미국 연방정부 고위공직자들에게 수여되는 최우수 공직자 대통령상(Meritorious Presidential Rank Award)을 2008년과 2016년 두 차례나 수상했다. 이어 2017년 Aviation Week Laureate Award 혁신부문 상을 수상하였고, 초음속 여객기 ‘엑스 플래인’의 개발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등의 활약을 했다.

 외국어, 그 나라의 언어와 사회를 함께 알아야
 지금은 대내외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중이지만,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신재원 국장은 1982년에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곧장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때문에 미국에서의 낯선 생활에 적응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1982년에 미국 생활을 시작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의 영어 교육은 문법과 쓰기, 읽기 위주였기 때문에 미국의 문화와 사회 제도, 역사, 관습이 어우러져 사용되는 생활 영어를 알아듣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처음 은행에 개인 구좌를 여는데 한 시간 이상이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 제일 큰 문제였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의 은행 제도와 용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언어는 생활이자 문화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어려움을 겪었기에 그는 언어와 함께 그 언어를 쓰
는 나라의 사회에 대해서도 같이 배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 언어의 문학적인 가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하기 위한 소통의 도구로서 익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언어를 쓰는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풍속 등 사회 전반에 대해 함께 배워야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이런 관점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 같아서,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언어를 익혀나갈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국제화된 세계에서 여러 나라의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될 때가 많습니다.

 1989년에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클리블랜드에 있는 
NASA Glenn Research Center에서 연구직으로 근무하기 시작한다.
 “유학 시절에는 공부를 마치면 모교로 돌아가 후배를 가르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체역학으로 석·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비행기에 관련된 연구를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진로의 방향도 바뀌게 됐습니다. 당시에도 미국에서 항공 우주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NASA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 볼 정도로 NASA는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저도 예외가 아니어서, 졸업을 앞두고 NASA 10개의 센터에 모두 지원서를 제출했죠. 그리고 석사 과정에서 해당 분야를 연구한 경력을 인정받아 클리블랜드에 있는 Glenn Research Center의 Aircraft Icing Branch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NASA의 지원으로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최고경영자 과정까지 이수했다. 2004년에는 워싱턴D.C.에 있는 NASA의 본사로 자리를 옮겼고, 2008년에 현재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Wear one size bigger hat!
 모두의 선망의 대상인 NASA에서 일하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동양인에 대한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다. 영화 <히든 피겨스>(2016)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NASA의 흑인 여성 과학자들이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해 있던 흑인 차별, 여성 차별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신 국장도 NASA에서 근무하며 인종차별적인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또한 관리직에 오르면서는 더욱 어려움이 컸다.
 “미국의 이공계 관련의 연구소와 회사 등에서는 ‘동양인은 자신의 전문 기술 분야에서는 매우 뛰어나지만 management 분야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물론 NASA도 비슷한 상황이었지요. 때문에 저의 management 능력에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관리직에 뽑혔던 1990년대 중반은 affirmative action(미국의 소수집단 우대정책. 인종,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받기 쉬운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으로 인한 역차별 논란이 심했습니다. 저를 뽑은 boss께서 ‘네가 이 자리에 뽑힌 건 전적으로 너의 실력 때문이지만, 네가 소수 민족 출신이기 때문에 affirmative action의 혜택으로 그 일을 맡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눈 여겨 볼테니 어항에 있는 물고기라고 생각하고 매사를 처리하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죠.”

 그 뒤 몇몇 사람들이 실제로 이런 편견을 가지고 그를 대하
는 경우가 생겼다. 하지만 그는 실력으로 편견을 정면 돌파했다.
 “저는 항상 ‘한 치수 큰 모자를 쓰고(Wearing one size bigger hat)’ 현안을 처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부서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속한 부서보다 한 단계 높은 조직이나 전체 조직, 더 나아가 사회와 나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는 뜻이죠. 그러면 편협하고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큰 그림을 보면서 내가 속한 부서와 조직 전체를 위하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스스로 편견과 차별대우로 어려움을 겪었던 그였지
만, 오히려 조직원을 섬기는 리더의 자세로 일했다. 덕분에 동료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저는 상사와 동료, 부하 직원들을 모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소중한 인격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일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처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개개인의 능력 차이를 빠르게 파악해 저마다의 능력에 맞는 일을 맡겼죠.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이 큰 능력을 가질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 내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이루려 한다는 것을 믿어주었습니다.”

 21세기 혁명은 기존 기술의 융·복합
 신재원 국장은 고국의 발전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작년 9월, 직접 한국을 찾아 ‘한국 청년 글로벌 리더십 포럼’에 참석한 그는 청년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NASA를 이끌었던 경험을 살려 지난 5월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책「이노베이션 코리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저서에서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울 것 없는 기존 기
술의 융·복합’이라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껏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이나 전기처럼 몇 가지의 혁신적인 기술이 발명되어 산업을 움직이는 동력이나 방법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을 의미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을 거쳐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 다른 목적을 갖고 개발, 발전된 기술이 산업의 경계선을 뛰어넘어 융·복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 수영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자신의 활동영역(Swim Lane)에서만 수영을 해야 하듯이, 지금까지는 각각의 산업분야가 필용한 기술을 자신의 활용 영역 안에서만 개발해 왔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마치 Swim Lane이 없어진 것처럼 필요한 기술을 분야의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융합하여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냅니다. 지난 200년간 일어났던 산업혁명과는 판이하게 다르지요. 따라서 각 분야에서 개발돼 온 기술을 어떻게 융합하여 전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가가 이 시대 이노베이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혁명의 시대, 21세기형 인재란?
 한편 일자리 문제에 대해 신 국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존의 일자리가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지난 1~3차 산업혁명에서 이미 동일하게 반복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자동차가 나오면서 말과 마차를 통한 지상 교통수단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관련 직업들도 함께 사라졌지요. 그러나 자동차 산업에 관련된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났습니다. 즉, 새로운 기술의 출현에 따라 대체되어 사라지는 기술과 관련된 일자리는 늘 사라졌지만, 새로 출현한 기술에 필요한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났습니다.”

 결국, 산업혁명은 반드시 일자리 혁명을 수반한다. 따라
서 4차 산업혁명의 한 가운데에 있는 지금은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재상이 만들어지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신 국장이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는 어떤 모습일까?
 “21세기에 필요한 인재는 다음과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모든 일을 접할 때 창의성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패러다임에 ‘Why’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호기심과 배짱도 필요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선명하면서도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 소통 능력과 반대로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또한 개인기가 출중하기보다는 팀 안에서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팀 플레이어여야 하고요.”

 소통이 중요한 시대이지만 반대로 사회는 점점 개인주의
화 되고 있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 탓에 오히려 소통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SNS와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그러나 업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능력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청년 여러분들께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는 또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도전하라고 이야기한다.
 “국내에서 국가에 공헌하고 싶은 사람은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외국에서 한민족의 위상을 높이고 싶은 사람은 해외로 많이 나오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해외에 진출하는 것에는 여러 제약조건이 따른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자신이 그 나라에 꼭 필요한 자질만 갖추게 된다면 법적인 제약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늘 길이 열리기 마련입니다.”

글│허지은 기자 je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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