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적응하기 위해 만든 동호회, 해외취업의 밑거름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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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적응하기 위해 만든 동호회, 해외취업의 밑거름이 되었죠”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7.12.28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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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현 미독립계 반도체 유통사 싱가포르 지사 Account Manager

 “목표를 분명히 하라.”국내든 해외든 취업에 성공한 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다. 특히 해외취업은 ‘왜 한국이 아닌 해당 국가에서 취업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면 성공하기도 힘들고,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여행과 달리 해외취업은‘삶’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지에 적응했다는 점은 더 큰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는 싱가포르 생활 5년차에 접어든 주서현 씨가 세계 2위의 반도체 유통사에 입사할 수 있었던 비법이기도 하다.

 

▲ 주서현 독립계 반도체 유통사 싱가포르 지사 Account Manager (주서현 씨 제공)

 올해로 싱가포르 생활 5년차에 접어든 주서현 씨는 한 독립계 반도체 유통사에서 한국시장을 총괄하고 있다. 반도체 유통사 중에서는 업계 상위권인 이곳는 싱가포르에 아시아태평양 지사를 두고있는 미국계 글로벌 기업이다. 서현 씨가 이곳에서 일한 것은 1년이 조금 넘었다. 이전에는 3년간 헤드헌팅 관련 회사에서 마케팅 및 트레이너로 일했다.

 ‘싱가포르 취업 방법’보다 문화 공부가 먼저
 그가 현 회사에 입사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려면 그의 대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전까지 외국도 가본 적 없던 서현 씨는 우연히 해외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해외진출의 꿈을 품게 됐다.

 이후 무작정 BBC 라디오를 귀가 아플 때까지 들으며 영어 공부를 한 끝에 교수님의 도움으로 유럽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이후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고,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싱가포르에서 취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차근차근 해외진출을 준비했다.

 “싱가포르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길까봐 일부러 취업후기는 안 봤어요. 대신 현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의 사회, 환경, 경제 등에 대해 공부했죠. 그러면서 더 싱가포르에 대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학벌과 인종에 대한 차별이 없고 자국민의 숫자가 적어 외국인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성장에 한계가 없는 나라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운도 따랐다. 마침 마지막 학기에 싱가포르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인턴십을 마치고는 포지션에 집중하며 이직을 준비했다. 레쥬메를 작성할 때도 포지션을 중심으로 하되, 지원한 회사에 맞게 조금씩 바꾸었다. 동호회를 하며 알게 된 현지의 사업가들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했다.

 “싱가포르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보니 외로운 때가 종종 있었어요. 한국이 그리운 마음도 들고요. 그러다 문득 계속 한국을 그리워하기보다 싱가포르에 잘 적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를 사귈 기회를 찾기는 쉽지 않았지만 싱가포르에서 한국 드라마나 음악이 인기가 많다는 점을 활용해 제가 직접 한국 문화를 알리는 동호회를 만들었어요. 현재는 동호회에 1,500명이 넘는 멤버가 활동하고 있답니다.”

 작은 경력이라도 현지에서 쌓을 것
 이렇게 이직을 준비하던 중, 현 회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서현 씨의 경력과는 관련이 전혀 없는 반도체 회사였지만 3차까지 이어진 인터뷰 끝에 입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 몇몇 약점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서현 씨를 택한 것은 현지에 대한 적응력 때문이었다. 외국인 채용이 활발한 싱가포르이지만, 외국인은 경력을 쌓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고용주들이 이 점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 서현 씨의 설명이다. 특히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에서 외국인을 채용할 때 추가 세금을 내도록 하면서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따라서 외국인이지만 현지에 적응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HR관련 회사였던 이전 직장에서 3년간 일 하면서 많은 외국인들이 어떻게 싱가포르에서 성공을 하는지 보았기 때문에 싱가포르가 어떤 나라인지, 싱가포르의 CEO들이 어떤 인재를 찾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선 싱가포르는 학벌과 전공을 중요시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외국인을 채용한다면 싱가포르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죠. 한국에서의 경험이 많은, 즉 한국에 이미 적응하여 싱가포르의 직장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 나라로 금세 돌아갈 것 같은 사람으로 인식합니다. 물론 업무나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한국에서 경력이 많으시더라도 현지에서의 2,3년 경험이 더 유리하게 적용되기도 하죠.”

 배우고자 하는 태도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터뷰 전, ‘인터뷰에서 질문을 많이 하라’는 조언을 받고 Vice President에게 ‘이 회사의 어떤 면이 11년간 있게 했는가’를 질문했다. 질문은 성공적이었다.

 “오리엔테이션 당일, 왜 저를 뽑았는지 설명해주시더군요. 그간 많은 한국인을 인터뷰해봤고, 그 중에는 싱가포르 국립대학을 다니는 인재, 4개 국어를 하는 인재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인터뷰 태도가 싱가포르의 문화와는 잘 맞지 않거나 마지막 질문의 기회를 주어도 보통 ‘없다’고 어색하게 이야기 했다고 해요. 혹은 월급이나 복지 등을 물어보고요. 그런데 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아무도 하지 않는 질문을 했다며 그 자세를 보고 이 분야를 공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뭐라도 배우려는 의지가 있어 보여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잘 모르는 분야를 접하면서 처음 6달 동안은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서현 씨는 결국 회사의 믿음대로 결국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회사의 미국, 유럽, 아시아의 모든 지점을 통틀어 ‘올해의 신입사원(ROOKIE OF THE YEAR)’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이직 후 첫 회식자리에서 VP, COO와 함께(주서현 씨 제공)

 환상만으로 해외취업을 꿈꾸는 건 지양해야
 블로그를 통해 싱가포르 취업을 위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서현 씨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싱가포르 취업 시 필요한 영어 실력 수준’이라고 한다. 영어를 잘 못해도 취업이 가능하냐는 질문도 있다고.

 “싱가포르가 좋은 점 중 하나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있기에 같은 언어라도 발음이 다양해서 한국인에게 원어민 만큼의 회화실력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죠. 회사에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면 무리가 없다고 봐요. 물론 기본 실력은 어느 정도 갖춰야 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못 되더라도 회의나 미팅에서 주장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하죠.”

 해외취업은 직접 그곳의 사람들과 부딪히며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은 설렘을 주지만 그것이 익숙해지면 외로움과 각종 어려움이 고개를 내민다. 그래서 서현 씨는 해외취업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광고 속 달콤한 말’이라고 이야기한다. 장점을 보되 기대한 모습만 펼쳐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취업을 하게 되면 오히려 포기가 쉬운 것 같아요. 한국에 돌아가도 힘들 것이란 걸 알지만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힘들면 ‘한국으로 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한 지금, 저는 더 이상 꿈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해외취업을 꿈꾸는 모든 분들이 힘을 내 꿈을 만드시고 또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글┃허지은 기자 je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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