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과 현지 적응까지의 긴 시간을 버티게 해준 건 명확한 목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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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업과 현지 적응까지의 긴 시간을 버티게 해준 건 명확한 목표였죠"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8.02.28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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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초록 베트남 IUM LOGISTICS Korean Customer Service Team A 매니저

 안초록 씨의 베트남 취업은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들을 도우려면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한 베트남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목표한 대로 결국 베트남 취업에 성공했다. 초록 씨는 현재 한국계 물류회사인 IUM LOGISTICS에서 일하며 자신만의 베트남 드림을 꿈꾸고 있다.

▲ 베트남 취업에 성공한 안초록 씨(사진=본인 제공)

 베트남 취업 3년차인 안초록 씨는 한국계 물류회사에서 포워딩 일을 하고 있다. 베트남 담당자들이 실무를 진행하고, 초록 씨는 그 과정에서 화주(貨主) 쪽 한국인 담당자들에게 업무 진행 상황과 진행 절차를 안내하는 일을 한다. 또 베트남 담당자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경우 업무가 보다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맡고 있다.

 그가 베트남 취업을 결심한 것은 대학교를 졸업하던 무렵이었다. 부자가 되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었던 마음을 시작으로 진로를 계획했던 초록 씨는 베트남에서 가능성을 봤다.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았어요. 부자가 되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에 특히 관심이 많았죠. 그래서 한국의 대기업들이 언제 이렇게 성장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고, 전란 후 한국이 어렵던 시절부터 뭔가를 시작해 성장했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어요. 어린 마음에 한국보다 개발이 덜 된 국가에서 뭔가를 해 본다면 제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이어졌죠. 그리고 동남아 지역으로 취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세상도 이렇게 넓은데 한 나라에서만 사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침 제가 졸업을 할 때 즈음 베트남이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었어요. 베트남에 대해 알아보니 문화나 사람들의 성향이 동북아 국가들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최종적으로 베트남 취업을 마음먹었습니다.”

 베트남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베트남 취업을 결심한 후, 초록 씨는 본격적인 취업준비에 돌입했다. 어학성적과 자격증을 학점과 종합해 학과 등수를 정하는 학교를 다녔던 지라 장학금을 받기 위해 이미 전공 자격증과 어학점수는 어느 정도 준비된 터였다. 우선 영어면접과 중국어면접에 대비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해외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글을 읽었다. 준비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외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금은 ‘링크드인’같이 해외취업을 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을 알고 있지만, 당시는 그 방법을 몰랐어요. 대신 항공권이나 체류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인턴, 학교의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이용했죠. 직무와 베트남에 취업을 하게 된 동기를 위주로 레쥬메를 작성했고, 학교 프로그램에서 추천해준 몇몇 회사의 면접을 보았습니다. 그 중 가장 느낌이 좋은 회사에 입사하기로 결정했죠.”

 초록 씨는 베트남 취업을 준비할 때 기업 정보가 부족한 만큼 면접의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회사에 대해 면밀히 살필 수 있는 과정이라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기업의 경우 대기업의 현지 법인이 아닌 이상 회사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영세한 업체도 많고요. 때문에 구직자들이 회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채로 면접에 임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면접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회사에 대한 정보를 면접관인 임직원을 통해 얻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기 전 40분 간 대표님과 1:1로 마주앉아 면접을 보았는데, 그 때 ‘이 회사라면 내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사를 결정했습니다.”

 그렇다면 베트남 기업에서는 어떤 인재를 선호할까? 지원자들의 스펙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스펙보다 열정과 인성을 중시한다는 것이 초록 씨의 설명이다. 베트남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베트남의 한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아직은 한국에 있는 기업만큼 스펙을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는 열정과 끈기를 가진 사람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인성은 무척 중요합니다. 주변을 보면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밝은 분들이 취업이 잘 되더라고요. 어학 실력은 직무와 업종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는데, 생산관리 쪽은 영어를 잘 못하는 분들도 악으로 깡으로 오래 근무하시는 걸 봤습니다. 일반적으로 베트남어는 능숙하지 못하더라도 업무를 영어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면 취업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베트남어도 잘 한다면 당연히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베트남 생활도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요.”

 

 해외취업, 그 이후
 해외취업에 성공한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해외에서 근무를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경우, 자칫 해외에서의 경력이 한국에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그것이다. 초록 씨의 지인도 이러한 고민 때문에 베트남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기도 했다.

 “저도 이 부분을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실제로 제 친구 중 한 명은 베트남에서 오래 근무해도 한국에 돌아가면 미래가 없을 것 같다며 1년간의 베트남 생활을 뒤로 하고 돌아갔어요. 베트남은 생산기지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구매나 전략기획과 같은 직무들은 한국 본사에서 컨트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베트남에서의 경력이 한국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직무와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경력 단절의 위험도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초록 씨가 이같이 생각하는 것은 직무에 따라 베트남 회사에서 배운 업무가 한국에서 필요한 직무의 내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지사에는 해외영업과 포워딩, 섬유무역, 생산관리, 총무와 같은 업무가 주를 이루는데, 이러한 직무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직 시 활용할 수 있는 경력이 되리라 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물류 업계를 예로 들면, 베트남에서의 통관과 FTA 관련 업무는 한국으로 치면 관세법인의 업무와 같고 해상, 선박 스페이스의 확보 및 트럭 운송 업무는 한국에서 포워딩 업체가 하는 일과 같아요. 때문에 한국에서의 이직에서도 충분히 강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 본사로의 이직도 고려해볼 수 있는 카드다. 초록 씨의 지인 중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3대 의류업체의 현지 법인에서 본사로 자리를 옮긴 사례가 있다.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아니지만, 초록 씨도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이제 서른을 앞두고 있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저는 당분간 계속 베트남에서 경력을 쌓을 계획이에요. 그 이후에는 두 가지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데, 하나는 현재의 회사에 헌신해서 추후 미얀마 법인장이 되는 것입니다. 아니면 싱가포르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의 SCM관리 쪽으로 이직을 할 수도 있죠. 후자의 경우 제가 대학 때부터 쌓아온 지식을 좀 더 활용할 수 있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아직 누가 시켜준다고 한 건 아니지만, 제 미래는 제가 그리는 거라고 생각하며 여러 계획을 구상하고 있어요(웃음).”

 

▲ 직장 동료들과 함께(좌)ㆍ베트남 무이네 여행 중에(우)/(사진=본인 제공)

 베트남 생활의 장단점은?
 현재 초록 씨는 베트남에서‘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물가가 저렴해 외국인으로서 생활하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퇴근 후 자기계발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정말 좋아요.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과일을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죠. 특히 동남아 국가로 가는 비행 편이 상당히 저렴해서, 한국에서는 큰마음 먹고 가야 하거나 직항이 없어 방문하기 어려웠던 도시들을 쉽게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한식당이 많아 한국 음식을 접하기도 어렵지 않아요. 다만 한식은 꽤 비싼 편이에요.”

 베트남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인들이 적응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숫자도 10만여 명에 육박하고 한인촌이 잘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인 마트에서는 한국의 각종 먹거리는 물론 생필품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이 파라다이스는 아니기에 불편한 점도 존재한다. 베트남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취업 전 현지 생활에서 어떤 단점이 있는지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자기계발을 위해 국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직무에 관련된 교육을 듣고 싶을 때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것은 단점이에요. 한국어로 된 책을 구하는 것도 어렵고요. 베트남 취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전자책은 꼭 갖고 오시는 게 좋아요. 또, 한국인 의사가 진료를 보는 병원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는 어려워요. 많이 아프다 싶으면 귀국해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에 비해 대중교통이 열악해서 택시나 차를 이용해야 하는 부분도 불편할 수 있어요. 그리고 베트남은 휴일이 별로 없습니다. 주 6일 근무인 점도 한국과 다릅니다. 이외에도 시간 약속을 잘 안 지켜서 답답하기도 하고, 공무원들의 공공연한 뒷돈 요구에는 놀라기도 했지만 1년 반 정도 살다보니 적응이 되었습니다(하하).”

 

 도망치지 말고 삶을 빛나게 만들길
 여러 장단점이 있는 만큼 초록 씨는 가능하다면 먼저 베트남을 경험해보고 취업 여부를 결정하기를 권했다. 그는 다행히 베트남 생활 초창기에 동갑내기 친구를 사귀어 현지 적응이 어렵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해외에서의 홀로서기는 만만치 않았다. 그는 힘든 시절을 맥주 한 잔으로 위로하며 끈기있게 버텼다.

 “현지 적응에 어려움은 크게 못 느꼈지만, 베트남에서 머문 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무렵엔 정말 힘들었어요. 베트남 직원들이 업무 내용을 잘 공유해주지 않고 업무 협조도 원활치 못했거든요. 화장실 가서 울기도 했어요. 그래도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거나 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힘든 날에는 집에 돌아가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왜 일이 그렇게 됐을까’, ‘내가 잘못한 건 뭘까’ 생각해보거나 책을 읽거나 하면서 나름대로 저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죠.”

 해외취업에 성공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해외취업을 도피처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초록 씨도 같은 생각이다. 이 같은 의견을 전하며 그는 지칠 때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소개했다.

 “이런 말이 있죠.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해외취업에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희망한 것들을 성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할 게 없으니 해외라도 나가보자’는 생각으로는 해외에 나와도 얼마 못 버티고 귀국을 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대부분 고민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다들 잠깐이라고, 금방 지나갈 거라고 말하는데, 정작 본인은 정말 아프고 힘들죠. 그럴 때는 ‘일 년 뒤에는 지금 겪고 있는 이 힘든 일이 나에게 큰 자양분이 될 거야’하고 딱 1분만 생각해보세요. 그럼 너무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을 때 그 생각이 다시 일어날 용기를 줄 겁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면 ‘저 사람은 정말 특별하구나’싶은 때가 있는데, 그 사람들은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 맞습니다. 딱,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만큼이요. 우리 모두 매일 더 빛나는 삶을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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