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벌이가 안 돼도 가슴이 뛰는 일 좇을래요!”
상태바
“당장은 벌이가 안 돼도 가슴이 뛰는 일 좇을래요!”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4.25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용 콘텐츠 크리에이터 /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4학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진로의 방향을 순수 미술로 잡았다는 김태용 씨(29). 그러나 그는 미대 입시를 코앞에 두고 돌연 그 동안 손에 쥐었던 스케치북과 붓을 내려놨다. 입시 미술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 방향을 바꿔 1년간 학업에 매진한 끝에 동국대학교 경영학부에 입학했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대학에서 3번의 창업을 했다. 그러나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했다. 고학년이 되어 다시 진로를 고민하게 된 그는 고민 끝에 그 동안 모아둔 350만 원을 들고 스타트업 성지라 불리는 실리콘밸리로 향했다. 42일간 머물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 40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자신을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면 병이 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김태용 씨를 만나본다.

▲ 김태용 콘텐츠 크리에이터[사진=본인 제공]

Q. 간단한 개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타트업 전문 콘텐츠 크리에이터 김태용입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가구 판매, 핸드폰 케이스 제작 및 판매, 콘텐츠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창업을 했지만 결과는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창업에는 소질이 없었지만 일찍이 스토리텔링에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 관심 있어 스타트업 전문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기술변화를 알기 쉽고 친근하게 만들어 페이스북 페이지 ‘ㅌㅇ’에 올리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현재 어떤 콘텐츠를 제작 중인가요?
지난해 7월, 실리콘밸리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 42일간 머물면서 만난 한국인 소식을 전하는 ‘리얼밸리 시즌1’ 연재를 최근 완료했습니다. 지금은 한국 스타트업 시리즈 ‘Voyage’(항해)를 연재 중입니다.  ‘Voyage’로 이름을 붙인 것은 ‘항해’가 창업가의 삶과 닮은 점이 꽤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창업가의 삶은 대항해 시대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과 비슷해요. 파도, 날씨 등 불확실한 환경에서 사람들과 협업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항해이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 명은 항해로 정했습니다(웃음).

Voyage에서 소개하는 인터뷰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거나, 여러 차례 창업에 성공한 국내 창업가들이에요. 한국은 미국과 달리 성공한 창업가들의 강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테슬라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는 대학교, 테드와 같은 토크 프로그램에 자주 나와요. 마크 주크버그도 트위터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올림으로써 다양한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죠. 성공한 벤처 CEO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창업가들이 자신의 창업 성공담과 실패담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이런 경우가 별로 없죠.

▲ [사진=본인 제공]

우리나라 벤처 1세대라 할 수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대표는 현실적으로 쉽게 만나기 어려운 분들입니다. 그런데 예비창업가들 혹은 그렇지 않은 분들도 이런 대표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합니다. 이분들을 섭외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가능하다면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 나름 창업 시장에서 대표성을 가진 분들을 섭외해 예비창업자뿐 아니라 대중과도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거든요. 개인적으로 벤처 CEO들이 다
양한 매체에 나와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미국의 문화가 국내에도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Q. 고학년이 되어 진로를 고민하다 실리콘밸리로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한국인들에게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자기답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한국사회는 이른바 ‘정답사회’라고 하잖아요. ‘대학교는 인 서울 어디에 가야하고, 몇 살에 졸업해야 하고 그 다음엔 어느 기업에 취업해야 한다’ 등등. 누군가가 정한 목표에 따라 가기 바쁘죠. 그런데 실리콘밸리에 머물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성장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따른 계획을 스스로 세워 실천해 나간다는 점이었어요. 일하는 문화도 우리와는 조금 달랐어요. 수평적 기업 문화가 매우 짙었죠.
 

▲ [사진=본인 제공]

Q.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는지요?
한국에서 2번 미국에서 2번, 총 4번 대학을 다닌 윤일원 씨가 기억에 남아요. 윤일원 씨는 대학이 바뀔 때마다 전공도 달랐어요. 그런데 전공을 바꿨다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더군요. 오히려 다양한 분야를 거쳤기 때문에 여러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했어요. 여러 대학을 다니면서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찾은 사람이었죠. 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끝내 찾아낸 그 끈기가 대단해 보였어요. 이런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는 많았어요.
 

Q. 지금 하는 일이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지요?
콘텐츠 만드는 일이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에요. 다만, 콘텐츠를 통해 저를 알리고 콘텐츠와 직접적이진 않지만, 강연과 책을 쓰자는 의뢰가 들어오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제 영상을 보고 기업에서 마케팅 컨설팅을 해달라는 요청도 종종 있고요. 콘텐츠로 저를 알리고, 여기서 부차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있습니다.
 

Q. 영상 제작을 통해 본인이 궁극적으로 얻는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콘텐츠를 통해 얻는 것은 별로 없어요. 제품은 사람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데 콘텐츠는 간접적인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의 밥벌이가 어려운 것 같고요(하하). 제가 만든 영상이 많은 이들에게 공유될 때,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제일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많은 독자분들이 좋아해주시기 때문이죠.


Q. 현재 정부에서 창업을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요?
정부에서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원하지만 한계가 분명 있습니다. 많은 청년들에게 ‘창업’이라는 진로의 선택지를 강조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창업 시장의 트렌드를 정부가 파악하고 먼저 습득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요. 예를 들어, 스타트업 시장에서 VR이 새롭게 뜬다는 것은 이미 몇 년 동안 VR을 연구해온 사람들이 VR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트렌드가 된 것인데, 정부는 이제 VR 시장이 뜨니 여기에 도전해보라고 지원금을 마련 등을 합니다. 트렌드를 놓쳤다고 할 수 있죠. 개인적으로 이런 지원금보다는 기업가 정신 혹은 창의적인 질문방식을 익힐 수 있는 과정에 힘써주면 좋을 것 같아요.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스타트업 시장의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많은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등을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Q. 졸업을 앞두고 취업 관련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창업도 3번 해봤고, 이런 저런 경험 많이 해봤으니 이제는 남들처럼 직장에 들어가고 취업해라, 남들 다 그렇게 사는데 왜 그렇게 사느냐’고 말씀하시죠. 저를 걱정하는 마음에 하시는 말씀이지만 사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하하). 저는 제 성격상 하고 싶은 거 못하면 병 나기 때문에 당분간 돈은 많이 벌지 못해도 제 가슴이 뛰는 일을 좇으면서 살 생각이에요(하하).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묘비명에 크게 공감합니다(웃음).
시간은 잡을 수도 없고, 금방 흘러가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후회 없이 하고 싶어요. 이전에는 장기계획을 세우곤 했는데 지금 안 세워요.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새해라고 특별할 것도 없고, 연말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도 없어요. 올 한해 세운 목표도 없고요. 당장 눈앞의 목표라고 한다면 Voyage 연재를 잘 마무리 하는 거예요. 12개의 연재를 마치고 난 후에는 ‘리얼밸리 시즌2’ 촬영을 위해 실리콘밸리를 다시 찾을 생각이에요. 그때는 실리콘밸리가 뜨기 전 그곳에 정착한 한국인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글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사진 | 김태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