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유스티스 : 또 하나의 무대에 살고 있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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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유스티스 : 또 하나의 무대에 살고 있는 우리
  • 최성희 기자
  • 승인 2018.08.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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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이야기


연극의 뿌리는 고대 아테네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원형극장은 집회의 장소로 쓰였으며 이에 따라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이처럼 연극과 민주주의 체제는 그 탄생에서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 관계를 지니고 있다.

2017년 대통령의 암살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미국 내 논란을 일으켰던 연극 「줄리어스 시저」. 이 작품의 감독은 오스카 유스티스다. 

“극장은 우리 사회에 필수적인 예술 공간입니다. 인류 문명사의 전개는 희곡의 흐름과도 같습니다.”

희곡 속 인물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존재다. 그들이 사는 사회가 비록 무대 위 이야기 속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은 극 속에서 치열하게 갈등한다. 관객들은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공동체 의식을 느낀다. 우리는 연극을 보며 등장인물들과 공감하고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등장인물을 비난하기도 한다.

오스카 유스티스의 말을 빌리자면 예술작품의 본질적 ‘DNA’는 사회를 비추고 그로 인해 사회를 보다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존 파프는 미국 센트럴파크에서 무료 공연을 펼쳤습니다. 동성애와 에이즈를 소재로 한 연극 「노멀 하트」는 소외된 사람들을 조명했고, 모든 이들의 열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예술에 대한 참여의 장벽을 허문 그의 작품은 그야말로 사회복지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오스카는 또 하나의 사례를 든다. 린 노티지의 미국 내 산업 공동화 현상을 조명한 「땀」은 퓰리처상을 받아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린은 그의 작품을 통해 실업과 빈곤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미시간주와 미네소타주 등 소외된 이들이 많은 지역에서 말입니다. 그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극장으로 불러냈습니다. 이렇듯 어느 누구든 극장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예술을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다름을 받아들이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태도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만큼, 차이에서 비롯된 차별과 갈등은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차별과 갈등을 완화하는 데에 일조하는 것은 예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연극 무대 위 인물들은 극 속에서 때로는 반목하고 때로는 화해하며 공존한다. 이러한 무대는 사회의 축소판이며, 반대로 사회는 연극 무대의 확장이다. 그는 이러한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사명감을 내비친다.

“저와 같은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사명은 ‘세상을 거울에 비추어 보이는 일’입니다. 그것이 그른 일이라 할지라도 예술작품에 그대로 투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이상적인 공동체로의 이정표를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러한 생각에서 사생아, 이민자, 노숙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언어를 숭고한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공동체란, 소외받은 이들이 존중받으며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간극을 평화롭게 풀어가는 ‘하나의 무대’가 아닐까.


글 | 최성희 기자 is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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