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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사회, 그리고 ‘따로 또 같이’의 삶최재원 ‘라이프쉐어’ 대표
오세은 기자  |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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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호] 승인 20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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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고갈로, 말 그대로 녹다운이 됐었죠.”
2년간 음반기획사에서 일한 최재원 씨는 일과 사람에 지친 당시를 회상하며 이처럼 말했다. 갈망하던 일에 너무 몰두한 탓에 체력이 고갈되었던 것. 하지만 꿈꿔온 일이기에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휴식이 필요하던 어느 날, 자신의 방 건너편에 있는 빈방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휴식장소가 되어 준 것. 그때 그는‘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부업으로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시작했다. 호스트로 외국인을 맞이해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라이프쉐어를 시작한 것. 그렇게 시작된 ‘라이프쉐어’는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커뮤니티다. 라이프쉐어 최재원 대표를 서울 합정동에서 만났다.

   
▲ 최재원 ‘라이프쉐어’ 대표[사진=오세은 기자]

부업으로 시작한 ‘에어비앤비 호스팅’, 신의 한수
「작은여행, 다녀오겠습니다」, 「이토록 쉽고 멋진 세계여행」의 저자이자 ‘라이프쉐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최재원씨는 대학 졸업 후 광고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기회가 되어 그동안 꿈꿔온 음반기획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이직했다. 하고 싶은 일, 그토록 염원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그런데 그는 그때부터 삶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연찮은 기회로 원하는 분야에서 원하는 직무를 맡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제 삶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어요. 업무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고, 때문에 일처리도 늦어졌죠. 급여도 너무 적었고요. 일은 일대로 힘들고, 사람들과의 마찰도 점점 심해졌습니다. 제가 꿈꿔온 일임에도 일에 몰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더군다나 경제적 어려움이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죠. 그러던 중 제 방 건너에 있는 빈방 하나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때 에어비앤비(숙박공유업체) 호스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시작한 2014년은 마침 우리나라에 에어비앤비 붐이 일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일본, 멕시코, 칠레, 캐나다, 유고슬라비아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을 만났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방 한쪽에서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게 된 것. 그는 이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하나 둘 꺼내놓기 시작했다.

   
▲ 2017년 ‘not alone’이란 주제로 열린 라이프쉐어 연말파티[사진=본인 제공]

“한국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삶은 대개 비슷하잖아요. 저마다 삶이 버겁고,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크고요. 때문에 친구들에게 고민을 터놓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호스팅을통해 만난 외국인들에게는 고민을 털어놔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에게 내 고민을 이야기하면 객관적으로, 그리고 다른 시각에서 조언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수많은 여행객이 찾은 그의 건너편 방에는 베를린에서 가정의학을 공부하는 의대생 루카스도 있었다. 루카스는 최 대표가 음반기획사를 퇴사하고 라이프쉐어 프로젝트를 이행하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한낮에 루카스가 제 방문을 두들기더니, 삶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는 거예요. 저는 아무생각 없이 그러자고 했죠. 그러고선 이 친구랑 두세 시간 망원동 거리를 걸으면서 서로가 살아온 지난날을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매일 걷던 망원동 거리가 갑자기 베를린으로 보이더라고요(하하).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정신이 어떻게 됐나’싶을 정도로 한국이 아닌 유럽의 한 도시를 걷고 있는 착각이 들었죠. 그때 그 친구가 우리가 이야기하고 나누었던 감정들이 ‘라이프쉐어’라는 거예요. 저는 그 시간을 통해 위안과 깊은 공감을 강하게 느꼈어요. 그리고 제가 느낀 이 감정을 다른 이들도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해 라이프쉐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죠."
 

 

어른들을 위한 캠프 ‘라이프쉐어’
라이프쉐어는 모르는 사람들끼리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지만, 이는 전적으로 어른들을 위한 커뮤니티다. 참여자들은 한 달에 한번 꼴로 오프라인에서 서로를 만난다. 누군가는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자신의 인생관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최 대표도 처음엔 그랬다.

“처음엔 이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처음 만나는 이들이 서로가 갖고 있는 고민을 터놓을 수 있을까’ 생각했죠. 여전히 한국사회는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타인에게 꺼내 놓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요. 사실 저도 처음엔 주저되었거든요. 그래서 본격적인 라이프쉐어 프로젝트 진행에 앞서, 가벼운 마음으로 새벽 3시에 SNS에 ‘OOO에서 어른들을 위한 캠프, 라이프쉐어를 진행합니다(선착순 5명)’라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라이프쉐어에 대한 수요를 보기 위해서였죠. 당시 아무도 신청하지 않을 것 같아 친구 다섯명을 미리 포섭하기도 했습니다(하하). 그런데 다음날 아침 9시에 눈을떠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140여 명에게 신청이 와 있더라고요.게시글도 300건 이상 공유가 됐고요.”

그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해 하면서 그렇게 다섯 명과 함께 첫 라이프쉐어 캠프를 자신의 집에서 1박 2일로 진행했다.

   
 

“그때 우리 집에 모인 다섯 명 모두는 직업이 달랐어요. 그래도 서로 고민을 주고받으며 공감을 하게 됐죠. 그렇게 무사히 첫 프로젝트 진행을 마치고 든 생각은, 라이프쉐어에 대한 수요가 분명 있고 나중엔 더 커질 거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려면 전적으로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몇가지 규칙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최 대표는 라이프쉐어 신청 방법은 SNS로만 가능하며, 신청 시 모임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은지 미리 적어야 하고, 또한 서로의 이름과 나이, 직장명을 밝히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규칙을 정했다.

첫 라이프쉐어 캠프는 최 대표가 사는 곳에서 진행됐지만, 그 후부터는 별도의 장소에서 진행됐다. 또한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마다 모임 콘셉트가 별도로 정해졌다.

최 대표는 첫 캠프를 통해 자신처럼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는 어른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이는 프로젝트 이행에 대한 확신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했다.

“첫 라이프쉐어를 진행하면서 ‘삶에 대한 고민이 많고, 저처럼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구나’, 또 ‘자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줄 이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는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 ‘하이퍼 커넥티드(Hyper Connected,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안에서 외롭고 힘들 때가 많다는 거죠. 그리고 가끔은 편견 없이 자신을 바라봐주고 나와 이야기해줄 대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죠.”

2017년부터 시작된 라이프쉐어에 참여한 인원은 약 900여 명에 이른다. 라이프쉐어를 찾는 이들은 주로 30대였지만, 지금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라이프쉐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리고 더러는 10대들도 라이프쉐어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라이프쉐어 ‘대화카드’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대화 카드를 구매한 내역과 연령층을 보니, 예상과 달리 구매자의 30%가 만 18세~22세였습니다. 이 결과는 제게 안도감을 가져다주었어요. 적어도 10대들은 저처럼 고민을 터놓을 곳을 찾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걸 방증하는 것이니까요.”

   
▲ 라이프쉐어에서 직접 제작한 ‘대화카드’[사진=라이프쉐어 김규형 작가]

‘대화카드’는 총 98가지로 구성돼 있다. 카드 한쪽 면에는 ‘일’, ‘사랑’, ‘미래’와 같은 키워드가 적혀 있고, 다른 한쪽 면에는‘내가 요즘많이하는생각’, ‘내 인생에 있어 사건은 무엇인가요?’, ‘내가 좋아하는 세 가지’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합정동’, ‘망원동’아닌, 대화로 아침 여는 ‘마을’을 꿈꾸다
그는 2018년 초 자그마한 책 전시회를 열었다. 그리고 전시회 한쪽에는 방문객들이 방문소감 등을 써 붙일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만들었다. 전시회 마지막 날, 이곳은 알록달록한 포스트잇으로 하나의 벽지가 만들어졌다. 최 대표는 그 포스트잇을 보고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깊은 교감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매일 바깥에서 사람을 스치지만 사람을 ‘고파’해요. 이는 타인과 제대로 된 교감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특히 한국에 살면서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사람에 대한 ‘고픔’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라이프쉐어를 하면 이에대한 해소가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참여자들은 고작 1박2일을 함께 했을 뿐인데 금세 친해져서 해외봉사도 함께 가기도 하거든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깊은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죠. 저는 이런 모임들의 수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러한 모임들이 더 커져 나중에는 한 마을을 이룰 정도가 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단순히 ‘합정동’, ‘망원동’, ‘성산동’이라는 지역명의 동네가 아닌, 이웃에 놀러 다니는 ‘마을’이요. 그런 마을이 생겨나기를 꿈꿉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내가 좀 더 행복 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나서는 사람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이는 최 대표가 라이프쉐어를 찾은 이들에게서 찾아낸 공통점이라고 했다. 그가 지금까지 진행한 라이프쉐어는 25회. 이 과정은 그에게 있어서 성장기와 같다. 그 과정에서 도전도, 여행도, 용기도, 희망도 얻었기 때문. 그가 10대 때 꿈꿔온 일을 접고 자신을 잃지 않는 길을 택해 걸어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글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사진 제공 | 최재원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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