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⑤] 환자와 의료계를 잇는 ‘Internet of Health’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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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⑤] 환자와 의료계를 잇는 ‘Internet of Health’를 꿈꾸다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9.01.2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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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균 ㈜메디블록 공동대표

그의 명함을 받았을 때 뭔가 특이하다는 느낌과 함께 궁금증이 일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치과의사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 바로 메디블록 고우균 공동대표의 명함이다. 그는 서울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와 컬럼비아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후 삼성전자에서 소프트 엔지니어로 3년간 일했다. 그리고 돌연 경희대학교 치대에 진학해 치과의사가 됐다. 의사가 됐으니 ‘개원하지 않을까’라는 가족들의 기대와 달리, 그는 작년 4월 고교 동창인 이은솔 대표와 블록체인 기반의 개인 의료정보 플랫폼인 ‘메디블록’을 설립했다. 안정적인 의사의 길을 걷지 않고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고우균 공동대표를 위워크 역삼역점에서 만났다.
 

▲ 고우균 ㈜메디블록 공동대표[사진=오세은 기자]

의료 현장에서의 경험 살려 창업
메디블록은 환자가 어떻게 아팠는지,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등 여러 병원에 분산돼 있는 의료정보를 한 번에 확인 할 수 있는 ‘맞춤형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플랫폼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조금은 생소한 이 플랫폼에 대한 소개를 고 대표에게 부탁했다.

“현재 완성 단계에 다다른‘개인 의료정보 플랫폼’은 병원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모두 모아 하나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플랫폼을 우리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것이고요.”

고우균, 이은솔 공동대표는 각각 치과의사, 영상의학 전문의로 일하면서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고자 생각해 낸 아이템(플랫폼)을 기반으로 설립된 회사가 메디블록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단적으로 비교만 해봐도 병원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오래 전 것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를 실제 사용해 보면 답답한 점도 많고요. 삼성전자에서 최신기술을 다루던 저로서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죠. 그렇게 답답함을 느끼다 이를 해소해보고자 점차 프로그램과 병원에 쌓이는 의료 데이터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의료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는 치대 졸업 후 교정전문병원에서 일하면서 의료 데이터 활용 모색에 더 집중했다. 교정전문병원은 대개 내원한 환자의 치아 검사를 먼저 한다. 이후 의사가 치료과정을 설명한 뒤 환자가 치료받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면 그때부터 치료가 진행된다. 그런데 그가 있던 곳은 검사만 받고 치료로 이어지는 치료전환율이 20% 미만에 불과했다. 그는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 검사받은 환자들의 의료정보를 활용했다.

“환자들이 병원에서 검사받고 가면 병원에 의료정보가 많이 쌓입니다. 이 정보들을 기반으로 환자들에게 검사결과지를 하나씩 만들어 드렸죠. 알 수 없는 용어로 채워진 종이가 아닌,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요. 예컨대 ‘돌출 입’ 을 교정받고자 한다면, 돌출 입이라는 게 얼마나 돌출돼야 돌출 입인지, 그리고 같은 연령대 기준 대비 평균 몇 %가 더 돌출 돼야 돌출 입이라고 하는지 등 객관적인 데이터도 함께 드렸습니다. 그때 환자분들이 적잖이 놀라시더라고요. 다른 곳에서는 받아본 적 없다면서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저는 결과지를 만들어내는 툴(프로그램) 작업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개인 의료정보를 개인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하면서“병원 또한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방대한 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실현하는 것이 그동안 어려웠다”고 말했다.
 

 

▲ [사진=메디블록 제공]

의료 데이터 통해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높일 수 있어
고 대표는 컴퓨터 공학도로, 그리고 의료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아이템을 구체화했다. 그는 의료정보의 활용이 활발해지면 개개인이 맞춤형 의료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했다.

“의료정보 활용이 어려운 점 중 하나가 환자 개개인에게 개인정보수집 관련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자 형태로 의료 데이터를 건네받는 과정에서 원본이 훼손되거나 조작과 편집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 우리가 병원에서 받는 진료확인서 등은 종이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전자 형태로 받고, 또 건네받는 과정에서 편집의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다른 이에게 보낼 때 원본이 아닌, 편집해서 얼마든지 보낼 수 있는 것처럼요. 때문에 그동안 의료분야에서는 전자 형태로 의료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메디블록은 블록체인을 이용해 조작이 불가능하게 하고, 또한 조작된 데이터와 그렇지 않은 데이터를 판별해 줄 것이라고 봅니다.”

그는 이 아이템이 정착되면 환자 개인이나 의료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블록이 만들고 있는 플랫폼이 안정화에 접어들면, A병원에서 했던 검사를 B병원에서 다시 해야 하는 중복검사를 방지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새로운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전에도 이러한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의료정보 활용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했죠.”

메디블록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할 때 블록체인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그는 그 과정에서 사기꾼으로 몰릴 뻔한 적도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은솔 대표와 창업 아이템 이야기는 2016년부터 했고, 이를 구체화해 비즈니스 모델로 한 건 2017년이에요. 그때만 해도 주변 지인들에게 사업모델을 이야기하면서 ‘블록체인’이란 단어를 꺼내면‘그거사기아니야?’라는 의심부터 받았습니다(하하). 당시 블록체인하면 비트코인인 가상화폐, 사이버머니를 가장 먼저 떠올렸을 때니까요. 다행히(?) 의사라는 직업의 신뢰도 덕분에 사기꾼으로 몰리지는 않았습니다(웃음).”

쉽지 않은 길을 걸은 메디블록은 2017년 11월 한달 동안 가상화폐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ICO, Initial Coin Offering)을 통해 70여 개국 7,200명에게 1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투자자금을 유치한 것. 그 이유는 국내에서는 ICO를 통한 자금 조달이 사실상 막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29일 금융위원회는‘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를 개최하고, 기술 용어에 상관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국내 스타트업들은 스위스나 싱가포르 등에 해외 법인을 설립해 투자자를 유치하고있다. 고 대표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새로운 산업이 생기는 건 스타트업이 생기고 발전해 나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100% 성공한다는 확신에 따라 투자자들이 혹은 정부가 투자를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투자자는 서포터의 역할이에요. 저는 정부가 그런 의미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산업과 기술에 있어서 정부는 발전가능성,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하는 산업이라고 판단되면 투자를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자금 조달 형태의 투자가 아닌, 새로운 산업이 자라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저는 봅니다. 즉, 길을 열어 주는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예를 들었다.
“미국에서 혁신적이 기업이 나올 수 있는 것은 ‘네거티브 규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하지 말라’는 것만 빼고는 다 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낼 때‘포지티브 규제’의 성격이 짙습니다. 즉, ‘정해진 것’만 해야 한다는 얘기죠. 따라서 포지티브 규제가 네거티브 규제보다 더 강력하죠. 저는 여기에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와 의료계를 잇는 생태계 만들 것
창업한 지 2년 채 되지 않았지만 메디블록의 구성원은 두 공동대표를 포함해 30명이다. 고 대표는 스타트업일수록 구성원 채용 시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창업한 지 2년 채 되지 않았지만 메디블록의 구성원은 두 공동대표를 포함해 30명이다. 고 대표는 스타트업일수록 구성원 채용 시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사진=오세은 기자]

“마케팅팀, 해외사업팀, 디자인팀이 별도로 있지만 대부분 개발자가 많습니다. 메디블록은 직무경험이 있는 분들을 주로 채용합니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은 신입을 채용해 그 사람에게 일을 가르치고 그 과정에 들이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현업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스타트업은 하루하루 살아내기 위한 조직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즐길 수 있는 곳은 분명 아닙니다(하하).”

고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할 때 누군가가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러다 이은솔 대표를 만나 창업 아이템을 만들고 메디블록을 설립했다. 그는 누군가가 가지 않았던 자신만의 길을 걷고 싶었다고.
마지막으로, 그가 꿈꾸는 ‘메디블록의 미래’를 물었다.
“메디블록의 궁극적인 목표는‘Internet of Health’입니다. 메디블록이 만든 플랫폼을 기반으로 모든 의료기관이나 의료정보와 관계되는 여러 서비스들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죠. 결국 환자들이 자신의 의료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접근하고, 수집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메디블록이 그리는 미래입니다.”


글·사진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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