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인재로 평가받고 싶다면, ‘나다움’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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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인재로 평가받고 싶다면, ‘나다움’을 보여주세요!”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9.04.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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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주 MBC 아나운서

종편을 비롯한 지상파 신입 아나운서의 공채 경쟁률은 해마다 수천 대일을 넘고 있다. 그만큼 아나운서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지난 2013년 3월, 지역방송국과 종편에서 아나운서를 경험하고 MBC에 입사한 임현주 아나운서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마침내 원하던 지상파 아나운서가 됐다. 아나운서 경력 10년차에 접어든 그는 베테랑 아나운서로 불리지만, 아직도 어떤 아나운서가 돼야하는지 늘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를 서울 상암동 MBC 본사에서 만났다.

▲ 임현주 MBC 아나운서

오랜 방황 끝에 진로를 잡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임현주 아나운서는 대학생활 내내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서도 진로를 확정하지 못했고, 그 길을 찾는 방편으로 도피성(?) 어학연수를 떠나기도 했다.

“대학생활 4년 동안 진로를 무엇으로 잡을 것인가 고민이 많았습니다(웃음). 졸업을 앞두고도 그 길을 찾지 못했어요. 이렇게 졸업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졸업을 앞두고 어학공부를 핑계(?)로 친척이 있는 미국 콜로라도로 떠났습니다. 1년 동안 머물면서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찾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그곳에서의 어학공부 과정들이 저와는 잘 맞지 않았어요. 한국으로 돌아갈까 고심하다 무심코 주미대사관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워싱턴에 있는 주미대사관에 이메일 한통을 보냈습니다. 결과가 좋아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는 인턴으로 일하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계속 찾았다. 오랜 고민 끝에 최종 진로를 ‘아나운서’로 잡았다. 그런데 수많은 직업 중에 그는 왜 아나운서를 선택했을까.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중·고등학교 시절 발표시간에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났어요. 되돌아보니 남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내 생각을 말하고, 또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걸 좋아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죠. 그 기억들이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과 맞물려 ‘아나운서’라는 직업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나운서가 된 제 모습을 상상하니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을 즐길 수 있겠다는 확신과, 그 누구보다 아나운서로 시청자들에게 편하게 잘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어요.”

누군가는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만, 이를 즐기는 이들은 카메라 앞에 서는 직업을 희망하기도 한다. 그가 그러했다. 단지 졸업을 앞두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던 것일 뿐, 그는 자신을 탐구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나다움’으로 승부해 최종 합격
아나운서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지상파 방송 3사인 KBS·MBC·SBS의 아나운서를 꿈꾼다. 임 아나운서도 그랬다. 하지만 그는 방송 3사와 동시에 여러 지역 방송사의 문도 두드렸다.

▲ 아나운서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를 꿈꾼다. 임 아나운서도 그랬다. 하지만 그는 방송 3사와 동시에 여러 지역 방송사의 문도 두드렸다.[사진=오세은 기자]

“방송 3사는 물론 KNN(부산·경남지역 민영방송), OBS(경인TV) 등 여러 지역 방송사에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합격의 길이 험난했어요. KBS와 SBS에서는 최종면접까지 올라 내심 기대를 했지만, 결정적 한방(?)이 부족했는지 결국 탈락했죠. 특히 KBS 최종면접을 봤을 당시 나이가 27살이었는데 그때 ‘나의 길이 아닌 것 같다. 이제 그만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고요. 그런데 KNN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역 방송사였지만 일단 어느 매체에서든 아나운서로 실전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열심히 근무했습니다.”

이후 그는 2011년 JTBC 개국과 함께 공채 1기 아나운서로 JTBC에 합류했고, 그로부터 2년 뒤 가고 싶어 했던 MBC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는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면접의 달인이라 불리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면접을 봤다. 하지만 “탈락한 경험만큼 강력한 학습도 없다”며 “경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가 수많은 탈락 끝에 어렵게 최종합격한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많은 방송사에서 변화를 주고는 있지만, 사실 오랫동안 나이 어린 사람을 선호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지원자들 대부분이 신선한 모습, 상큼한 모습, 발랄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에 급급했죠. 물론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이러한 면접 태도들은 오히려 저에게는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걸 여러 차례 면접을 보면서 알게 됐어요. 그래서 JTBC와 MBC에서 면접을 볼 때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바로 ‘나다움’을 보여주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죠. 질문을 받으면 제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려고 했고, 특히 다른 지원자와 비교해 나이가 많다는 것에 불안감을 갖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시간들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어요. 간혹 면접장에 가면 똑같은 교재로 연습한 듯 주어진 질문에 비슷한 대답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찾고 있는 신입사원들은 자신만의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요. 때문에 면접에서는 ‘나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기업들은 상시채용으로 채용제도에 변화를 주고 있다. 아나운서 채용도 이런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예전 신입 아나운서 공채가 진행될 때면 등장하던 ‘수천 대 일의 경쟁률’ 뉴스도 이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 그는 최근 유튜브에 개인 채널을 개설했다. 채널에는 낚시체험, 신입사원을 위한 꿀팁 등 다양한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그가 개인 채널을 만든 이유가 궁금했다.[사진=오세은 기자]

“제가 아나운서를 지망했을 당시만 해도 언제쯤 공채가 진행될지 예상이 가능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아예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 방송사도 생겨나고 있고요. 때문에 계속해서 아나운서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이 생길 수 있을 것도 같아요. 하염없이 준비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아나운서가 되는 게 꿈이라면 계속 도전해야 합니다. 하지만 준비 기간이 길어지기 전에 ‘내가 이 게임(최종합격)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확신을 갖고 끈기 있게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도 처음부터 최종면접에 오른 건 아니었어요. 처음 지원했을 때는 1차 카메라 테스트에서 떨어졌고 또 여러 번 떨어졌어요. 하지만 떨어진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해 다시 도전했습니다. 결국 1차 카메라 테스트에 합격할 수 있었고, 이후 2차 카메라 테스트와 면접을 치를 수 있게 되었죠. 취업은 한 번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확신을 갖고 좌절하지 않아야 합니다. 면접을 자주 보다 보면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 봤을 때도 이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기자들의 역할이 방송사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아나운서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가 되고 싶다면 기자직을 함께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셀프 브랜딩’으로 차별화된 인재가 돼야
임현주 아나운서는 최근 유튜브에 개인 채널을 개설했다. 채널에는 낚시체험, 신입사원을 위한 꿀팁 등 다양한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그가 개인 채널을 만든 이유가 궁금했다.

“아나운서가 됐지만 늘 불안함이 있었어요. 누군가는 ‘아나운서인데 왜 불안감을 가져?’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아나운서는 명함에 적힌 네 글자일 뿐, MBC 임현주 아나운서가 곧 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죠. 그리고 여자 아나운서는 잠깐 반짝하고 사라진다는 인식이 강해요. 아나운서 초년병 시절 TV에서 사라지는 여자 앵커들도 많이 봐왔고요. 이러한 여러 요인들 때문인지 괜히 불안감이 생겼어요. 유튜브는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만들었습니다. 아나운서 임현주가 아닌, 또 다른 임현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아나운서로 일은 하고 있지만 늘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알지 못할 공허함이 있었어요. 이를 유튜브로 채워가는 중입니다(웃음).”

임현주 아나운서가 MBC로 자리를 옮겼을 때 MBC는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토록 원하던 곳에 입사했으니 ‘이제 꽃길만 걷겠지’라는 기대와 달리 어려움이 많았다고.

“입사 당시 뉴스를 진행하는 게 즐겁지 않았고, 방송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여러 마음이 교차했던 시간들이었죠. 그러다 2017년 MBC가 파업에 들어갔는데 오히려 그때 마음이 더 편하더라고요. 월급은 받지 못해도, 파업 집회 참여로 몸은 고됐어도 제가 알고 지낸 이전의 MBC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여 힘들지 않았어요. 물론 없었으면 좋았을 시간이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그 시간을 통해 어떤 방송을 하고, 앞으로 어떤 아나운서가 돼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그리고 파업이 진행되는 시기 저는 글을 썼어요. 소설처럼 거창한 글이 아니라 당시 떠올랐던 생각과 저의 감정상태를 적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마인드 컨트롤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내가 왜 힘들었는지, 오늘은 또 어떤 다짐을 했는지를 적는 그 자체만으로 기분이 나아졌고, 또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죠.”

최근 임현주 아나운서는 MBC <생방송 오늘 아침> 프로그램에서 여성과 남성 진행자 자리를 바꾸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그동안 MBC에서는 뉴스와 교양 프로에서 여자 혹은 후배는 늘 화면에서 볼 때 오른쪽에 앉아 왔는데 이러한 고정관념을 바꿔보자는 의견을 냈던 것.

이렇게 그는 주어진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현재 자신의 고민을 취업준비생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지금 시대는 ‘셀프 브랜딩’이 매우 중요한 시대입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 나이는 장애물이 되지 않는 시대이기도 하고요. 성숙하면 성숙할수록 그 만큼의 매력이 있고, 또 그 분야의 전문성이 쌓일 테니까요. 저는 요즘 제가 하는 일들을 어떻게 하면 제 브랜드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제가 어떤 아나운서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자양분이 될 것이고요. 그런데 이러한 고민이 비단 직장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취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정작 나만의 차별화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만의 색깔, 자기를 브랜딩한다면 채용시장에서 남들과 차별화되는 인재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현재 채용시장이 어려운 만큼 이를 준비하는 분들의 과정이 힘들고 고되다는 것 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분들을 위해 저도 늘 응원하겠습니다!”


글·사진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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