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재조명하며 새로운 담론을 생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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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재조명하며 새로운 담론을 생산합니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9.06.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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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사/남영 학예사

때로는 현재와 미래를 잇고 때로는 예술과 역사를 연결한다. 예술적 소양은 물론 시대의 흐름을 읽고 담론을 제시하는 역할도 필수다. 여기에 기관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능력까지. ‘큐레이터로 불리는 학예사라는 직업을 단순한 전시 기획자정도로 쉽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남 영 학예사가 들려주는 학예사의 직업 이야기를 들어보자.

 

Q. ‘학예사=전시 기획자라고만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이 직업을 제대로 설명해 주세요.

Curator(학예사)라는 말은 보살피다라는 뜻의 라틴어 큐라레(curare)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단어는 영어 Care의 어원이기도 하죠. 말 그대로 학예사는 기관을 관리하고 운영하고 보살피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큰 틀 안에서 학예사는 예산의 편성과 집행부터 전시 기획과 현장 기록, 홍보를 도맡아 합니다. 일반적으로 전시 기획자라고만 알려져 있지만 전시 기획은 전체 업무의 절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미술관 학예사와 박물관 학예사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각 기관이 소장하는 소장품의 특성에 따라 갖춰야 하는 소양이 조금씩 달라요. 예를 들면 박물관의 학예사는 기록과 보존, 역사학에 소양이 깊어야 하고, 미술관의 학예사는 예술의 주류를 파악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만약 대안공간의 학예사라면 다가올 미래를 파악하는 통찰력이 중요하겠죠. 하지만 전반적인 업무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느 기관의 학예사든 모두 문화적이고 공공의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일이거든요. 공통적으로 모든 학예사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과 냉철한 관찰력, 판단력 등의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화적·예술적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역사가적 지식과 소양은 물론이고요.

Q. 대단하다라고나 할까 만만치 않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예사가 되기 위한 자질도 평범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소장품의 분야마다 학예사가 갖춰야 할 소양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분야를 원하는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확신을 가져야 해요. 무엇보다 어느 분야를 택하든 과거를 재조명하고 현재를 직시하며 새로운 담론을 생산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학예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의 원하는 분야에 맞는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하는 거죠.

학예사로의 마음을 굳혔다면 학예사의 역할 수행에 필요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획사무실부터 전시장 공사현장, 전시 포스터 인쇄소까지 모든 현장을 보고 듣고 느껴보는 거죠. 그 외에 지식과 경험, 관찰력과 통찰력,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정말 중요합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큐레이터들은 마치 천수관음처럼 손이 여럿 달려있는 기인처럼 보여요. 연구·기획자이자 동시에 행정가, 관리자의 소양도 지녀야 한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는 이 직업 안에서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이기도 하고 학예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기도 하답니다.

Q. 왜 이 일을 직업으로 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청소년기에 자연스럽게 생긴 예술에 대한 애호가 주된 이유였어요. 음악과 미술에 대한 단순한 관심이 그에 대한 역사와 현재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이러한 모든 걸 가장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 학예사라고 생각했어요.

Q. 학예사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저는 미술사를 전공했고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와 같은 프로젝트성 전시와 전시기획사 등 유수기관에서 인턴,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전시 관련 글을 읽거나 직접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매사를 세세하게 살펴보고 좀 더 탐구적인 자세로 임하게 된 것 같아요.

Q. 현재 근무하고 계신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하시는 일이 궁금합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김달진 관장님께서 49년간 수집하신 미술자료를 바탕으로 설립된 기관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자료를 방대하게 소장하고 있답니다. 저는 이곳에서 학예사이자 아키비스트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요. 자료를 수집 및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를 기획합니다.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세대 간 소통을 연결하는 매개자인 셈이죠.

Q.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점은 무엇인가요?

해마다 전시에서 아카이브섹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활발한 논의들이 이뤄지며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점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걸 체감할 때요. <한국 미술평론의 역사전> 단행본이 한국박물관협회 ‘2018 한국 박물관미술관 우수활동상출판물 부문에서 수상 받은 일도 떠오르네요.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많은 평론가 선생님을 뵈었고 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Q. 어떤 학예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예술의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주시하고 연구하며, 새로운 담론과 환경을 제안하는 것은 학예사로서 늘 가슴 떨리는 일인 것 같아요. 개인적인 앞으로의 목표는 아카이브를 통해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현재 세계 미술시장에서 억대로 거래되고 있는 한국의 단색화 작품들은 그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는 한국미술의 역사나 정보에 관한 사실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한국미술의 촘촘한 아카이브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예사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어요. 준비 기간이 길고 힘들지만 다방면의 정보를 바탕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다보면 그 과정 속에서 얻게 되는 것들이 분명이 있을 겁니다. 힘내시길 응원합니다.

| 권민정(자유기고가)

사진제공 | 남 영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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